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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Nov 18. 2020

행운의 11달러

 오늘은 인도의 명절 두세라(Dusshera)였다. 두세라는 대다수의 힌두교 명절과 같이(물론 등장인물은 다르다. 하지만 힌두교에는 신들이 너무 많아 설명을 하자면 끝이 없다...) 선이 악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인도의 수많은 휴일 달력을 따로 보지 않는 내겐 그저 이름 들어본 적 있는 날 정도의 뜻을 가지는 그런 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요일이었다. 사실 오늘이 그날인 줄도 몰랐다. 첫째 아이에게 행운이 오기 전까지는.


 인도 음식을 자주 먹지는 않지만 이따금 남편이 동네 인도 식료품점에 가서 이런저런 레토르트 카레나 이들리, 도사 파우더 따위를 사 올 때가 있다. 오늘도 첫째 아기를 놀이터에 데리고 나갔다가 집에 오면서 인도 식료품점에 들렀다고 한다. 물건을 많이 산 것도 아니고, 그냥 간식거리 몇개 사고 나오는데, 요즘 동네에서 인사성 밝은 아기로 통하는 첫째가 인사를 했단다. "bye bye, uncle!". 그랬더니 가게 아저씨가 예쁘다며 11달러 돈을 주고 힌두교인들이 다른 사람을 축복할 때 하는 손동작을 했다고 한다. 아이고, 우리 한별이. 아직 두 살도 안 됐는데, 인사 한마디로 11달러나 벌었구나!


 시댁 가족들과의 단체 챗방에서 남편이 그 일을 이야기하니 시어머니가 유독 기뻐했다. 큰 명절인 오늘 그같이 상서로운(?) 일을 겪은 것은 복이라나. 가겟집 아저씨가 아기한테 과자도 아닌 돈을 줬다는 게 조금 웃겨서 남편에게 물었다.


 "그 아저씨 이상해. 왜 아기한테 돈을 줘?"


 "신전에선 축복을 내리면 보통 단 것 - 라두나 설탕 같은 것을 주는데, 아무래도 가게에 그런 디저트류가 없어서 단 것 다음으로 인도인들이 좋아하는(?) 돈을 준 것이 아닐까?"


 그게 답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힌두교에선 재물을 상징하는 신들이 인기가 많고 실제로도 사람들은 돈을 좋아하니까. 어쨌든 그들에게 특별한 오늘 같은 날, 한별이를 축복해 준 사람이 있다니, 이 11달러는 앞으로도 한별이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11달러가 될 것이다. 남편과 나는 그 11달러를 따로 보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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