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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Feb 18. 2021

가짜로 완성된 진짜

 연예인이나 자칭 타칭 인플루언서들이 걸친 사진이 SNS에 뜨면 가방, 신발, 주얼리, 종류를 안 가리고 순식간에 매진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유명인을 따라 하고 싶은 욕구는 강렬하다는 걸까. 십 대나 유행에 민감한 일부 젊은 사람들이 그런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마음이 생기는 데에는 나이도 성별도 상관이 없어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것이 가품이다. 가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많다고 한다.


 지인 L은 광저우에 살며 가품 장사를 했다. 그녀는 높은 예산이면 거기에 맞춰서, 낮은 예산이면 또 거기에 맞춰서 멋지게 스타일링이 가능한 패션 센스가 있다. 처음엔 해외에서 직접 구매해서 들여온 - 일명 병행수입 - 진품을 중국에 판매했었고 그러다가 가품 시장을 접했다. 그녀 말에 의하면 참으로 신기하게도, 중국엔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 수두룩한데, 그들 중 갑자기 부를 거머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돈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이 많단다. 심지어 본인의 허름한 상가 매장에서 파는 물건을 보고 진품이냐고 묻는 부자 고객들이 많다고 했다. 진품으로 모두 구매를 할 경제력이 되는 사람들도 가품을 많이 사기 때문에 가품 장사가 잘 된다고도 덧붙였다. 가품은 진품을 구매할 여력이 안되지만 그 물건을 가지고는 싶은 보통 사람들만 사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란다. 난 재력이 있었다면 모두 진품으로 살 것 같은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 그걸 이해하지 못하기에 내게 그만한 재력이 안 생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매장에는 없는 물건이 없었다. 가방, 모자, 시계, 주얼리, 심지어 쓰레빠(?)도 명품 브랜드 로고가 있으면 패션으로 인정을 받는 것인지, 명품 슬리퍼도 잘 나가는 물건들 중 하나였다. 진짜 명품 쓰레빠를 신고 와서 같은 브랜드의 가짜 쓰레빠를 색깔별로 사 가는 사람들, 연예인이 들고 나와서 매진이 됐다며, 못 구하는 물건을 가품으로 구하는 사람들,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단다. 


 명품이라는 단어로 보자면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라고 할만한 물건인데, 아이러니하다. 공장에선 쉴 새 없이 복제품이 쏟아져 나올 테니까. 아니다, 내가 모르는 은둔형 장인이 광저우에 많이 숨어있는 것일지도.


 L에게 물었다. "장사 잘 되는 것 같은데, 그럼 너는 진짜 C사나 H사 핸드백 있겠네? 매일 들고 다녀?"


 그녀는 까르르 웃더니 평소엔 가품을 들고 다닌다고 했다. 거기선 다들 가품을 들고 다니니까 진짜를 들고 나타나도 으레 가품이려니 생각한다나. 그렇기에 중요한 모임에만 진짜 제품을 걸친다고.


 수많은 사람이 가품을 들고 다니는 현실 덕분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가방을 들고 나타나도 십만 원짜리 가품으로 생각하는 곳. 무엇보다도 명품을 갈망하지만 손에 넣는다 하더라도 그것의 금전적 가치(제품 자체의 가치와 거기에 매겨진 금액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으므로.)만큼의 인정을 받지는 못하는 이상한 현상. 진짜와 가짜의 가치 경계는 어디? 가품 장사로 벌어들인 돈으로 완성된 L의 진짜 명품 컬렉션은 정말 입이 떡 벌어질만한 수준이다. 이런 걸 두고 세상은 요지경이라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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