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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Nov 19. 2020

영국과 홍콩 출산 비교

 오늘의 이상하리만치 높은 조회수는 홍콩의 산후조리에 대한 글 때문이었다. 해외생활 블로그라든가 해외에서 출산하는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로 접하기 쉬운 주제여서 이곳에 쓸 생각은 못 했는데,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도록 나름 최신(첫째 2019년 1월, 둘째 2020년 7월)의 출산 경험을 비교해 보았다.


국립과 사립

영국은 NHS, 홍콩은 HA(영국의 NHS가 기본 모델이라 상당히 비슷하다.)가 국립 의료를 담당한다.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환자가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거의 없다. 하지만 자금난에 시달리므로 시설이 한정적이다. 그래서 대기가 길고, 분만 전 기간에 최소한의 진료를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작은 문제라도 의심의 여지가 있는 경우엔 세심한 추가 케어를 받는다.


영국 런던에 분만 가능한 완전 사립 병원으로는 포틀랜드 병원이 있고 그 외 NHS 병원에서도 사립 파트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 경우 국립 병원의 시설을 이용하고 의사도 어차피 NHS 소속 의사라서, 사립으로 분만해도 대기 빼면 별다를 것이 없다고 들었다.


홍콩에는 HA병원 외에도 사립 병원이 많다. 자본주의가 극에 달한 이곳에서는 어느 병원에서 출산하는지 가지고도 은근히 비교를 한다.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사립 병원의 최고봉, 홍콩섬 피크에 위치한 마틸다 병원(혹자는 마틸다 호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호텔보다 더 뷰가 좋다.)과 사나토리움 병원이 인기가 많다. 비용도 이 둘이 최고봉이다.


영국과 홍콩 둘 다 사립 병원에서 응급 또는 복잡한 상황(조산, 아기의 상태 등)이 생기면 국립 병원으로 옮겨진다. 이게 내가 영국에서 NHS출산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NHS 출산이 생각보다 만족스러워서 홍콩에서도 HA병원에서 출산하려고 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 심해졌을 때 HA가 남편들의 병원 입장을 금지했고 사립에선 허용했기 때문에 사립 병원에서 출산했다.


출산 전 검진

영국 - 소변 테스트로 확인하고 GP(일반의사-영국에선 내가 좋아하는 의사가 아닌, 정해진 구역 내 GP에 등록한다.)에 가서 이야기하면 GP가 미드와이프 센터에 예약을 해준다. 피검사나 초음파는 없다.(사립으로 가서 돈 내고 볼 수는 있다.) 의사가 알려준 대로 대략 임신 10주쯤 미드와이프와 첫 만남을 가지는 데 이때 피검사를 하고 임신 수첩(이라 하기엔 너무나 큰 파일, 미드와이프를 만날 때마다 가지고 가야 한다.)을 받는다.


12주쯤 다운증후군 검사를 하면서 처음으로 초음파로 봐준다. 지역별로 다르지만 우리 동네에선 전체 임신 기간 동안 초음파를 3번 해준다. 12주, 20주, 36주. 다른 지역은 12주, 20주 이렇게 두 번 해주는 곳이 많다. 기본 검사에 더해서 추가로 사립에 가서 하모니 검사를 따로 할 수 있다. 비용은 당시 460파운드.


다운증후군 검사, 피검사 등에서 별 문제가 없으면 한 달에 한 번씩 미드와이프를 만난다. 미드와이프를 만나면 소변 검사, 줄자로 배 둘레 재기, 하이베베 같은 걸로 아기 심장소리를 잠깐 듣고 끝. 그러다가 20주에 정밀 초음파, 26주쯤 임신성 당뇨 검사를 한다.


그 후에도 미드와이프를 정기적으로 만나고 예정일이 지나도 아기가 나오지 않자 41주 1일부터 membrane sweep(내진 마사지 같은 것)을 해준다. 나는 그것으로도 효과가 없었고 41주 5일에 유도를 받았다. 다행히 건강하고 문제없는 임신 기간을 보내서, 산부인과 의사를 응급 제왕 절개를 하기로 결정할 때 처음 만났다. 의사를 만날 일이 없었다는 것에 감사하지만 너무나 미니멀한 산전검진이기에 사립 센터에 가 두 번 추가로 초음파를 봤다.


홍콩 - 소변 테스트로 확인하고 GP에게 임신 확인 레터를 받아서 집 근처 HA병원에 등록한다. 아무 정부 병원에나 등록할 수 있는 것 아니라 사는 곳에 따라 지정된 병원이 있다. 병원에 등록할 때에 주소지 증명을 가지고 간다. HA병원과 사립을 병행하는 사람들이 많고 또 혹시 모를 응급 상황에 대비해서 등록해 두는 것이 좋다. HA에선 영국처럼 12주, 20주에 초음파를 봐준다.


사립은 분만을 할 종합 병원에서 상주하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분만도 거기서 하는 방법이 있고, 외부 사립 클리닉에서 본인이 선택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그 의사가 나가는 병원(사립 의사들마다 아기 받으러 나가는 병원이 몇 군데씩 있다.)에서 분만을 하는 방법이 있다. 나는 의사를 지정하지 않고 바로 분만할 종합 병원으로 가서 그곳의 상주 의사에게 검진을 받았다. 3주에 한 번씩 만날 때마다 초음파를 봐줬고 일반적인 다운증후군 검사, 하모니와 비슷한 검사 T21, 혈액 검사, 임신성 당뇨 검사를 했다. 20주 정밀 초음파는 가톨릭 병원이라서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의 다른 클리닉에서 따로 받았다. 둘째는 38주 1일에 날짜를 잡고 출산했다. 매번 의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분만&회복

영국 - NHS에선 기본적으로 자연분만이고, 시도 중 여러 가지 이유에 해당하면 응급 제왕 절개를 한다. 나는 유도 이틀을 하고 실패해서 수술실로 간 케이스. 수술 동의서에 사인하고, 수술실로 옮겨지고, 마취, 아기를 꺼내고, 후처리를 하고 병실로 올라가는 모든 과정을 남편이 옆에서 함께한다.


아기가 나오면 바로 skin to skin으로 안겨준다. 남편이 핸드폰으로 아기 사진 촬영. 후처리 하는 동안 아기는 아기 바구니에 들어가고 곧 산후회복실로 이동한다. 이때부터 바로 나와 남편이 아기 케어를 시작한다. 간호사가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는다. 수술 후 36시간이 지나서 처음으로 잠을 잘 수 있었다. NHS미드와이프는 모유 수유하라고 무섭게 강요한다. 분유병 꺼냈다가 호되게 혼났다.


우린 아기의 감염 때문에 5박 6일 병실에서 지냈는데, 보통 자연분만은 2~3일, 제왕절개는 3~4일 후 퇴원한다. 회복실에 가서 제일 처음 받은 아침밥은 토스트 두 장과 찬 우유, 차 한 잔. 이틀을 굶어서 그런지 이날 먹은 다 식은 토스트가 정말 맛있었다. 새벽 5시 반에 수술을 했는데 그날 점심때쯤 미드와이프가 와서 어서 일어나서 걸어 다니라고 했다. 그래서 그날 저녁 처음으로 침대에서 내려왔고, 샤워는 그다음 날부터 했다. 움직이기 조금 힘들어서 머리는 못 감았다.


회복실은 대부분 6인실이고 하루에 145파운드를 내면 1인실 사용이 가능하다. 물론 빈 방이 있을 때에만. 나는 다행히 수술 끝난 날 빈 방이 있어서 바로 1인실로 들어갔다. 진통제 파라세타몰과 아이부프로펜을 시간에 맞춰 가져다준다. 제왕절개 흉터를 방지하는 패치나 연고 같은 건 없다. 식사는 하루에 세 번 주는데 미역국은 없지만 종류도 많고 꽤 괜찮다. 메인으로 생선 치즈 요리, 인도 카레, 고기 스튜, 샌드위치 등이 있고 과일과 차, 디저트 푸딩도 준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출산 후 케어는 일단 아기가 위주이다. 아기의 감염 상태 때문에 여러 가지 검사를 했는데, 소아과 전문의의 상세한 설명과 진행으로 굉장히 안심이 됐다. 만족스러움.

진통이 진행되는 동안 지냈던 방
1인실. 보호자 침대 없이 소파 뿐이다
아침밥

홍콩 - 다른 아시아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제왕절개가 흔하다. 특히 중국식 달력으로 좋은 날짜가 따로 있어서 그 날 제왕 절개를 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그런 "좋은 일시"는 제왕 절개도 프리미엄이 붙는다.


나는 아침 8시 반 수술 예약이라 하루 전날 밤에 입원했다. 남편이 수술실에 입장 가능한데, 영국과 달랐던 것은 여기선 마취 다 끝나고 배 가를 때쯤에 남편을 들여보낸다. 그리고 아기가 나오면 내게 안겨놓고 간호사들이 가족사진을 찍어준다. 그 후 아기는 바로 너서리 행. 남편도 퇴장. 회복실에서 나를 기다렸다.


모유수유 강요는 없고, 너서리에 지내는 아기에게 수유하러 수유실에 갈 수 있다. 코로나 때문에 아기 아빠들은 아기를 유리창을 통해서 정해진 면회 시간에만 볼 수 있고 엄마도 수유하러 가서만 아기를 만질 수 있었다. 평소에는 1인실에서 모자동실이 가능한데 지금은 불가능. 병실은 2인실을 선택했는데 맞은편 산모가 하루 있다가 퇴원해서 나는 나머지 4일을 1인실처럼 지냈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엔 마취가 늦게 풀렸다. 수술 당일엔 아예 움직일 수 없었고 다음날 점심때쯤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움직이지 못해 수술 다음 날 아침까지는 얼굴 씻고 양치하는 것을 병원에서 도와줬다. 패드도 갈아줬다. 진통제는 여기도 파라세타몰과 아이부프로펜을 끼니때마다 가져다준다. 제왕 절개 흉터를 방지하는 패치와 연고를 처방해준다. 병원 밥은 컴퓨터로 주문하면 배달해준다. 중식, 양식이 있는데 국물 종류도 많았다. 아시아식으로 긴팔 긴바지에 양말까지 챙겨 신는 산모가 많았다. 나는 그냥 시원한 원피스에 움직임이 가능한 날부터는 샤워도 했다.


수술해준 의사가 하루에 한 번씩 와서 상처 확인하고, 소아과 의사도 하루에 한 번씩 와서 아기 상태를 알려줬다. 산모가 쉴 수 있게 해주는 산모 위주 케어다. 나는 침대에 있는 벨을 눌러본 적이 없지만, 앞 침대 산모는 하루 종일 눌러댔다. 그래도 다 와서 도와준다. 역시 만족스러움.

2인실. 화장실도 따로 쓸 수 있게 2개. 보호자침대는 1인실에서만 추가요금 내고 사용 가능
병원밥 메뉴가 참 다양하다
홍콩의 산모들은 대부분 산모용 음식을 보온병에 준비해와서 먹는다. 주로 닭이나 생선, 약초가 든 탕을 먹는데 이런 산후 음식만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나는 한국식으로 미역국

비용

영국 - NHS는 출산 전 진료, 수술, 입원비, 식사, 약 처방 전부 무료다. 1인실 사용료는 병원 스태프가 카드계산기를 들고 하루에 한 번씩 와서 받아갔다. NHS 병원에는 퇴원 수속하고 돈 내는 데스크가 아예 없다. 응급 제왕, 5박 6일 지내고 725파운드(약 107만 원) 산모와 아기 항생제, 아기 뇌수막염 검사는 모두 무료, 사립에서 병행한 초음파, 검사 등을 합하면 총 200만 원 정도 들었다. 포틀랜드에서 자연분만으로 출산한 친구는 2만 5천 파운드(약 3천8백만 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홍콩 - 사립 병원 중에서도 가격대가 낮은 곳에서 출산했지만 출산에 동원되거나 이용한 모든 것이 영수증에 추가되고 나면 홈페이지에 명시된 가격보다 훨씬 높이 올라간다. 선택 제왕, 2인실 4박 5일 지냈고 진료와 검사를 포함해서 20만 홍콩달러(약 2천8백5십만 원) 정도 들었다. 그중 남편 회사 보험으로 7만 달러(약 1천만 원) 정도 돌려받았다. HA병원에서는 진료와 분만이 무료이고 병실 사용료만 하루에 120 홍콩달러(약 1만 7천 원)와 행정비용으로 75 홍콩달러(약 1만 원)가 든다. 퇴원할 때 옥토퍼스 카드(교통카드)로 계산하는 순간, 그동안 마음에 안 들었던 모든 게 용서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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