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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Nov 24. 2020

홍콩 네 자매

첫 딤섬 모임

 홍콩 네 자매가 처음으로 함께 모여 딤섬을 했다. 지난번엔 세 자매였으나 한 명이 늘어 이젠 네 자매. 앞으로 몇 명이 더 늘어날지는 모르겠지만, 거미줄 짜내듯 인연을 엮어가는 일이 즐겁고 기대된다.


 흔히들 인연이란 우연히 닿는 것이라 하는데, 내게 이 홍자매 인연은 우연 중에서도 우연이었다. 홍콩 생활 20년 정도 된, 나 같은 홍콩 생활 초짜와는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분들. 나이도 다르고, 직장의 업종도 겹치는 부분이 전혀 없으며, 어느 방면으로 따져봐도 홍콩에서 마주쳤을 일이 없을 것 같은 우리 인연의 시작점은 한국에 있는 사이버대학이다.


 2017년에 한 사이버대학에서 문예창작 공부를 시작했으나 출산하고 도저히 시간을 내기 힘들어서 공부를 잠시 쉬던 때에, 저 멀리 미국에 있던 지인이 이 학교를 추천했다. 전공은 한국어학과. 학사 편입해서 졸업하고 한국어교원자격증 2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한국어 과외를 종종 했었기에 이런 전문적 자격증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과 해외에서는 수업료 50퍼센트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홀랑 넘어가버렸다. 결국 둘째 임신 중에 태교 하는 셈 치고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개강 후 첫 학기 시작하는 학생들을 기존 학생들과 연결해주는 멘토 시스템이 있길래 신청했다. 해외에 있어서 멘토의 연락이 당연히 카톡 메시지로 올 줄 알았는데, 연세 있으신 우리 멘토님. 글쎄, 국제전화를 계속 거신 거였다. 모르는 해외 번호여서 받지 않았는데, 나와 연락이 안 된다며 같은 멘토 그룹에 있는 홍콩 사는 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카톡에서 문자를 하다 보니 놀랍게도 그 학생과 내가 사는 곳이 지하철 한정거장 거리. 이렇게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과 인터넷 가상 세계를 돌고 돌아 그것도 한국에 있는 사이버대학에서 같은 학과에 같은 학기에 편입을 하고, 또 같은 멘토를 배정받는 데에 우연의 힘이 얼마만큼 작용했을까. 어떤 일이 우연히 일어날 확률을 계산하는 수식이 있다면. 계산에 도전하고픈 욕구가 참 오래간만에 일었다. (난 수학을 정말 못하기에, 계산을 포함하는 행위는 뭐든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항상 노력한다. 그런 내가 계산이라니!)


 그렇게 알게 된 그녀와 동네 카페에서 처음 만났다. 이어서 홍콩에서 같은 공부를 하는 지인이 또 있다며 학과 사진 이벤트에도 참여할 겸 셋이 함께 하는 자리를 가졌고(이때 우리 팀 이름이 홍콩 세 자매였다), 한 학기 후 그녀의 또 다른 지인이 편입을 해서 우린 네 자매가 되었다.


 우리의 단톡방, 시험 전이면 밤에 더더욱 불이 나는 홍자매 단톡방. 웹상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사이버대학의 특성상 얼굴을 맞댈 기회가 적은데, 게다가 한국도 못 가는 이런 코로나 시대, 카톡으로나마 종종 나누는 안부가 반갑다. 모르는 것을 서로 질문하고 답하며 배우는 것은 덤이며, 시험 전날 서로를 응원하는 스크린 속 깨알 같이 작은 글자엔 크고 따뜻한 정이 한가득이다.


 네 자매 중 한 분은 이미 10년 정도 한국어를 가르치고 계신 분이고, 그분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부터, 교수님 이야기, 과제 이야기, 홍콩 이야기, 수영 이야기... 이야깃거리는 끊이지 않는다. 넷이 처음 만나는 자리였어도 같은 수업을 듣고 있어서인지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고, 헤어짐이 아쉽다. 이제 2주 후면 다시 시험기간이다. 그때 되면 밤 중에 수업을 듣고, 핸드폰엔 카톡으로 소곤소곤대는 시간이 이어지겠지. 그 시간을 기약하며, 딤섬에 살포시 얹어져 나온 꽃잎처럼, 내 마음에도 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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