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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Dec 01. 2020

친구가 생각나는 밤

아직도 안녕을 고하지 못한 친구 추억하기

매년 겨울이 되면 문청들이 겪는 신춘문예병. 올해엔 그 병을 핑계로 가출까지 감행했으나, 그래도 여전히 나는 글을 완성하지 못했다. 글을 쓰려하면 마음이 아프다.


내게는 세상을 떠난 친구가 둘 있다. 그중 한 명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르는 사건으로 세상을 떠났다. 경찰의 조사는 계속된다고 했었지만, 그건 중요치 않았다. 사건이 밝혀진다 한들, 그 친구가 내 곁에 다시 돌아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묻지 않았다. 조사의 끝이 어떤 진실에 우리를 데려다주었는지.  


그 친구에게, 나는 언젠가 소설을 쓸 건데, 너를 주인공으로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지금도 내가 끝내지 못한 글의 주인공이 바로 그 친구다. 글을 쓰자니, 그 친구와 함께 했던 나의 대학생 시절이 떠오른다. 학교 도서관, 트램 정거장, 클럽, 내 젊은 자유의 날들. 무엇도 나를 막을 수 없었고, 나는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함께하는 그 친구가 있었기에. 그때의 나는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었고, 내 세계 안엔 당연히 그 친구의 자리가 있었다.


벌써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핸드폰엔 그 친구의 번호가 있고, 그 번호로 등록된 다른 사람의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도 나는 그 번호를 지울 수가 없다.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를 쓴다면, 과연 너를 떠나보낼 수 있을까. 아마도 힘들겠지.


그 친구를 위한 이야기를 쓴답시고 새벽 3시 14분에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그러나 아직도 내 화면엔 말줄임표만 가득하다. 나는 아직도 그 친구에게 안녕을 고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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