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까지 백신 접종을 마친 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간다. 백신 접종이 처음 시작됐을 때 뉴스로 나오는 부작용 사례를 보며 아직 연구가 덜 된 상태일 텐데 진짜 이런 백신을 맞아도 되나 의심스러웠는데, 어느 순간 그 두려움보단 이 판데믹이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커졌다. 집단 면역을 형성하려면 전체 인구의 60~70퍼센트가 항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데, 그 수치를 하루빨리 달성하기 위해 나라도 어서 맞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들이 접종자들이 여행할 수 있도록 국경을 부분적으로 열어주는 것을 보며 어느 정도 희망이 보였고. 그래, 이제 곧... 다시 영국에도 가고, 한국에도 가서 아기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겠구나. 그런데 좋은 소식은 그렇게 쉬이 오지 않았고 나는 김칫국을 너무 일찍 들이켰다.
오늘 캐리 람 행정장관이 외국에서 홍콩으로 입국 후 격리 절차 간소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아직까진 여행 갔다가 홍콩에 다시 돌아오면 정부에서 지정한 호텔들 중에 한 곳을 예약해서 3주간 격리를 해야 한다. 물론 자비 부담이고. 공항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를 해야 하는 시간이라든가, 좁은 기내에서 확진자와 가까이 앉게 될 수도 있다는 것보다도 3주간 코딱지만 한 홍콩 호텔방에서 창문도 열지 못하고 지내는 것이 제일 큰 문제였기에 한국행을 계속 미뤄왔다.
격리 기간이 줄어든다거나 자가격리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백신을 맞았지만, 우리처럼 어린 아기가 있는 가정은 해당 사항이 없다. 현재 6세 미만 아기들에게 접종 가능한 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완료한 사람의 의무 호텔 격리 기간을 2주로 줄여주는 방안이 나왔을 때에도 나이 어린 아기들을 둔 엄마 아빠들이 문의를 했었는데 홍콩 정부의 답은 간단했다.
"2차까지 백신을 접종하고 14일이 지난 사람이라면 2주 격리가 가능하고 아기들은 백신을 맞지 않기 때문에 의무 격리 기간이 3주다. 하지만 아기들만 호텔에서 생활할 수는 없으니, 부모 중 한 명, 또는 둘 다 아기들과 함께 3주 격리를 해야 한다." 아기들에게 임상 실험을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백신 회사 업데이트 뉴스를 본 것이 얼마 되지 않았으니, 현실적으로 아기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으려면 한참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결국 그렇게 기다려왔던 격리 간소화 브리핑이었는데,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번에 한국 정부가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도 한국 입국 후 격리 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나서 더 바람이 들었다. 서둘러 한국행 비행기 티켓도 알아봤다. 한옥에서 하는 돌 기념 촬영도 알아보고. 그날 밤 그렇게 난 마음으로는 벌써 한국 가서 돌잔치까지 하고 왔다. 이번에 홍콩 격리 기간이 여전히 3주로 확정되면서 결국 그 꿈이 물 건너 가버렸지만.
아쉽다. 내가 한국에 가서 누리고 싶은 편리함이나 향수를 부르는 음식,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격리를 하고서라도 아기들을 한국에 데려가고 싶었던 이유는 가족이다. 첫째는 7개월 경, 우리 가족이 영국에서 홍콩으로 이사할 때 남편이 집을 구할 때까지 나와 둘이 한국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지냈다. 그래서인지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어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친근감을 표시한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이용해서 화상 챗을 했더니, 이제 화상 연결음만 들리면 무조건 "할머니! 할아버지!"를 외치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하겠다며 수시로 핸드폰에 있는 노란 아이콘을 꾹 누른다. 둘째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실제로 만나 본 적이 없다. 이제 돌이 다 되었는데... 출산 이후 자가격리였을 때, 그때 힘들더라도 한국에 아기를 데리고 다녀올 걸 그랬다. 그때의 격리 조건은 지금보단 훨씬 나았으니까. 비행기로 겨우 3시간 반 거리, 거길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가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는데,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것은 아이들 뿐이 아니었다. 내 그리움과 아쉬움도 그렇다. 우리는 언제 다시 한국에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