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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Nov 15. 2020

카말라 해리스의 당선을 보는 불편한 시선

 바이든 후보가 다음 미국 대통령으로 뽑히면서 주목받은 다른 인물은 바로 그의 러닝메이트, 카말라 해리스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유튜브에도 당선 후 카말라의 연설 내용들이 편집되어 엄청난 조회 수를 올리고 있고, 방송에서도 그녀가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이라며, 그것을 축하하는 흑인 여자아이들이 나오는 화면을 보여주며 그녀가 수많은 흑인 여자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희망을 주는지 등을 벅차오르는 음악을 담아 함께 편집해서 보여준다.


 대단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그 사람 자체나 그 자질에 대한 것보단 그의 부통령 당선을 바라보는 시선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카말라 해리스는 인도 출신 이민자 어머니와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이 이혼 후 어머니가 싱글맘으로 그녀를 키웠다. 카말라 본인이 올해 말하긴 했다. 어머니가 자신을 강한 흑인 여성으로 키웠다고. 본인이 정치적으로 한 선택이든, 정말로 그녀의 인도인 어머니가 이혼한 남편의 문화를 더 중요시해서 딸을 강인한 흑인 여성으로 키우고 싶어 했던 건지 사실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굿 초이스. 흑인 프레임은 미국 선거에서, 특히 BLM이 세계를 강타한 이슈가 된 올해엔 더더욱 쓸모 있는 프레임이니까.


 어찌 됐든, 예전에 카말라 해리스가 인도계 배우 겸 작가인 민디 캘링의 쇼에 나와서 남인도 음식인 마살라 도사를 함께 만드는 것을 보면 그녀가 자라며 접했을 인도의 모습이 보인다. 카말라가 민디에게 "내 가족의 절반이 당신같이 생겼어요."라고 한다든가, 그녀가 먹으며 자란, 이들리를 포함한 남인도 음식들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도. 하지만 미국에서 만들어져 인터넷에서 조회 수를 높여가는 수많은 비디오 클립에서 카말라의 인도인 배경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읽을 수 있는 것은 인도계 이민자 어머니가 있다는 것 정도? 미국에 사는 수많은 인도계 여자아이들도 있는데, 카말라의 성공을 축하하는 인도인 여자아이들의 모습은 방송에 나오지 않는다. 씁쓸하다. 카말라가 흑인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인도인 임도 함께 주목받았으면 좋겠는데, 역시 미국에서 갈색 사람들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 911사건 이후 미국에선 갈색 사람들은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더 자주 인종차별의 대상이 됐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 오는데 아무도 "모든 갈색 사람이 테러리스트는 아니잖아요!" 하며 Black Lives Matter처럼 자성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같은 BLM인데. Brown Lives Matter, too!


 동시에 내 기분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인도의 매체들이다. 인도인이 미국 부통령이 됐다! 우리의 딸이 미국 부통령이 됐다! 힌두스탄 타임스 등 인도 신문들이 앞다투어 이런 식으로 보도했다. 카말라의 인도계 혈통이 미국에선 별로 중요치 않아 불편한 동시에, 그녀의 인도계 혈통이 인도에서 너무 주목을 받는 게 불편하다. 아직도 굉장히 전통적이고 가부장적인 분위기의 인도에서, 이혼하고 싱글맘이 키우는 혼혈 아이. 특히나 피부색으로 차별이 심한 인도에서 백인도 아니고 흑인이 아버지인 혼혈 아이에게 고운 시선을 보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이제 성공해서 미국 부통령이 됐으니 "우리 인도의 딸"이라며 자랑스러워한다.


 오로지 잘 된 이후에서야 우리 민족이라며 환호하는 모습. 이번에 인도에서만 보이는 모습이 아니다. 슈퍼볼 이후 하인스 워드를 "한국인 최초의 미식 축수 선수"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호들갑 떨던 한국의 언론도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까. 당시에도 그 분위기가 참 불편했는데, 이번 선거 후 인도 매체나 온라인상의 코멘트도 너무나 불편하다. 내가 불편해한다고 바뀌진 않을 테고... 지금 내가 바랄 수 있는 것은 단지 카말라 해리스가 비주류 이민자 출신인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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