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1, 2024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어제부터 소설 '채식주의자' 를 읽기 시작했다.

나는 노벨문학상의 영광에 휩쓸려서 평생 관심도 가지지 않은 작가의 책을 이제야 찾아보지만,

그녀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 이미 다 읽었기에, 이 책을 읽고 나서의 나의 무드를 걱정해준다.

정말 말 그대로 '배우신 분' 이어서 내게 너무 도움이 된다.

배운만큼 배려해주고, 배운만큼 대화가 잘 통한다.


나는 어떻게 그렇게 책을 빠르게 읽느냐며, 본인은 느리다며 겸손하게 말한다.

책을 읽는 행위에 정석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보기에 더 진중하게 내용을 빨아들이는 것은 그녀다.

나는 가성비와 효율로 살아온 사람이라서, 그녀만큼 진실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그녀가 세상을 보는 시선을 배우고 싶다.


오늘은 MBTI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마지막으로 테스트했을 때는 ESFJ 였다.

그녀는 제대로 끝까지 테스트해본 적이 없어서 정확한 MBTI 를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MBTI 라든가, 심리테스트라든가, 혈액형이라든가, 사주 혹은 점성학이라든가, 미신이라든가,

사람의 성격이나 미래를 너무 몇 가지로 분류하는 경향은 싫어하는 편이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ESFJ 의 특징을 읽어줬을 때는 우리 둘 다 깜짝 놀랄 정도로 내 모습이긴 했다.


돈을 받으면 바뀌는 MBTI 라는 그녀의 농담에,

그녀의 MBTI 는 'COIN' 인 것 같다고 받아치니 그녀가 웃는다. 좋다.

의미 없는 썰렁한 농담에도 웃어주는 그녀가 좋다.

사실 그녀의 MBTI 는 'LOVE' 라서,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사람인 거라고 덧붙이니 그녀가 좋아한다.

앞뒤 논리 없고 재미도 없는 이런 고백에도 고마워하는 그녀가 좋다.


그녀는 오늘 회사 동료에게 스타벅스 특별판 도시락통을 선물 받았다. 사진으로만 봐도 너무 예쁘다.

같이 딸려오는 보자기를 전통매듭으로 그녀가 묶으니, 더 보기 좋다.

그녀는 손재주가 있다. 센스도 있다. 무엇을 건드리든 그녀의 손으로 만지면 예술이 된다.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부르고 싶다. 외모만이 아니라 취향마저 아름다운 사람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그녀는 몇달 동안 자기관리를 못했다고 얼토당토않은 자책을 하며,

곧 식단을 철저하게 지켜서 닭가슴살과 브로콜리 위주로 먹을 계획을 짠다.

이미 허리 어딜 만져봐도 허리가 실종된 사람인데, 멈춤이 없다.

어떤 부위를 보든,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자주, 오래, 꾸준히, 귀찮음을 참고, 게으름을 뚫고, 고통을 참아서, 땀을 흘려왔는지 존경스럽다.


가고 싶지 않은 식사자리와 술자리와 단체생활의 향연인 일터에서 어떻게 관리해온 것인지 신기할 따름이다.

자신에게 정말 가혹한 사람이다. 날카롭게 자신을 갈고 닦아 격식을 차릴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나를 포함한 타인은 끝없이 용서해주고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사람의 겉을 너무 중요시하는 사람은 피해왔다.

그런 사람과 잘 맞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외면을 신경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면이 부실한 것이 문제란 걸 깨달았다.

그녀의 내면을 닮아가고 싶다. 나도 겉보다는 속이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그녀가 아름답다.

하지만 아름답지 않은 것에도 눈을 찌푸리지 않고, 오히려 긍휼한 눈빛을 보이는 그녀가 좋다.


아름다운 그녀의 손을 잡고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경험하고 싶다.

아름답지 않은 곳에도 그녀를 데려가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

그녀 덕분에 내 삶이 아름다움으로 가득찬 것처럼.

그녀다운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그녀를 닮고 싶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자신에게 철저하게 엄격한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그녀의 외모만큼이나 아름다운 그녀의 내면을 본받고 싶었고,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다운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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