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19,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다음주 그녀와 여행을 떠난다.

이번주는 그래서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그녀와 있는 동안 일을 신경쓸 필요가 없도록.


월화수목금토 연속으로 일했고, 6시에 일어나, 7시부터 일을 시작하고, 최대한 집중해서 일하고,

점심시간은 20분 이상 쓰지 않고, 11시에 일을 마무리하고, 11시 반 정도에 집에 도착해서 취침.

기계처럼 반복했다. 그 어느때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그녀와 휴가를 보낸다는 인센티브만으로도 나는 가장 효율적인 직원이 되고,

그녀도 나와의 휴식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의 몸과 마음은 생기가 넘친다.


얼굴엔 뭐가 나고, 코가 붓긴 했다.

하지만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그녀와 통화를 하는데 또 대화 지분의 95% 를 차지해버렸다.

몸이 안 좋던 그녀가 오늘은 조금 쉬며 컨디션을 회복했는데, 정작 내가 더 신났다.

1시간 38분 동안 내가 끝없이 조잘조잘대는 말을 그녀는 오늘도 인내심 깊게 들어준다.


점심으로 부리또 볼을 픽업하러 가는 길에 이어폰을 끼고 올드팝/재즈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본다.

알고리즘이 내 기분을 알아차린듯,

재즈 최고의 거장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가 첫 곡으로 흘러나온다.


I see trees of green, red roses too

I see them bloom for me and you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


오늘의 날씨는 꽃이라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가혹하게 추운 날씨이다.

그런데도, 그녀 생각을 하며 이 노래를 들으니, 온 세상이 꽃으로 가득찬 것 같다.

그녀가 있는 이 세상은 정말 아름답다.


그녀는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꽃' 과 같은 존재이다.

그 어떤 꽃을 보든 그녀가 제일 먼저 떠오르고, 꽃다발을 가장 주고 싶은 사람이다.

그 어떤 꽃을 들고 있어도 꽃이 못나 보이도록, 지나치게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라는 꽃이 시들지 않게 하고 싶다.

사랑해주되 너무 햇빛을 강하게 쬐이거나 물을 지나치게 주지 않도록 꽃의 상태를 살피고,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존재이므로 항상 부드럽게 다루고, 꽃으로도 때리지 않는다.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나서,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녀는 '혼자도 건사하기 힘든 삶에, 나까지 돌보고 챙겨주겠다고 해서 고마워' 라고 말해준다.

정말 고마운 말이었지만, 나는 혼자 있는 삶이 불편하고, 그녀와 함께 있는 삶이 제일 편하다.


작년에, 내가 그녀와 함께 살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준비와 마련을 해야하는지 생색을 낸 적이 있다.

정말 못나디 못난 말이었다.

내가 큰 용기를 내서 사랑을 쏟는 결정을 했는데, 왜 나를 그만큼 사랑해주지 않냐는 열등감의 폭발.


다행히 지금의 나는 더욱 큰 믿음과 확신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그녀가 고맙게도 그런 확신을 줄 수 있는 말과 행동을 더 많이 해줘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100%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그녀를 사랑하고 있고,

그녀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다. 확신한다.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나의 이제 꽤 오래 된 습관이다.

살다보면 어떤 일이든 의지가 꺾일 때가 있다. 의지가 억지가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습관이 아군이 된다.


그녀를 사랑해주는 일은 나에겐 숨쉬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떤 부자연스러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그녀라는 존재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랑한다.


그녀는 사랑스럽게 성실한 사람이다.

게으른 사람들은 조금 일하고 자신들이 성공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는 가능한한 열심히 일하면서도 자신이 게으르지 않은지 걱정을 한다.

편안함을 느낄 틈이 없고, 물이 고여있을 틈이 없다.


그녀의 성실함을 본받아 오늘도 일에 박차를 가한다.

그녀와 같이 아름다운 사람을 더 본받고, 더 닮아가고, 더 깊이 이해해주는 것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나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귀가 아프도록 떠드는 내 말을 다 들어주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어렵지도 않은 일들로 생색을 내는 나란 인간의 호의를 고마워해주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나의 세상을 꽃으로 가득 채우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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