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7,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여행 뒤 그녀를 바래다주자마자 일요일부터 쉬지 않고 야근을 해왔다.

일, 월, 화, 수, 목, 금, 토요일을 야근하는 스케쥴이다.

다음주 월요전체회의에서 큰 발표를 해야한다.


그녀와의 행복했던 시간과, 그 추억과, 그녀가 만들어주는 영상과, 그녀라는 정신적 지주 덕에,

나 혼자 웃으면서 일하고 있지만, 몸에는 스트레스가 쌓인 것이 느껴진다.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내도록 강렬한 음악을 듣는다.

Meek Mill - I'm a Boss (feat. Rick Ross) 를 들으며 출근한다.

나 같이 겸손한 척 하는 사람도,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난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노래이다.


"Audemar on my wrist, bustdown.

We poppin' bottles like I scored the winning touchdown.

Remember me dead broke? Look at me, up now.

I run my city from South Philly back to Uptown."


그녀를 만난 이후로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난 부분이 분명 두 가지 정도 있긴 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며,

나만큼 그녀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자랑스럽다.

나는 그녀를 만나서 더 좋은 사람이 됐다. 아니, 더 잘난 사람이 됐다.

그녀가 매일 확인시켜준다. 나는 그녀에게 완벽한 사람이라고.


오늘 그녀는 오랜만에 집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나와 긴 여행을 마치고 여독이 풀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나처럼 일주일 내내 야근해온 그녀.

나보다도 수고한 그녀가 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평안해진다.


그녀는 그녀의 커리어에 있어 큰 변화를 겪는 중이다. 다음주부터는 새로운 커리어를 향한다.

마음이 편치 않을텐데, 정작 본인이 나보다 더 의연하게 미래를 마주하고 있다.

이렇게 멋진 그녀의 팔과 다리가 되어주고 싶다.


문학소녀인 그녀 덕에 최근에 알게 된 또다른 책이 있다. "팔과 다리의 가격" (장강명 저).

북한에서 석탄을 운반하는 화물열차의 바퀴에 한 팔과 한 다리를 잃은 '지성호' 씨의 이야기이다.

그런 상태의 몸을 가지고 지성호 씨는 결국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까지 지냈다.

잃어버린 팔과 다리의 '가격' 보다, 아직 가지고 있는 한 팔과 다리의 '가격' 이 돋보인다.


그녀와 오랜만에 길게 통화를 했다.

나는 그녀의 팔과 다리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이미 너무나 아름다운 팔과 각선미 넘치는 다리를 가졌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빠르게 달리며 칼을 휘둘러, 단단하고 튼튼하게 근육을 쌓아왔지만,

그녀가 어떤 길로 가서 어떤 일을 하든, 나는 부족하나마 그녀의 작은 도움이 되고 싶다.


오랜만에 한 시간 정도 대화하니 좋았다. 하지만 언제나 대화의 스킬은 부족하다.

나는 단호하게 얘기하겠답시고, 그녀가 '나한테 화낸 거야?' 하고 오해하게 할 때도 있다.

대화의 스킬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녀와 평생 더 많은 대화를 나눠서 갈고 닦고 싶다.


나는 그녀의 대화방식을 좋아한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그녀의 인성, 지성, 사려깊음, 배려가 묻어나온다.

그녀는 솔직한 사람이다. 하지만 솔직함이 무례함이 아니라 호감으로 다가오게 하는 사람이다.


진심을 숨기고, 강하게 행동하고 센 척하는 것처럼 추접스러운 남자는 없다.

나도 그녀에게 더 솔직하고 싶다. 다만 무례하지 않게.

아직은 갈 길이 요원하다. 더 성장해야 한다.


그녀는 나에게 왜 친구를 만나지 않는지 묻는다.

나는 원래, 사회성이 높은 그녀와는 달리, 친구 만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해본다.

게다가 그녀를 만난 이후로는 다른 친구들은 솔직히 너무 비교가 돼서 만나기 싫어졌다.


나도 베스트프렌드라고 불렀던 친구들이 많았다.

하지만 난 그녀만큼 잘 맞는 친구를 만나본 적이 없다.


친구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이라고 한다.

'오래' 라는 말이 키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가장 친한 친구는 끝까지 남는 친구이다.


그녀는 몇주 전 나에게 '제일 친한 친구' 가 되어달라고 고백했다.

그리곤 1초만에 '아니, 제일 사랑하는 사람' 이 되어달라고 말을 바꿨다.

그때 나는 그 두 가지가 꼭 동시에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녀와 제일 친하고 가깝게 지내고, 제일 오래 사귀고,

끝까지 남아서 제일 사랑해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사랑은 돈을 얼마나 쓰는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모든 시간과, 나의 모든 마음을 그녀에게만 쓰고 싶다.


살다 보면 생각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생각 끝에 나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나면, 그때부턴 닥치고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녀가 다음주부터 새로운 커리어를 맞닥뜨리는 결의를 말해줬다.

'남' 이 아니라, '나', 그녀 자신을 위해서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한다.

생각할수록 멋지다. 나도 '그녀' 를 위해서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오늘' 과 '내일' 에 더 박차를 가한다. 나는 할 수 있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남기는 동안에도 할 일은 계속 쌓이고 있다.

신데렐라처럼 항상 12시 정각에 퇴근할 계획을 세운다.


12시에는 신데렐라보다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수고한 뒤 푹 쉬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남' 이 아닌 '나' 를 위해서 살아가려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목소리만으로도 내게 힘을 북돋아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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