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바쁘게 성장하는 한 주를 보낸 그녀는 오늘 오랜만에 약간의 휴식을 취한다.
좋은 친구를 만나 인생네컷 사진도 찍고, 친구에게 늦은 생일선물로 흑돼지 육포도 받아왔다.
육포에 곁들여 오랜만에 와인도 한 잔 마셔본다. 그러면서 나와 깔깔대며 대화한다.
일상을 열심히 살아내고 잠시 숨을 돌리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친구와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히 잠옷 가게에 들어가서 사게 된 잠옷을 보여준다.
잠옷이 너무 귀엽다. 귀엽긴 한데, 잠옷이 '귀엽다' 는 것은 '조그맣다' 는 것을 의미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아름다운 그녀가 입으면, 귀엽지 않을 디자인이다.
오늘 밤잠은 글렀다. 그녀는 참 여러가지로 나를 미쳐버리게 한다.
그녀는 오랜만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커피숍에서 둘이 이야기를 나눈 셈이다.
좋은 친구와의 시간도 정말 좋지만, 내가 그녀에게만 제일 집중해주는 사람이란 걸 느꼈단다.
그리고 그녀가 혼자서 신경쓰고 시간을 써가면서 관리하고 있던 작은 부분들을,
내가 세심하게 알아봐주고, 인정해준 것이, 그녀가 나를 좋아하게 된 시작점이라고 느꼈단다.
정말 고마운 말이었다. 나의 정성을 누군가 알아주는 것만큼 보람 있는 일은 없다.
알아주는 상대방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말이다.
나는 더 세심한 사람이 되어서, 그녀가 아무 생각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물흐르듯 흘러가게 하겠다.
그녀는 지혜로운 대화를 하는 사람이다.
거짓말을 하느니 입을 다무는 편이고, 하지 못할 말을 하느니 침묵하는 편이다.
구차한 내용이나, 내가 기분 나쁠 일에는 말을 아낀다.
그녀가 이야기하지 않을 때는 언제나 적절한 이유가 있다는 믿음으로, 나는 그런 배려를 고마워한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칭찬할 때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그녀가 오늘처럼 나의 세심함에 대해 칭찬해준 말들만 잘 기억하고 조합해보면,
그녀를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열쇠를 찾을 수 있는데, 왜 더 귀기울이지 않았나 후회한다.
그녀는 내가 그녀를 1순위로 두고 항상 배려해주는 면을 좋아한다.
그녀는 내가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는 내가 - 부족할 때가 많지만 - 최대한 나의 말투와 단어 선택을 조심하려는 노력을 알아준다.
그녀는 내가 음식에든, 타인에든, 사회 현상에든, 긍정적으로 포용하는 모습을 보일 때 칭찬해준다.
이렇게 '그녀를 행복하게 만드는 법' 에 대해서 설명서를 줬는데도 따르지 않으면 나의 잘못이다.
그녀가 나에 대해 칭찬해줄 때, 감사한만큼 더 귀기울여 듣는 사람이 되리라.
그녀는 그렇잖아도 기억력이 좋고 말을 잘 하는 사람인데,
술이 조금 들어가면 기억력과 말솜씨가 더 좋아지는 신기한 사람이다.
그녀에게 수많은 칭찬을 듣고도 나는 셀 수 없는 흑역사와 망발을 저질러왔다.
나의 흑역사와 그녀를 향한 망발을 장난으로 언급하며 내가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게 한다.
내가 소리지르며 괴로워하는 것을 볼 때 제일 크게 웃으며 행복해하는 그녀.
나는 그녀가 나를 괴롭힐 때 제일 행복하다.
평생 그래줬으면 좋겠다. 그녀는 웃을 때 가장 아름답기 때문에, 그녀가 평생 웃을 수 있도록.
그녀는 내가 그녀를 세상에서 제일 반짝이는 사람이라는 듯한 눈빛으로 봐주지 않으면,
내 곁에 있지 않을 때면 자신은 그리 반짝이지 않는다고 오늘도 겸손하게 이야기한다.
정작 친구와 찍은 인생네컷 사진을 보니, 그녀는 눈이 부실만큼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예쁘고 반짝이는 존재이다. 겸손해서 더욱 빛난다.
그리고 미래의 그녀는 더 빛날 것이고, 그녀가 더 빛나게 해주는 것이 나의 삶의 목표이다.
그녀는 오늘도 우리가 함께 생각할만한 소중한 주제들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를 꺼낸다.
사람이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본다.
그녀의 격조 높은 예로, 공자의 말씀 두 가지 정도를 찾아본다.
不患莫己知 求爲可知也.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알려질만한 사람이 되기를 구하라.
不患人知不己知 患不知人也.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해라.
그녀는 그녀 자신이 지나친 인정 욕구가 있는지 스스로를 살피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만큼 공동체 안에서 꼭 필요한 수준의 인정 욕구를 가지고, 팀플레이를 하며,
남을 끌어내리고 자신을 갉아먹기보다, 자신의 성장을 건강하게 꾀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녀는 내가 본 사람 중에 자존감이 제일 높은 사람이고, 열등감이나 우월감이 없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닮아가고 있기 때문에, 나도 더 단단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었다.
또다른 주제로, 그녀는 '사람이 사람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용서해줄 수 있을까' 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나라면 뭐든지 이해해주고 지지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백한다.
'내가 아니면 누가 자기를 알아주겠어~'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해준다.
살짝 눈물이 날뻔하다가 울보라고 또 놀림 받을까봐 참았다.
그녀는 나와 사귄 첫날부터 나를 그 누구보다 이해해주고, 나란 사람 그대로 받아주고 알아줬다.
나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녀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인만큼, 제일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아니면 누가 그녀를 알아주겠어.
말 뿐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녀라는 사람을 깊이 이해해주고, 자유롭게 해주려 한다.
내가 무조건적으로 믿던 것이 정말 맞는 것인지 조금 의심해보고,
내가 절대 동의하지 않던 것이 정말 틀린 것인지 조금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려 한다.
그녀와 같이 강물처럼 초연하고 부드럽게 흘러가는 사람이 되도록.
삶은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많다.
그때마다 분노하고 억울해해보니, 나 자신만 갉아먹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나보다도 더 많은 역경을 겪었을텐데, 모든 걸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너무 무겁지 않게 받아들이고, 그 누가 객관적으로 봐도 불행한 상황에도 함몰되지 않는 사람이다.
그녀의 꿋꿋함을 닮고 싶다.
우리는 오늘도 곧 함께 살 계획과 일정, 타이밍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나는 그녀가 '과거로 잡아두려고 하는 사람' 이 아닌, '미래로 데려가려고 하는 사람' 이어서 참 좋다.
남자들이 군대 얘기, 왕년의 무용담 등을 늘어놓으면 누가 들어도 지루한 이유가 있다.
'라떼는 말이야' 라는 과거에 매몰되어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예전의 내 모습만 기억하고, 내가 새로운 첫발을 내딛으려 할 때,
'너 같은 사람이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 '사실 너는 공부할 머리는 아니지.'
이렇게 나의 미래를 나의 과거로 재단하는 사람들은 내 인생에 가까이 둘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십중팔구 나의 과거를 잘못 알고 있다.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녀를 22년 전에 만났지만, 처음 봤던 그녀가 첫 눈에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기억하지만,
그녀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다. 언제나 앞을 보고, 미래를 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랑한다.
미래를 바라보는 그녀이기에, 그녀는 나에게 수많은 '그녀의 처음' 을 줬다.
그리고 편협하기만 했고, 좁은 우물 속에 갇혀살던 나에게 수많은 '나의 첫경험' 들을 줬다.
내가 알던 그녀는 정말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래서 너무 고맙고, 영광스럽고, 행운이다.
나와 그녀는 매일 성장하고 있다.
모든 것이 첫경험일 필요는 없다. 우리는 22년 전 처음 만났을 때의 어린 아이들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순간을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나도 그녀와의 미래만을 꿈꾼다. 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내일로 가고 싶다.
어서 그녀와 매일 밤 함께 잠들고, 매일 아침 새로운 날들을 두 손 잡고 열어가고 싶다.
그래도 나는 잠시 과거를 돌아보곤 한다. 이유가 있다.
과거의 내가 부러워했던 것들을 지금의 내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본다.
이렇게 겉과 속이 모두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사람이, 나를 자신의 몸처럼 사랑해주고 있다니.
나는 과거의 내가 부러워하던 사람이 되어 현재를 살고 있다. 이제는 부러울 것이 없다.
다시 한 번 그녀의 인생네컷 사진을 바라본다. 빛난다.
활짝 웃고 있는 그녀가 내 인생의 네컷을 비춰준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조금 쉬면서도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이런저런 대화 주제 속에서도 나에게 깨달음을 주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내가 곁에 있든, 떨어져 있든, 나를 밝혀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