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4, 2024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가 사준 시계를 내려다본다.
시간을 보기 위해 시계를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컴퓨터든, 벽시계든, 핸드폰이든, 주변에 이미 온통 시간이 가득차있다.
하지만 그녀가 사준 시계 위에는 항상 그녀가 아른거린다. 그때마다 손목을 내려다본다.
평생 모아온 시계가 몇십 개가 있지만, 그녀를 만난 이후론 이 시계만 찬다.
그녀는 뺄 살도 없으면서 오늘이 다이어트 1일차라고 한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 스타벅스 모카 프라푸치노 인증샷을 보내준다.
그녀는 나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이다. 우습지 않은 사람이지만, 웃긴 사람이다.
그녀는 아침 5시부터 일어나서 운동을 한다.
일터에도 일찍부터 출근해서 늦게까지 일하는데, 잠도 부족한데 아침 운동까지 제대로 한다.
그러면서 나와는 전화통을 몇 시간이고 붙잡고 있는다.
나도 고삐를 놓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에게 도전이 되고, 자극이 되는 사람이다.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하는 사람이다.
오늘 그녀는 '감사장' 을 받았다. 그녀의 일이 인정받는 것 같아서 내가 괜히 뿌듯하다.
밥값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덕목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인정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내가 그녀의 고생을 100%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녀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알기 때문에
더 많은 감사를 받고, 더 많은 인정을 받고, 더 많은 보상과 부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가장 큰 보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공들여서 성을 쌓아올렸는데,
내가 파도처럼 그 모래성을 무너뜨리는 것 아닐까 신경이 쓰일 때가 있다.
하지만 더 좋은 장소에서 함께 앉아 더 탄탄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짓고 싶다.
우리 둘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오늘은 우리의 과거 추억 이야기를 많이 했다.
수많은 우연이 쌓여서 필연적인 운명이 된 이야기를 했다.
지내온 시절이 헛되지 않았다.
그녀야말로 나의 '감사장' 이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나보다는 그녀가 많이 변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골똘히 생각해보니 꼭 그렇지는 않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바라고 그리는 자신의 모습이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된 사람은 드물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고,
내가 가진 것에 완벽하게 만족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고,
나의 꿈을 완전히 이루고 '다 이루었다' 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신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나는 그녀 덕분에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고, 살고 싶은 삶을 살아가고 있고,
내 안에 있는 그녀 덕분에 빈틈없이 만족하고 있으며, 그녀와 함께 하는 꿈을 이룰 생각에 부풀어있다.
만사 제쳐놓고 그녀가 1번인 사람이 되었다.
100명 중 99명이 다른 사람이 더 예쁘다고 해도, 나만은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보이는 사람이 되었다.
집에 혼자 있고 싶었는데, 그녀를 만나러 나가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퇴근하지 않고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집에서 기다리는 그녀에게 달려가고픈 사람이 되었다.
고생고생해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녀와 세상 구석구석을 가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말이 많아졌다.
커플잠옷을 입고 싶어졌다.
그녀와 이런저런 술을 마시려고 와인 리스트 스마트폰앱을 평생 처음으로 다운받았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설레이지 않는 하루에 짜증을 냈는데, 이제는 매일 아침이 설레는 사람이 되었다.
이런 내 모습이 썩 마음에 든다.
나는 오지도 않을 미래의 안 좋은 일을 걱정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 지금 확실히 다가오고 있는 미래의 행복을 기대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겠다. 그녀와 어울릴 수 있도록.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감사장을 받을만한 그 동안의 노고가 느껴졌기에 안아주고 싶었고,
몸이 힘들어도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매사에 임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나에게 맞춰서 태어난 듯한,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 모습이 신기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