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천국의 계단을 1224개 오른다.
오늘은 일찍 출근해야 하는 날도 아닌데, 참 부지런하다.
이렇게 그녀는 알찬 하루를 보내고 집에 안전히 돌아왔는데, 혼자 테이블에 무릎을 부딪혔다.
멍이 들 정도로 세게 부딪힌 것 같다.
올림픽에 출전할 사람처럼 운동하느라 몸이 아픈데, 이렇게 부딪히기까지 하니 몸이 성할 데가 없다.
나만 그녀를 멍들고 아프게(?) 해야하는데. ... 으응?
입안도 조금 헐었다 한다. 열심히 일하고, 자신을 갈고 닦고, 바쁘게 돌아다니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여느때보다 편해보인다.
점점 얼굴도 갸름해지고, 온 몸의 피부에서 광이 난다. 아름답다.
나는 요즘 매일 꿈이 이루어지는 삶을 살고 있다.
몇달 전에 바랐던 것들이 모두 이루어지고 있다.
그녀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신을 위해 오롯이 살고, 더 건강해지고 아름다워지고 있다.
나는 그녀와 함께 살기로 하고, 우리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계획대로 착착 진행하고 있다.
너무 완벽해서 무서울 정도다.
이렇게 물흐르듯 흘러가도 괜찮은걸까. 이렇게 잘 풀려도 되는걸까. 괜한 불안이 온다.
그럴 땐 그녀의 사진과 동영상을 본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녀는 이미 작년 여름부터,
"난 네가 너무 좋아져서, 이제 너를 잃을까봐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 라고 고백해줬다.
"나는 진짜, 왜 자기 같은 사람이, 아직 혼자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야,
어제도 그게 이상해서 잠이 안 오더라니까" 라고 칭찬해줬다.
"처음으로 너무 무서워졌어, 내가 분명 단점이 있고 자기가 참을 수 없는 부분이 있을텐데,
그래서 내가 싫어지면 어쩌지?" 하고 걱정도 하고,
"아침운동 마치고 씻는데, 또, 갑자기 이 행복이 끝나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 라며,
"너무 사랑해서 좀 걱정될 정도로 사랑해" 라고도 말해줬다.
거의 1년 전 일이지만, 그녀의 그런 말들이 무슨 느낌이었는지, 요즘 더 많이 공감이 간다.
사람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거장 H.P. 러브크래프트는 그의 에세이, "문학에 나타난 초자연적 공포" 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감정은 공포이다.
또한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이다."
그녀는 내가 결코 대적하거나 거부할 수 없고, 심지어는 제대로 이해조차 할 수 없는 행복을 줬다.
부담 되고 미안할 정도였다. 경외감까지 느꼈다. 너무 소중해서 잃을까봐 무서울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담과 미안함보다는, 고마움으로 가득 채우는 법을 차차 깨달아가고 있다.
'받는 것이 어색한' 사람인 나와 정말 비슷한 그녀도, 아직 배워야하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녀는 오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보살피겠다고 결심하는 건, 얼마나 큰 마음일까' 생각했단다.
친한 친구와 대화하면서, 나의 배려와 고생을 언급하며, 큰 사랑을 어떻게 받아야할지 어려워한다.
친구는 부담과 미안함보다는, 고맙게 그리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라고 조언해줬단다.
나도 그녀도 배워야할만한 자세였다.
진심 어린 선물을 받았을 때,
부담을 느끼며 그 선물을 구석에 숨겨두는 것보다,
만인이 보란듯이 신나게 들고 다니고 많이 사용하는 것이,
선물한 사람의 마음에 더 큰 기쁨을 줄 것이다.
나도 그녀도 서로에게 베푼 것을 더욱 즐기는 사람들이 됐으면 좋겠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 당연한만큼,
그녀가 나를 사랑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물론 겸손한 그녀는, 내 사랑이 '당연하다' 고 지나치게 느끼기보다는, 오늘도 감사의 말을 퍼붓는다.
그녀와 영원하려는 나의 결심을 가치있게 여겨주고 고마워해주는 그녀의 마음에 또 감동을 받는다.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믿어주고, 같이 걸어가기로 한 그녀의 결심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She ruined me forever.
그녀는 함께 뭘 하든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다.
같이 걷든, 밥을 먹든, 미술 작품을 감상하든, 영화를 보든, 조용히 눈을 맞추든, 너무나 즐겁다.
그 중에서도 나를 가장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일은 그녀와 대화하는 것이다.
재미없는 주제도 그녀와 나누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이 되고,
재미있는 주제를 그녀와 나누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이 즐겁다.
오늘은 내가 최근에 무심코 내뱉은, "난 슬플 땐 힙합을 춰." 라는 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만화가 천계영 씨의 1996년작 순정만화, "언플러그드 보이" 에서 나온 명대사이다.
"언플러그드 보이" 는 90년대 후반 한국 대중음악 문화를 휩쓴 힙합의 트렌드의 일부였고,
그때 최고 그룹이었던 H.O.T 의 만화 캐릭터 디자인도 천계영 씨가 했던 기억이 난다.
잘 모르는 내가 그림체만 봐도 천계영 씨의 작품이구나- 하는 걸 알 수 있는 멋진 만화가인데,
2018년 손가락의 퇴행성 관절염 때문에, 이제 손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릴 수 없으시다고 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컴퓨터의 장애인용 기능을 이용하여 목소리로 그림을 그리신다고 한다.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화여대 법학과를 나온 사람이 이렇게 평생 만화를 그리다니.
정작 나는 순정만화이기 때문에 천계영 씨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지만,
우연히 뱉은 밈으로도 그녀와 90년도 그 때 그 시절을 웃으며 회상할 수 있다는 게 좋다.
내가 만나기도 전의 그녀를 만나는 것 같아, 아련해지기까지 한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그녀라는 사람에 대해 더 알게 된다.
그녀는 남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하는 점이나, 업무에 임하는 자세 등이 나와 비슷하고,
루틴을 중요시하고, 중대한 이슈들에 대해 나와 똑 닮거나 가까운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나 뿐 아니라 그 누구보다 남다른 시선과 관점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 배우고 생각할 기회를 준다.
나의 '초심' 이야기를 읽고 유쾌하게 웃으며 즐거워하던 그녀는,
"이제는, '초심' 보다는 '중심' 을 잡아야할 나이" 라고 말해준다.
정말 맞는 말이다.
그러니 그녀를 잡아야겠다. 그녀는 내 삶의 중심이기 때문에.
She is the center of my universe.
그녀의 남다른 시선 덕분에, 내가 새로이 배운 것들을 떠올려본다.
나는 그녀의 좋은 글이나 표현을 모아놓는 취미가 있다.
간결하면서도 그 깊이가 심오해서, 모아서 명언집을 내도 될 정도다.
"'리더쉽'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팔로워쉽' 이다."
"늦게라도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어른은, 멋진 어른이다."
"나쁜 것은 적응하기가 어려운데, 좋은 것은 무서울 정도로 금세 익숙해진다."
"말이 너무 많으면 일을 망친다."
"내가 좋은 사람으로 남아있으면, 결국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가장 존경스러운 점은, 그녀는 말한 대로 행하고, 생각한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여러 역경과 굴곡 있는 삶에도 굳은 심지를 지킨 그녀는, 나를 그녀의 삶의 보상이라 불러준다.
이런 사람과 매일 대화하니, 나의 매일은 배움의 연속이고, 새롭고 신선한 나날들이다.
어서 내일을 마주하고 싶다.
어제의 그녀를 안고 싶었고, 오늘의 그녀는 본받고 싶었지만, 내일의 아름다운 그녀를 보고 싶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입 안이 살짝 헐 정도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나의 사랑을 당연히 여기기보다는 언제나 고마워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세상만사를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과 간결한 화법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