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6,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는 오늘도 눈이 아플 정도로 열심히 일한다.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지만, 그녀의 눈이 되어주고 싶다. 내가 대신 아플 수 있게.

'Hump Day' 라고도 불릴 정도로 힘든 고개인 수요일이지만,

그녀는 '수요일' 은 어감도 산뜻하다며, 힘을 끌어올려 좀 더 긍정적으로 일에 박차를 가한다.


그녀는 '사서 고생' 이란 말이 -- 안타깝게도 -- 꽤 어울리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면서, 자신에게는 그 누구보다 가혹하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그 누구보다 크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목표에 다가가려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마 몸이 부서질 때까지 운동을 하고, 부모님이 걱정하실 정도로 식단을 조절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갈고 닦는 데에 제일 부지런한 게 아닌가 싶다.


나는 솔직히 이런 그녀의 모습이 좋다.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

존경하는 부분이고, 그래서 닮고 싶다.


세 치 혀가 강렬하게 먹고 싶다는 걸 먹지 않고 참을 수 있는 사람은 뭘 해도 성공할 사람이고,

몸이 운동하기 싫다고 소리지를 때, 몸을 일으켜 운동할 수 있는 사람은 나라를 구할 사람이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이다.

하지만 그녀는 무조건 어려운 일을 하고, 어려운 길을 가는 사람이다.

그녀는 농담 반으로 집에서 누워있는 '돈 많은 백수' 가 꿈이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나 혼자 일하더라도 겸손하고 알뜰한 그녀의 씀씀이를 충분히 맞춰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강요하다시피 제안해도, 나에게 10원 한 전도 부탁하지 않는 사람이다.


편견이 가득찬 말을 해보자면, 이렇게 외면이 예쁜 사람이 내면까지 꽉 찬 게 말이 되는 걸까.

비현실적이다.

매일이 꿈 같다. 깨고 싶지 않다.


그녀를 못 보는 날에는, 내 머릿속에서 그녀를 너무 신격화해서 비현실적인 줄 알았다.

곁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면, 인간적인 면모를 더 많이 보고, 현실이 피부에 닿아올 것 같았다.

하지만 내 눈에 보이고, 내 손길이 닿는 거리의 그녀는, 더 꿈결 같은 사람이다.

그녀는 가지면 가질수록 부족한 사람이다.


그녀의 귀에 어울릴 보석 이야기를 하다가, 진주 이야기를 했다.

최근에 박물관에서 보석 특별 전시를 봤다.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보석들을 많이 보면서, 그녀와 제일 어울리는 보석이 뭘까만 고민했다.

전시를 본다기보다는, 살 수 없는 가격의 보석들이지만, 쇼핑을 한다는 느낌으로.

에메랄드, 제이드, 페리도트 등의 초록색이 주로 눈에 들어온 기억이 있다.


내 머릿속의 그녀는 세상을 온통 '버건디' 색깔로 물들이는 사람인데,

동시에 싱그러운 여름 나무의 기운이 어울려서, 초록색이 떠오르게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22년 전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방금 파릇파릇하게 피어난 꽃줄기 같던 그녀를 추억한다.

물론, 새빨간 꽃봉오리가 그 무엇보다 화려하게 펼쳐진 지금의 그녀가 더 아름답지만.


그런데 보면 볼수록 진주라는 보석이 그녀에게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처럼, 우아하고 고귀한 색깔.

과하지 않게, 분홍색과 회색 중간 쯤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자태.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주이다.

이런 나의 고백에, 그녀는 그녀가 구입해줘서 최근에 나도 함께 읽은,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 에서 여자 주인공의 소회를 떠올렸단다.


"내 손바닥 위에 놓은 그것은, 새벽달처럼 옅은 분홍색과 회색으로 빛나는 진주 한 알이었다."

남자 주인공이 여전히 자신을 지켜주는 신호. 그녀는 그 모습을 다시 떠올려본다.


내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진주' 란 존재란, 뭔가 희생으로 인해 생긴 미래의 희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마치 진주가 바다 속에서 오랜 시간과 고통을 견뎌내며 탄생했듯, 결실을 맺는 느낌.

독립에 대한 염원과,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일제강점기라는 혹독한 시대 속에서도 잃지 않으려 했던 인간성, 사랑, 정의, 민족의식.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지켜야했던 인간의 존엄성.

역사를 통해 배우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한다는 집념.

그리고 책 속의 주인공들이 숭고한 정신으로 희생하고, 그 희생이 헛되지 않게 남긴 유산.

그래서 독립하여 대한민국으로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


어떤 사람이 좋아하는 책들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그녀가 추천해준 책들을 읽으며, 그녀와 같은 텍스트를 공유하는 경험을 즐길 수 있었다.

최근엔 "세 여자" (조선희 저) 와 "전쟁 같은 맛" (그레이스 조 저) 를 읽으면서 많이 느꼈는데,

그녀야말로 정말 진주 같은 사람이다.


모래가 전복의 살을 뚫는 고통을 통해 빚어낸, 찬란한 보석 같은 사람이다.

어떤 역경에도 잘 버텨온 사람이고, 진귀하고 지조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매일 '보석 같은 하루' 를 누리고 있다고 말해주고,

그것을 내가 준 것이라고 말해준다.


사람들이 '남편' 이야기를 하면,

그녀는 그녀의 남편을 떠올린단다. 그리고 그게 바로 나란다.


그녀는 나와 통화하며, 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든다.

오늘도 나의 작은 꿈들이 모두 이루어진다.


그녀가 그녀 자신을 위해 살게 해주고 싶다는 꿈. 보석 같은 하루를 보내게 해주겠다는 꿈.

그녀를 내가 매일 재워주겠다는 꿈.

그녀의 남편이라 불리겠다는 꿈.

Dreams are coming true in my life, every single day.


그녀는 나의 꿈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자신을 끊임없이 혹사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쓰러지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진주보다 빛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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