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8,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오늘은 새로운 큰 프로젝트를 받았다.

국제 정세와 시장이 매일이 다르게 숨가쁘게 돌아가서, 내 일이 점점 복잡해지는 시점.

하지만 내 책상에 내 손으로 만져야할 문서들이 수북이 쌓이고,

손으로 만질 수는 없는 이메일들과, 칼렌더의 미팅 블락들이 점점 늘어나도,

일하는 나의 입가에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이 번진다. 그녀 때문이다.


그녀는 내가 열심히 일할 때 제일 멋지다고 말해준다.

그 한 마디로도, 나에게 힘이 되고, 엄청난 추진력을 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며, 사랑하는 사람의 격려는 그 누구의 의견보다 중요하다.

서로의 일과, 미래를 향한 성장을 건설적으로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언제나 책임감으로만 일했다.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일했고, 잘리지 않기 위해 일했고, 나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서만 일했다.

하지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지켜주고 싶은 그녀를 만난 뒤, 아이러닉하게도,

오히려 나 자신을 위해서 일하게 됐다.


내가 그녀와 걱정 없이 먹고 사는 삶이 행복하기 때문에 일하게 됐고,

잘리지 않는 수준에서 수동적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작년 승진했을 때 그녀가 진심으로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던 모습을 떠올리며,

앞으로도 내 자신이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일에 임하게 됐고,

그렇게 그녀 덕에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됐다.


좋은 직원이 돼서,

그녀를 평생 모시고 싶다.


그 일환으로, 그녀와의 프리프리웨딩(?) 촬영도 계약을 마쳤다.

막상 안내문을 받아드니, 그녀와 결혼한다는 게 꽤나 피부로 다가왔다.

그녀와 이런저런 디테일을 상의하고 준비하는 것이 너무 재밌다.

그녀와 결혼하는 게 이 정도로 즐거운 일일 줄이야.


웨딩 촬영이란 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부담일 수 있고,

비용이나 수고에 있어 예민할 수도 있는 일인데,

내가 흔쾌히 호응해주고, 우리 둘 다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게 너무 좋다는 그녀.

그녀는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을, 항상 먼저 선수 쳐서 해주곤 했다.

너무 고마웠다.


그녀는 베프 중 한 명의 생일을 맞아, 오랜만에 베프들을 만나 불타는 금요일을 보내기로 했다.

나와의 추억이 담긴 Ruinart 샴페인 병도 한 병 준비해 간다. 그녀에 어울리는 예쁜 색깔의 술.

나와 둘이 손잡고 미술 전시회를 갔을 때, 프로모션을 하는 것을 보고 처음 알게 된 브랜드다.

조만간 그 전시회가 다시 열린다기에, 그녀와 함께 갈 생각만으로도 들뜬다.


그녀와 사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장소에서 여러 음식을 먹었다.

여러 미술관에서 여러 작품들을 봤고, 여러 브랜드의 여러 상품들을 마주쳤고,

여러모로 좋았던 일, 여러모로 아쉬웠던 일, 형형색색의 추억들을 쌓았다.


"나 이 샴페인 사왔는데, 우리 이거 그 전시회에서 먹던 것 기억나?" 하고 묻는 그녀.

그럼. 기억나지. 나는 입에도 대지 않아서 술맛이 기억나진 않지만,

잔을 들고 있던 네가 입고 있었던 옷과, 그 날 네가 어딜 가도 제일 예뻤던 게 토씨 하나하나 기억나.

그래서 난 그 이후로도 그녀와 리쿼샵을 갈 때마다 'Ruinart 한 병 사볼까나' 하고 찾아보곤 했다.


이렇게 우리 둘만 아는 이야기들이 점점 쌓여서 좋다.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끼리는 알량한 우월감을 느끼며 제일 행복한 커플인 척 하는 이야기.

글로 적기에는 재미가 하나도 없어도, 우리끼리는 빵 터져서 낄낄거리는 이야기.

그 누가 부러워하지 않아도, 그 누구에게 억지로 티를 내며 자랑하지 않아도,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해주는,

자존감과 자신감이 되는 이야기.


남에게 보여주려고 사랑한 적 없지만,

남에게 보여주고 싶을만큼 자랑스러운 이야기.


그래서 그녀에게 무슨 이야기든 더 하고 싶다. 그녀의 이야기를 시시콜콜 더 듣고 싶다.

그녀는 나의 어떤 얘기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내 가장 깊은 속마음까지 귀기울여 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예쁜 말을 많이 해주려고 한다.

그녀의 아름다운 귓가에 어울리도록.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녀는 귀가길에 오른다.

그 길에도 그녀는 나를 '자존감의 근원' 이라고 불러주길 잊지 않는다.


그녀야말로 나의 자존감이다.

나의 전부이고, 나의 제일 가는 자랑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오랜만에 불금을 보내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나에게서 자존감을 찾아주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세상에서 제일 자랑스러운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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