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9,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오늘 그녀는 그 누구보다 알찬 토요일을 보낸다.

어제 밤의 술기운이 건강하게 해장되도록 아침부터 운동도 하고,

스스로 요리해서 브런치도 만들고, 커피도 마시고,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바깥 공기도 쐰다.


사랑스러운 어머님께서 직접 만들어주신 소스를 사용해 파스타를 먼저 만들어본다.

그릇의 선택부터, 좋은 재료의 때깔까지 완벽한 비주얼의 차림새.

어머님께서 공수해주신 신선한 야채들로 발란스를 맞추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나에게 사랑의 메세지를 장문으로 남겨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오늘은 왠지 그녀의 글을 무단 인용 및 도용하고 싶다.

너무 시적인 표현이 많았고, 보자마자 나의 감정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했기 때문이다.


...

나는 루틴에 집착하는 사람이잖아. 근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자기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하는 거야 ...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나가는 아침이 너무 좋아.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이 너무 따뜻하고, 감동적인 글로 채워져서 좋아. 그렇게 나의 자존감을 충전하고 나면 자리에서 일어나. 이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루틴이야. 자기도 일어나서 내 글을 보고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어.

단조롭게 주욱 늘어진, 언제 끝날지도 모를 내 일생에 ... 자기가 와서 그 선을 구부려뜨려주고, 끊어주고, 색깔을 넣어주고, 음악을 틀어줘서, 내 삶은 한결 다채로워졌어 ... 시간이 더 소중해지고, 좀 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게 되고, 생산적인 일을 하게 된 거 같아.

나는 '내 미래의 어떤 계획이 있다' -- 이런 거창한 목표를 누구에게 말해본 적이 없어. 성공할 자신이 없고, 실없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혼자 꽁꽁 숨겨두는 편인데 ... 너무 얼토당토 않은 큰 목표를 하겠다고 자기에게 말한 게, 지금 생각해도 너무 웃겨. 그리고 당연히 어려운 목표인데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줘서 너무 고마워.

내 자존감의 근원. 내 사랑.


그녀의 이런 글을 보는 것은, 나야말로 제일 좋아하는 루틴이다.

나는 그녀의 글투와 화법을 좋아한다. 제일 예쁜 단어와 표현으로만 쓰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의 글과 말을 닮고 싶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어울리도록.


그래서 오늘도 부족한 글솜씨로라도 그녀에게 사랑의 말들을 남긴다.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고, 배려가 되고, 감동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빌면서.

그녀를 사랑하고 보고 싶어하는 내 마음의 10% 라도 전해질 수 있길 바라면서.


단조롭게 주욱 늘어지다 못해 선이란 게 있는지도 모를 내 인생을,

그녀는 그녀라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옷에 휘감아 주었고,

그녀라는 아름다운 선과 교차시켜 줬고, 우리가 하나의 면이 되고, 면들이 겹쳐 물체가 되어,

다시는 서로 풀어질 수 없는, 그런 존재가 됐다.


그리고 그녀가 평생 다듬어온 자신의 모습이, 그 어떤 목표든 이룰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왔고,

나는 그냥 그 가능성을 좀 더 알아주고 북돋아 줬을 뿐이다.

이룰 수 없는 목표라면, 추천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녀가 바라는 것 이상으로 이뤄낼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리 믿는다.

그리고 나는 믿는 대로 해내는 사람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그녀에게 민망하지 않게,

'우리' 에게 아쉽지 않게 하루를 보낸다.

그녀는 내 자존감의 근원이다.


하루를 부끄럽지 않게 보내고 안전히 귀가한 그녀.

점심에도 스스로 요리했건만, 저녁까지 요리. 오늘 하루 종일 그녀는 파인 다이닝 요리사 모드.

어머님의 특제 소스를 마지막 방울까지 사용하며, 건강한 재료들로 야식을 만들어본다.

프리미엄 논알콜 음료 '제주 누보' 까지 곁들인다.


그녀가 요리해주던 나날들이 떠오른다.

브런치 7권의 표지로는 그녀가 만들어준 김밥을 표지 사진으로 올렸다.

1권부터 4권까지는 그녀가 맛있게 마셨던 와인 제품들의 이미지를 썼고,

5권과 6권은 그녀가 감명 깊게 본 앙리 루소의 작품들을 올렸지만,

그녀가 만들어준 김밥과 떡볶이는, 그 어떤 와인이나 여느 거장의 미술품보다 아름다웠다.


누군가 나에게 발란스 게임을 제안하는 상상을 해본다.

앙리 루소의 세상 존재하는 모든 그림을 받는 대신, 그녀의 요리를 평생 맛보지 못하기.

나만이 평생 그녀의 요리를 먹는 대신, 세상 그 어떤 미술품도 볼 수 없게 되기.


나는 1초의 고민도 없이 그녀의 요리를 먹는 것을 택할 것이다.

그녀의 손길만 있다면, 나는 그 어떤 아름다움도 볼 필요가 없다.


그녀와 매일 붙어있던 나날들을 떠올린다.

그녀와 함께 일어난 아침에 창밖으로 비치는 새벽의 햇빛.

그녀의 손길로 만든 요리를 마주앉아 먹으며 감탄하던 순간들.

소파에 누워 내 무릎을 베고, 내 팔을 목에 감고 핸드폰을 보던 그녀.

그녀의 복근을 만지며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던 밤들.


그녀는 나란 책의 표지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점심도 저녁도 즐겁게 요리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나에게 남겨주는 글의 한 글자 한 글자를 본받고 싶었고,

나의 아침을 감동으로 깨워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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