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는 오늘도 달콤한 쉼이 있지만, 알차고 생산적인 하루를 보낸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도 처리하고, 북리뷰도 한 편 쓰고, 우리의 동영상도 편집하고,
프리프리웨딩에 입을 옷과 신발도 보고, 월요일부터 시작할 한 주의 업무도 미리 준비해본다.
나를 그녀의 "자존감과 우월감의 근원" 이라고 불러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오늘은 내겐 어찌 보면 역사적인 날이다. 그녀가 본인의 북리뷰 블로그를 드디어 알려줬다.
그녀의 글을 좋아하고, 그녀의 글투와 말투가 세상에 최대한 많이 남기를 바라는 나는,
사귄지 한 달도 안 되는 시점부터, 그녀가 글을 쓰고 책을 냈으면 좋겠다고 열심히 권했다.
내가 그녀의 첫 독자가 되었으면 좋겠고,
나보다도 그녀의 글에 더 많은 사랑을 부어주는 팬들이 많아졌으면 멋지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그녀가 어떤 업계와 어떤 일터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진 모르겠지만,
나는 그녀가 꼭 글을 쓰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먼저 부족한 글솜씨로 브런치를 시작한 것이기도 하다.
솔직히 블로그 사이트라는 비지니스 모델 자체는 굉장히 사양세다.
이글루스, 블로그인, 구글 플러스, 아메바, Blogspot, Xanga, LiveJournal 이 없어져 갔다.
2025년 1월에는 얼룩소도 결국 파산 선고를 버티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나마 수익 모델이 탄탄한 편인 한국의 블로그는 네이버 블로그 정도이고,
브런치는 시작 때부터 미국의 Medium 을 아직까지도 열심히 벤치마킹 중이다.
블로깅을 하느니 유튜브를 하는 것이 옳은 세상에서,
손때 묻은 책을 읽느니 타블렛 화면을 넘기는 것이 편한 세상에서,
라디오를 듣느니 팟캐스트가 편하고, 팟캐스트만 듣기보단 그 영상까지도 볼 수 있는 세상에서,
나는 그녀의 손길이 담긴 책을 내 손에 붙잡을 수 있길 간절히 원한다.
누구나 알만한 대형 서점부터, 오래 된 중고 서점까지 그녀의 흔적이 가득하도록.
그녀의 예쁜 손글씨가 정갈히 담겨있는 수없이 많은 편지와 카드를 받았고,
그녀의 따뜻한 말들로 우리의 카카오톡 창은 이미 백과사전 분량으로 늘어나버렸지만,
독서소녀인 그녀가 공식적인 북리뷰를 남긴 블로그를 본다는 것은 새로이 기쁜 일이다.
프랜시스 매컬 로젠블루스와 이앤 샤피로의 "책임 정당: 민주주의로부터 민주주의 구하기".
윤성희 씨의 "느리게 가는 마음".
성해나 씨의 "혼모노", 그리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검은 벽돌의 기억".
내가 그녀를 사랑해서이겠지만, 이 책들이 너무나 읽고 싶어진다.
허나 단언컨대 내가 그녀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어도, 그녀의 리뷰들은 그 책을 읽고 싶게 한다.
리뷰 글 자체의 구성도 하나의 문학처럼 느껴지고, 단순한 감상이 아닌 철저한 분석이 돋보인다.
그녀가 그녀만의 북 클럽을 운영하는 모습도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그랬지만, 그녀의 글은 생동감을 준다.
한 글자 한 글자가 살아움직이는 것 같고,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자유롭지 않고, 반듯하다.
중언부언하기보단 정곡을 찌르고, 글에 군더더기가 없다.
다양한 시선을 포용하되, 겸손하지만 소신대로 명확하고 날카로운 결론을 낸다.
각각의 책들 안에서만 노는 것이 아니라, 다른 책들의 내용과 사회 현상도 곁들여 풍성히 비교한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그녀와 교제하고 결혼할 준비를 하며 신기한 점이 많았다.
몇십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서로 남남으로 살아온 두 사람인데,
그녀가 생각하는 방식은 왜 그리도 나와 비슷한 것인지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그녀의 북 리뷰에서 드러나는 철학과 방향성은, 내가 그녀를 만나기 전부터 추구하던 것이었다.
당연히 두 사람의 생각이 완전히 똑같을 순 없지만 -- 심지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도 다르다 --
그녀는 심지어 내가 이상향으로 둔 생각의 방식, 삶의 방식, 말과 글의 방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진정으로 존경하게 되고, 존중하게 되고, 닮고 싶게 된다.
사랑꾼 남자들은 와이프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예뻐서 참는다' 고 자조 섞인 농담을 한다.
정작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와 서로 사랑하고 있는 나는, '예뻐서 참아' 본 적이 없다.
그녀는 알면 알수록 외모만큼이나 내면이 예쁘고 단단한 사람이고,
도대체 어떤 천성과 성장 과정을 거쳐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번뜩이는 통찰력과, 합당한 의사 판단으로 내가 하루에 몇 번을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생각할수록 신기한 일이다. 어떻게 이렇게 나에게 완벽한 사람이 있을 수 있지.
대화하면 할수록 넘치는 그녀의 교양을 보며, 나는 그녀가 책을 많이 읽어서인가- 생각했었다.
도움이 되긴 했겠지만, 나는 책을 몇천 권을 읽어도 대화가 안 통하고 교양이 없는 사람도 봤다.
그녀처럼 머릿속이 반듯하고, 나에게 배울 점을 전파해 주면서도 교조적이지 않고,
나보다 뛰어난 부분들에 있어서 겸손하고, 내가 좀 더 아는 부분에 대해서 관심을 아끼지 않고,
내가 그녀의 진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 그녀를 괴롭히거나 할 때마다 나를 설득시키고,
위로하고, 용서하고, 사과하고, 안아주고, 나와의 생각의 갭을 조금씩 좁혀나가주는,
그런 아름다운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그녀를 사랑하니까, 내 눈에 콩깍지가 몇겹으로 붙어있으니까, 내 눈에 존경스러운 것인가 했다.
아니었다.
나를 만나기 전의 그녀의 삶의 방식과 철학까지도,
그녀를 만나기 전의 나조차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내가 더 우리는 운명 같다고 느끼는 것 같다. 운명을 믿지 않았는데.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그냥 얼굴이 예뻐서만 좋아했다. 어렸을 땐 솔직히 얼굴밖에 보이지 않았다.
점점 서로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나는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깨달았다.
디자인이 예뻐서 제품을 샀을 뿐인데, 그 제품 속에는 사은품으로 로또 1등 티켓이 들어있었다.
예쁜 디자인은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내게는 평생을 쓰고도 남을 자산이 생겼다.
그녀는 나의 가장 큰 자산이다. 나란 그릇에 담을 수도 없이 넘쳐 흐르는 사람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나 없이 주말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그녀의 말과 글을 본받고 싶었고,
존경스러운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