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4,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로 하룻밤을 닫고, 그녀로 새 날을 연다.

어젯밤에는 그녀가 여행에 가져다줬으면 하는 그녀의 옷과 가방을 좀 더 챙겼다.

우리 집 그녀의 옷장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집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줬다.

우리가 살림을 합친 사이라는 게, 일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라는 게,

더 가슴에 와닿는다.


내 평생 모든 아침을 그녀와 일어나고 싶고,

내 평생 모든 밤을, 그녀만을 안고 싶다.


우리는 사귀기 전부터 평일의 루틴을 중요하게 여기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새벽 5시 반에 일어나는 사람이고,

나는 언제나 새벽 6시에 일어나는 사람이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후다닥 하고 있는 동안,

그녀는 그녀처럼 동그랗고 예쁘게 찐 계란이든, 노릇노릇한 식빵이든, 과일이든,

아침 식사를 챙겨주고, 회사에서 먹을 수 있는 것들도 손에 들려주곤 했다.

몸에 좋을 신선한 재료들을 넣고 믹서기로 갈아서,

내가 마시게 해주고, 컵이든 믹서기든 혼자 설거지를 해놓고야 자신의 하루를 시작했다.


떨어져있을 때도, 분명히 바쁘고 힘들텐데, 내가 괜찮다고 해도,

내가 마음 상하게 하지 않은 이상, 아침의 시작에도, 밤의 끝에도, 매일 목소리를 들려주곤 한다.

성대에 꿀을 발랐는지, 들어도 들어도 지겹지가 않다.


그녀를 만나기 전, 나는 원래 아침 식사를 먹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 24시간을 물심양면으로 챙겨줬다.

나는 원래 사람과 통화를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달콤한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전화기 너머로 말해줬다.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그녀와 나의 일생의 절반 이상을 서로 알고 지냈다.

사귄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만, 이미 평생 갚을 수도 없는 빚을 졌다.


평생 할부로 갚아가야겠다.

그녀는 내 일생의 모든 시간과 모든 자원, 그 이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나를 만난 것만으로도 기회 비용이 엄청나게 발생한 사람이다.

나를 간택한 것이 틀린 선택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주겠다.


이번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 그녀는,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다가 잠의 사이클이 좀 깨졌다.

나에게는 큰일났다며 아쉬워하지만, 내 눈엔 아름답고 귀엽기 그지없다.

그녀가 푹 쉬고, 잘 자고, 침대에서 뒹굴뒹굴하고, 하루를 낭비했다며 자책할 때는,

너무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나도 일요일 업무에 박차를 가한다.

이번주 평일들만 넘기면, 주말엔 그녀와 여행을 떠난다.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생각으로 가득찬 채, 다시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는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이미 그녀 품에 안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잠들었다 깼다 잠드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나의 하루하루를 챙겨주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나를 간택해준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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