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6,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와 보름 가량의 꿈결 같은 시간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매일을 그녀와 함께 일어나고, 하루종일 붙어있다가, 그녀와 함께 잠드는 나날들이었다.

그런 시간 후, 갑자기 각자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다른 회사에 출근하고, 서로의 삶을 또 꾸려나간다.

하지만 내 온 몸에 그녀의 향기가 묻어, 지금도 함께 하고 있는 것만 같다.


8월에 내가 그녀의 마음을 힘들게 했을 때도,

그녀는 '우린 얼굴을 보자마자 풀어질 것이고, 다시 행복할 것이다' 라 편지를 쓰고 있었다.

마치 컴퓨터로 찍어낸듯 예쁜 그녀의 글씨체를 반복해서 읽는다.

내가 왜 화가 났는지를 점점 망각하고, 그녀의 진심을 좀 더 마음에 새긴다.


그녀의 글은 본질을 꿰뚫고 핵심만 짚기 때문에, 명료하다.

나는 성격 자체가 주변 디테일에 너무 신경을 쓰느라, 본질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1번 디테일이 이렇고, 2번 디테일이 이러니, 본질을 보지 않은 채 본체는 이럴 것이라 넘겨짚는다.

진짜 피곤한 스타일이다.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깐깐한 나 같은 사람은 절대 만나고 싶지 않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내가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란 건, 내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잘 알고 있다.

나만큼 나의 단점을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 나는 사실 정말 최악이다.

그러나 그녀는 언제나 내가 그녀에게 완벽한 사람이라고 말해주곤 했다.

그리고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을, 여러모로 알려줬다.


같은 인간이기에, 그녀도 완벽할 수 없는 사람인데,

그녀야말로 나에게만은 그 누구보다 완벽한, 이런 좋은 사람을,

연인 사이의 오해와 상처가 있다고, 그녀를 끝까지 안아주지 못하면,

모든 것을 용서하고, 내가 먼저 사과하고, 사랑하는만큼 양보하겠다는 약속들이 땅에 떨어지고 만다.


내 자신과의 약속은 못 지킬 때가 있지만,

그녀와의 약속은 어떻게든 지키고 싶다.

이번 여행에서도 더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고, 내게 완벽한 여자란 걸.


영화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에서,

조엘 (짐 캐리 분) 과 클레멘타인 (케이트 윈슬렛 분) 은, 서로에 대한 험담과 걱정으로 가득 차도,

'괜찮아' (Okay.) 라는 한 마디로 해피엔딩을 이룬다.

영화 제목 그대로, 그 한없는 양보야말로 '무구한 마음의 영원한 햇빛' 이 아닐 수 없다.


언제 사람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한숨이 나오는 나 자신이지만,

그녀를 사랑해주는 일만은 자신이 있으니,

인내와 배려로 나를 받아준 그녀의 정성과, 나를 완벽한 남자라고 불러주는 그녀의 칭찬을,

절반이라도 따라갈 수 있도록 다시 꾸준히 하루를 밟아나간다.


그녀도 나 못지 않게 꾸준한 모습으로 평범한 일상을 시작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도 하고, 출근해서 앞으로의 중요한 프로젝트들의 스케쥴도 확인한다.

10월 말까지의 스케쥴을 보여주며, 우리가 다시 서로의 존재를 곁에서 즐길 날을 그려본다.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하고, 함께 있던 시간 덕에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다.


저녁에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도 보낸다.

환히 웃는 모습으로 나를 포함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그녀의 모습이 좋다.


나는 그 사이, 그녀가 선물해준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를 좀 더 읽어본다.

그녀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살짝 접어놓은 장들이나, 플래그 스티커가 붙은 장을 따라,

'그녀에겐 이 부분이 와닿았을까' 질문하며 그녀의 손길이 묻은 책을 읽어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녀가 이미 읽은 책이 너무 많아서, 집에 쌓인 물건의 절반이 책이라, 곧 처분할 예정이지만,

책이든, 장소든, 삶의 궤적이든, 그녀의 발자취를 계속 따라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본다.


눈을 감아본다.

내가 눈을 감아도, 세상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대로 있다.

그녀는 살아 숨쉬고 있고, 나를 믿어주고 있고,

눈을 감을수록 나는 여전히 그녀를 생각하고 있다.


브런치에 매일 러브 다이어리를 쓰는 것 이외에, 소설을 쓰고 싶어졌다.

그녀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초안을 잡고 연재 계획을 짰다.

1주일에 한 번 정도, 주말에 업로드하는 형식으로, 그녀와의 추억에 대해 소설 형식으로 쓰려 한다.


그녀와 함께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려 한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긴 하루를 보내면서도 행복해보이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하루 종일 내게 사랑을 고백해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이전 21화August 29,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