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잘 잤다~' 라는 개운함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녀.
그녀의 미모를 유지하려면 매일 16시간은 자야하겠지만,
그래도 요즘 그녀는 좀 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모습이 보기 좋다.
매일 일찍 들어와서 7-8시간의 수면을 취하고, 사람들을 만날 때 말고는 혼술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녀를 처음 만날 땐 사람이 이렇게 변할지 몰랐는데, 참 신기한 일이다.
내 자신도 되돌아본다. 그녀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삶이 변했다.
앞에 서서 좋은 길로 이끌어준 그녀 덕분이다.
나는 내 자신을 위해서 산다기보다는, 나에게 의지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왔다.
나는 아무래도 좋고, 나에게 의지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더 열심히 일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책임이 부담이긴 하지만, 동시에 축복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디딤돌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었고, 주변 사람들이 존중해준 삶의 방식이었지만, 부작용이 컸다.
내 자신의 삶은 망가져 가고 있을 때가 많았고, 스스로는 항상 불행했다. 건강도 망쳤다.
내가 건강하지 못하고 불행하니, 나에게 의지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나를 의지하는 사람은 많지만,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녀를 만나서, 나는 이제 그녀를 위해 살게 됐다.
그녀와의 미래를 위해 일하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일하고,
그녀에게 어울릴 사람이 되기 위해 일하고, 그녀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일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보다도 훨씬 독립적이고, 내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나에게 의지하는 것도 싫어하고,
믿음직하고, 뜻이 있고, 능력 있고, 개념이 있는, 요즘 보기 드문 그런 사람이었다.
내 평생 처음으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고,
내가 훨씬 무겁기 때문에 그녀가 고생할 때가 많지만, 나는 살면서 지금처럼 생기 넘쳐본 적이 없다.
그녀가 좋아하는 내용의 책이자, 동명의 뮤지컬도 굉장히 좋아해서 관심을 갖게 된,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라는 책이 갑자기 떠오른다.
부끄럽지만 난 아직도 읽어보지 못했다. 워낙 대작이라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여기저기에서 찾아본 안나 카레니나 책은,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와닿았다.
안나 카레니나는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첫 문장도 시사하는 바가 크고, 내게 와닿는 부분이 있지만,
가장 와닿는 것은 마지막 문장이었다. 또다른 주인공 레빈의 시점.
나의 인생 전체는,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매 순간 순간이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대사를 보면 그녀라는 사람이 많이 떠오른다.
평생 '어떻게 살 것인가' 를 고민하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것에 중심을 둔 톨스토이처럼,
그녀는 가장 좋아하는 단어들 중 하나가 '성장' 이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성장' 보다는 '생존' 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내일이 기대되기보다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남을까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오늘 죽어도 상관없다' 를 모토로, 후회 없이 살되, 미래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보다는, 모든 것을 이미 이뤘고 더 이상 바라지 않겠다는 유한한 사람이었다.
내 삶의 의미를 찾기보다는, 돈을 아끼고 모으기에 바빴다.
하지만 그녀를 만났으니,
나의 인생 전체는,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매 순간 순간이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게 '이런 삶을 줘서 고맙다' 고 말해주는 그녀.
그 말이야말로 진정 내가 할 말이다.
그녀는 아침부터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는다.
내 삶의 굴곡보다 더 굽이굽이진 그녀의 몸매를, 여성 PT 선생님이 절묘한 각도로 영상을 찍으신다.
이쯤 되면 내가 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선생님께 뇌물을 드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내 가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가보 1호는 그녀.
단백질 보충을 위해 프로틴 음료도 마셔본다. 그녀처럼 달콤한 초코맛.
웨딩 촬영을 한다고 나도 다이어트 중이라, 나도 프로틴 바를 초콜릿 시솔트맛으로 먹고 있다.
분명히 살을 빼자고 먹는 건데, 이렇게 달아도 되는 건지... 너무 맛있다.
촬영을 위해 그녀는 오랜만에 손톱 관리도 받아본다.
손끝이 연약한 편이라, 근 6개월만에 받아보는 네일 아트.
화려한 스타일의 네일은 결혼식 때 하기로 하고, 스튜디오 샷에 어울릴 조금 얌전한 스타일로 결정.
분명히 얌전한 스타일인데, 그녀의 손이 너무 빛난다.
그녀의 일터는 원래 다이나믹한 스타일이지만, 오늘은 한층 더하다.
그녀의 바로 앞자리에서부터 고성이 오간다.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그녀.
이제 곧 고요한 시공간이 올 것이다.
그녀와 나의 숨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시간.
그녀라는 존재 외에는, 세상 그 무엇도 신경쓸 필요가 없는 공간.
며칠 후면 그런 세계가 온다.
그리고 다시 만난 그 세계에는, 그녀만 가득차 있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몸과 마음도 건강한 루틴을 고집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한국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정신없는 일터에서 일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끊임없이 성장해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