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8,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날씨가 놀라울 정도로 선선해졌다.

우리가 함께 여행한 9월 초는 여름과도 같았다. 햇살은 빛났고, 우리는 뜨거웠다.

우리의 다음 여행지가 될 10월과 11월은 분명 가을일 것이다.

떨어지는 단풍잎들을 바라보며, 그녀와 무르익는 시간을 보낼 것이다.


나와 그녀는 최근 2주가 넘도록 꿀맛 같은 시간을 보냈기에,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

심지어 그녀는 나와 여행 중에도 업무를 병행해야 했다.

그녀의 점심 시간에 잠시 목소리를 들었는데, 최근에 들은 적 없는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1시간 반이고 통화를 하던 우리지만, 오늘은 일단 1분 30초만에 전화를 마쳤다.

그녀의 마음과, 그녀의 마음만큼 예쁜 목소리를 쉬게 해주고 싶었다.


이번 여행 중에 평생 처음으로 그녀와 둘이서 노래방을 갔다.

우리가 평소 가지 않는 바이브의 유흥가 쪽으로 들어가야 해서, 어색한 길이었지만,

그녀와 박자를 맞춰 좌우로 몸을 움직이며,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글씨만큼이나, 사람의 목소리에서는 그 사람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말투, 태도, 직업, 성격, 건강, 그리고 살아온 궤적까지.

나는 언제나 그녀의 목소리를 좋아했다.

또랑또랑하고, 좋은 목청을 가졌으면서도 온화하고, 간단명료하면서도 여유가 넘치는.

믿음이 가면서도, 유쾌함을 섞어서, 진중하면서도 밝고 명랑한.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생기 넘치기를.

그녀의 몸과 마음이, 한없이 자유롭고 밝게 빛나기를.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한 주를 보낸 그녀이기에, 주말이 어서 오기만을 기다려본다.

그녀는 의연해서 '나는 괜찮다' 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겠지만,

주변에 짜증날 일도 생기고, 도를 닦는 마음으로 화를 내지 않도록 더 깨달음을 얻다가,

상사에게 그 누구보다 충성스러운 그녀이기에, 자신의 업무 범위도 아니지만,

상사가 받은 선물을 상사의 집에 배달해드리기 위해 회사에 제일 늦게까지 남는다.


오늘 길고긴 하루를 보낸 그녀는, 니체의 한 마디에서 깨달음을 찾는다.


"한 번도 춤추지 않았던 날은 잃어버린 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하나의 큰 웃음도 불러오지 못하는 진리는 모두 가짜라고 불러도 좋다."


그녀란 사람은 얼마나 똑똑한지,

사랑하는 배우자인 내가 느껴야할 것들을 이렇게 먼저 깨우치곤 한다.

춤과 웃음이라. 오늘의 나는 웃으며 춤을 췄는지 돌아본다.

경쾌하게 매사에 일했는지 생각해본다.


어렸을 때 나의 별명은 '명랑' 이었다. 친구들은 그게 내 호(號) 인 것처럼, 본명 앞에 붙여줬다.

지나치게 명랑한 태도로 명랑한 목소리로 명랑한 행동들을 한다고, 약간의 멸칭으로 '명랑' 이었다.

인터넷에서 한글 아이디를 쓸 때도 항상 '명랑ⒶⒶ' 이라 지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그 명랑함을 잃어버렸고, 나의 삶에는 비장함만 남았다.

어른이 되는 것이, 명랑함을 잃는 것이라면, 참 쓸데없는 일인 것 같다.


그녀를 만나고 나서 나는 다시 조금은 더 명랑해졌다.

웃을 일이 많아졌고, 몸이 덩실댔으며, 콧노래가 나오고, 그녀와 춤을 추고 싶어졌다.

말이 많아졌고, 그녀에게 지나치게 이야기를 쏟아냈으며, 이야기를 경청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그녀를 닮아, 더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 됐다. 무엇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됐다.


웨딩 촬영에서 찍은 그녀의 독사진을 본다.

내 입가에는 절로 웃음이 번진다. 업무 중이라 몸은 정지했지만, 마음이 어지러이 춤을 춘다.

내 자신이 얼마나 기쁜지,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그녀는, 어스름한 새벽, 우연히 나와 같이 잠에서 깨어,

몸을 꼭 끌어당긴 채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이렇게 화냈던 날도 말끔하게 정화될 거라며,

나의 품이 그립다고 말해준다.


웃으며 춤추지 못한 그녀의 하루를,

그녀로 인해 웃고 춤추고 있는 내가,

함께 하지 못하는 날에도 의지할 수 있는 반석이 될 수 있다니,

나는 세상에서 제일 운이 좋은 사람이다.


드라마 'The Glory' 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내가 필요로 하는 건 고귀한 왕자님이 아니라, 나와 함께 칼춤을 춰줄 망나니예요."


나는 그녀와 함께 칼춤을 추는 고귀한 왕자님이 되겠다.

그녀라는 퀸에게 조금이나마 어울리도록.


다시 집중하여 춤을 추러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는다.

그녀는 나의 춤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후회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몸과 마음이 힘든 가운데에도 깨우침을 얻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잠들어, 나의 꿈 속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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