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9,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날씨가 오늘도 궂다. 비가 많이 온다.

그녀는 오늘은 근육에 회복을 주는 여유로운 아침을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목소리가 더욱 예뻐져있다.


최근에 그녀와 뮤지컬 '위키드' 를 영어 버전으로 직관했다.

그녀의 감상평에, 그녀가 개인적으로 느끼고 깨닫는 부분들과, 나에 대한 사랑의 메세지를 더해,

내 평생 간직하고픈 글을 또 하나 뚝딱 써내어 보내주는 그녀.


한 줄 한 줄이 와닿았지만,

그녀가 모든 게 힘든 날에 마음을 다해 몰입할 수 있는 덕질의 대상이 없어서,

세상사의 시름을 내려놓을 수 있는 '최애'를 가진 친구들을 가끔 부러워했던 그녀가,

"내가 분재나 금강송이 아니어도 예쁘다고 해줄 사람이 있어서, 그걸로 되었다" 는 말이 참 좋았다.


나 같은 사람이 그녀의 덕질의 대상을 대체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녀야말로 나의 우상인데.

나는 세상에서 제일 성공한 덕후다.


그녀는 엘파바보다도 정의로운 사람이고, 사실 능력자인데다 결국 사랑도 쟁취해냈고,

갈린다보다도 아름다운 외모를 갖추고, 모두에게 추앙받으면서도,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도록 자신을 돌아보는 사람이다.


그녀를 아는 모두에게 등대와도 같은 사람이다.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과거 회사 동료들과, 다른 부서 친구들과 함께 불타는 금요일을 마무리해본다.

마음이 아프고, 삶이 고될 일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녀는 웃음과 기쁨을 준다.

그녀가 얼마나 비타민 같은 사람인지, 나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면서도, 늦은 시간에도 내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그녀.

내 얼굴을 볼 수 있는 날은 아니지만, 나의 하루를 기쁨으로 채워주는 일도 잊지 않는다.

그녀의 목소리만으로도 행복이 가득 차는데, 심지어 다음 여행 일정까지 확정해주는 그녀.

비행기 티켓도 사고, 호텔도 예약해 본다. 즐겁다.


길디 길었던 한 주를 마치고 돌아온 그녀를 집 앞에서 기다려준 건,

어머님께서 보내주신 사과 상자였다.

그녀 혼자서만 먹으라는, 어머님의 사랑이 느껴지는, 알이 꽉 차고 반들반들한 사과들.


집에서 기다려주는 것이 나였다면 참 좋겠지만,

사과 상자도 나쁘지 않다. 요즘은 사과가 너무 비싸서, 금사과라 부를 법하니까.

부족할 것 없이 자란 상류층 자제분이면서, 겸손하게 돈이 없어서 사과를 못 사겠다는 그녀에게,

그녀가 뭔가 '먹고 싶다' 는 말을 지나치면서 해도 잊지 않고 보내주시는 어머님의 사랑을 느낀다.


별 생각 없는 말에도 귀를 기울이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중요하게 생각해주고,

필요가 없던 것도 미리 챙겨주는 것이야말로,

부모의 사랑과도 같은 사랑이 아닐까.


그녀에게 평생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제 집에 돌아오든, 문 앞에 놓인 사과 상자 같은 사람.

그 자리에서 오롯이 그녀를 기다려준 사람.


오늘도 그녀만을 기다린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긴 한 주를 보낸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모두에게 기쁨을 주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나의 우상인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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