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토요일이 어김없이 왔다.
하지만 이번 토요일은 꽤 오랜만에, 우리가 떨어져 지내는 토요일이다.
그래도 마음이 좋다. 바쁜 한 주를 보낸 그녀가 오랜만에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정말 오랜만에 조금은 늦게 일어났다가, 다시 잠드는 아침을 보낸다.
뷰티 슬립 덕인지, 더 아름답게 빛이 난다.
오늘 그녀는 나와 함께 샤넬에서 구매한 뒤 수선을 완료한 옷을 픽업하러 샤넬에 간다.
수선 전에 이미 그 옷을 입고 프리 웨딩 촬영에도 임했기에, 우리에겐 특별한 의미가 묻은 옷이다.
함께 옷을 고르고, 무엇을 입어도 예쁜 그녀에게 인형놀이하듯 이런저런 옷을 입혀보고,
우리가 합심하여 구매한 옷을 입고, 서로 안아주며 키스하는 사진을 찍었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물건의 가치란, 관찰자의 눈 속에 있다.
고흐의 작품이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을 호가하는 것은, 재료비가 그만큼 들었기 때문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천원을 내기도 아까워할 물건에, 혹자는 백만원을 내기도 한다.
서비스나 물건의 '가성비' 란 결국 거래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효용과 의미가 있는지에 따라 갈린다.
물론 명품 브랜드에서 '가성비' 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조금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나는 부자가 아니다.
금수저도 아니고,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모든 것, 아니 그 이상을 주고 싶은 사람을 만나서,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살 수 있는 것을 어느 정도는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그렇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22년 전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놀이공원의 자유이용권조차 살 수 없는 어린 아이였다.
꾀죄죄한 차림에, 텅텅 빈 지갑에, 구색을 맞춘 데이트조차 할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잊지 않았고, 다시 만나서 사랑하게 됐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1원 한 장을 쓰더라도 세상 그 누구보다 고마워해줬고,
나의 정성과 노력을 알아줬고, 나의 마음을 허투루 받은 적이 없었고,
내가 빈털터리가 되는 날이 오더라도 나의 삶을 책임져주겠다고 진심으로 약속했고,
나 없이도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살 수 있는 사람임에도, 나 덕분에 풍족하다며 사랑을 속삭여줬다.
샤넬의 수선실은 신기한 곳이었다. 제품은 아무 것도 팔지 않는데, 수선만 진행되고 있었다.
정말 잡지나 영화에서 봤던 것 같은, 오트 쿠튀르 (Haute Couture) 의 현장이었다.
내면은 알뜰하고 소박하기 그지 없지만, 외면은 그 누구보다 화려한 그녀에게 어울리는 장소였다.
아쉽게도 오늘은 내가 옷을 찾으러 함께 가줄 수 없다.
샤넬에서 하나 받아와서 우리집 테이블 위에 놓은 종이 꽃장식을 바라본다.
그녀가 떠오른다.
그녀는 주말이라 차가 막히지만, 다행히 시간 내에 옷을 잘 픽업하고,
오랜만에 부모님의 집으로 향한다.
어머니께서는 비주얼만 봐도 건강하고 먹음직한 전복밥으로 그녀를 반긴다.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오늘은 평소 보내주던 '러브레터' 형식의 글을 쓰지 못했다며, 미안해하는 그녀.
그녀의 명문도 언제나 좋지만,
그녀가 건강하고 별일없이 즐겁게 보내는 하루가,
나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러브레터라고 말해줬다.
그녀가 조금은 감동받은 듯, 너무 좋다고 말해준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그녀는 아무 글도 쓰지 않아도,
그녀의 삶은 내게 그 어떤 거장의 문학보다 기쁨을 주는 문학이다.
그녀의 서사가 나의 등불이고,
그녀의 인생이 나의 전기이며,
그녀의 하루가 나의 하루다.
오늘도 그녀의 행복을 읽는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수선된 옷을 혼자 픽업하러 가야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나의 작은 표현에도 사랑을 느껴주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