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는 바쁜 주말을 보내고도 잠을 쪼개 월요일 꼭두새벽부터 운동으로 한 주를 연다.
오랜만에 PT 선생님께서 찍어주신 영상도 보내준다. 오늘은 복근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그녀.
그녀는 내가 평생 본 사람 중에 가장 예쁜 배와 허리의 S라인을 지녔다.
선천적으로 타고 나기도 했겠지만, 말그대로 살을 깎는 노력을 통해 얻은 아름다움.
그녀의 얼굴과 몸매는 꾸준한 노력과 인내로 얻은 것이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주말에도 일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커피를 사주며, 마음을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녀의 10월은 어느 달보다 바쁜 한 달이 될 예정이다. 매일 몹시 피곤한 날을 보내야한다.
퇴근한다고 메세지를 보내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쓰러져 자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
이렇게 힘들 때 안아주며 곁에 있어주지 못해서 아쉽고, 미안할 뿐.
작년 이맘때쯤이 생각난다. 2024년엔 우린 6월부터 12월 사이에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12월에 다시 만났을 때, 얼마나 반갑고 기뻤는지 모른다.
점심을 먹으며 작년 12월에 만나 여행하며 찍었던 영상들을 감상한다.
눈이 부시게 예쁘다. 화면 너머로 어루만지고 싶다.
2024년 6월의 그녀는 세상에서 제일 예뻤다.
그런데 12월의 그녀는 심지어 더 예뻐져있었다.
작년 사진이나 동영상들을 보면서 그녀는 '1년 사이에 늙었어' 라고 귀여운 하소연을 한다.
정말 그런가 하고 바로 2주 전에 찍었던 영상을 틀어본다.
객관적으로 평가해본다.
아니, 그녀는 작년보다 더 예뻐져있다.
더 사랑스럽고, 더 갖고 싶다.
무엇보다, 나를 더 사랑해주고 있고,
내가 더 사랑하고 있다.
그녀의 동안 미모를 칭찬할 때마다 '벤자민 버튼' 처럼 나이를 거꾸로 먹는지 묻곤 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감독 데이비드 핀처의 작품이다.
사실 엄청나게 성공한 영화도 아니고,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작품 중에서는 범작인 편이지만,
그래도 '시간' 을 어렸을 때부터 중요하게 여겼던 나에게는 와닿는 부분이 꽤 있는 영화였다.
벤자민 버튼 (브래드 피트 분) 은 노인의 외모와 노인의 질병을 가지고 태어나,
해가 갈수록 어려져 가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다.
정상적으로 나이를 먹어가는 여주인공 데이지 퓰러 (케이트 블란쳇 분) 과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데이지가 10대일 때, 벤자민은 70-80대나 다름 없었고, 서로 사랑할 수 없었다.
서로 30-40대 정도의 나이가 됐을 때, 비슷한 나잇대가 됐을 때에야 진지한 관계가 됐다.
그리고 데이지가 70-80대가 됐을 때, 벤자민은 점점 어려져 갓난아기가 되어간다.
하지만 그런 운명의 엇갈림과, 유한한 시간 속에서도 두 사람은 끝까지 사랑을 이룬다.
사람의 인생엔 때가 있다.
초등학생 나이에는 초등학교를 가는 것이 어울리고,
방금 성인 딱지를 단 20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나이를 멋지고 예쁘게 먹은 사람만이 나잇값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살다 보면, 나밖에 모르고, 일밖에 모르고, 돈밖에 모르고 살던 사람도,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야하는 날이 온다.
그때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들을 챙기지 못한다면, 그 기회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버님들과 어머님들은 영원히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고 모든 걸 주고 싶은 배우자란, 평생 한 명을 만나기도 어렵다.
놓쳤던 그 남자, 놓쳤던 그 여자를 평생 추억하며 후회하는 사람도 있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의 노후를 위해 돈을 모으고 또 모으다가,
돈만 남은 채 둘 중 한 명이 어느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친구들과 여행을 가고 싶어도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날이 오기도 한다.
술을 먹고 싶어도 몸이 술을 받지 않는 날이 오고, 좋아하던 음식도 소화하기 어려운 날이 온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머리가 돌지 않는 날이 오고, 놀고 싶어도 힘들어서 놀지 못하는 날이 온다.
그리고 시간은 야속하게도 계속 흘러간다.
지금 이 순간은, 그녀가 제일 예쁜 시절이다.
그리고 그녀를 전심전력으로 사랑해줘야하는 때다.
바로 지금이, 나의 전성기이며, 그녀와 내가 '우리' 가 될 수 있는 제일 좋은 시간이다.
내 삶에서 가장 빛나는 날들이다.
나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넘어지지 않고 계속 걸어간다면,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나의 사랑도, 그리고 그녀의 모습도,
더욱 아름다워져 있을 테다.
오늘은 그녀를 사랑하기 참 좋은 날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집에 오자마자 쓰러질 정도로 고생한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모든 영상에서 미모가 빛나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매일 더욱 아름다워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