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3,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는 오늘도 그녀의 가녀리고 늘씬한 몸에는 벅차 보이는 하루를 보낸다.

4-5시간 정도만 자고 일어나서, 아침 일찍부터 격렬히 운동하고, 늦은 시간까지 야근한다.

오늘은 특히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

하루종일 여기저기서 화내고, 소리지르는 걸 들어야하는, 참 즐거운(?) 날이다.


정신이 실시간으로 깎여나가는 하루에도,

그녀는 나에게 사랑의 메세지를 전해주기에 여념이 없다.

나라가 위기를 겪고 있고, 그녀도 말초적인 불안감으로 얼굴색이 변하는 중에도,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어서 같이 살고 싶다' 고 고백해준다.


내가 '그녀의 뚜껑을 열리게 하는 사람' 이 아니라,

그녀의 '솟아날 구멍' 인 것이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곧 개천절이 온다. '하늘이 열린 날' 이란 의미의 개천절.

그녀는 내 하늘을 새로이 열어준 사람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오늘도 지식과 교양이 넘치는 그녀에게, 공감이 갈수밖에 없는 그녀의 화법으로 세상만사를 듣는다.

일, 집, 일, 집만 반복하고, 사는 데에 별 재미도 없고 서프라이즈도 없는 나에게는,

그녀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그 어떤 신문보다 흥미롭고, 요지경보다 알쏭달쏭한 색을 띤다.

나에게 웃음을 주고, 한숨을 주고, 생각할 거리를 주며, 깨닫고 성장하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과의 관계에 대한 최신 소식과, 앞으로의 외환 및 경제 동향과 전망.

'폭군의 쉐프' 드라마의 내용과, 발랄하게 설레는 드라마에서도 고찰해볼만한 역사적 사실.

역사 소설 '남한산성' (김훈 저) 에서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상황을, 현대에 도입했을 때 배울 점.

친한 친구가 11번이나 기능 시험에 도전해서 결국 면허를 따낸 이야기.

어머님의 친구분이 늦은 나이에 성공적으로 창업하셔서 신문에 실리신 이야기.


회사에서 동료들과 나눈 이야기.

과거 동료 이야기. 상사 이야기.

좋았던 일. 나빴던 일.

권력이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 약한 사람이 추궁당해야 하는 모습을 본 이야기.

악담(?) 으로라도 이 사회에서 함께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서로 격려해준 이야기.


나는 매일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고(?) 아닌 보고를 받을 때마다,

나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들을 순서대로 나열해주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 행복이 내가 죽는 날까지, 아니, 영원히 계속 되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어렸을 땐 '내 귀에 캔디' 라는 표현이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2009년에 나온 이 노래 제목이, 16년이 지나서야, 그녀의 목소리에 대한 곡이었구나- 한다.


오늘따라 그녀의 목소리에 또 느끼는 점은, 그녀가 다른 인류(?) 를 대하는 자세가 참 좋다.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삶을 대하는 자세, 나를 대하는 태도, 남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언제나 그녀가 타인을 대하는 모습을 존중해왔다.


그녀가 돈을 내며 배우는 필라테스 선생님이 조금 신경질을 내거나 평소보다 차갑게 대해도,

그녀는 시무룩한 마음을 들고도, 복수하거나 같이 되갚아주기 보다는, 선물을 가져다주는 사람이다.

사회의 약자에게 날카롭게 책임을 묻는 모습을 보면, 공격받는 자를 긍휼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다.

다신 안 볼 사람이라 막 대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겉모습과 몸가짐을 정리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약한 자든, 강한 자든, 중요한 사람이든, 안 중요한 사람이든, 똑같이 대해주는 사람이다.


일터에서든 개인적으로든, 선물할 수 있을만한 퀄리티의 간식이나 소정의 물건이 생기면,

스스로 소비하든, 버리든, 어디선가 돈을 받고 팔든, 친한 친구들에게만 공유할 수도 있을텐데,

자신이 오히려 돈을 내는 손님이고, 그녀가 직접 챙겨서 가져다 줘야 하는 불편함을 무릅쓰고,

세탁소에든, 부동산 사장님이든, 미용실에든, 아파트 경비 선생님이든, 챙겨다주는 사람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손님이 왕이다.

돈이면 다 되는 한국 사회에선, 롤렉스와 에르메스가 아닌 이상, 돈만 낸다고 하면 왕 취급을 받는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는 특히 그렇다.

돈을 지불하는 사람이면, 제품과 서비스를 받는 것 외엔 신경쓸 필요가 없다.

그 어떤 의무도 없음에도, 그녀는 한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곤 했다.


세탁소 사장님께서 그녀의 세탁물이 완료됐다고 연락을 주신다.

연락을 주시면서, 작년에도, 올해도, 뜻밖의 과한 선물을 받았다며,

제대로 감사하는 인사도 못 하고 염치없이 받았다며,

오랜 시간 세탁소를 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경험을 두 번씩이나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한다.

웃음을 방긋 지어주시며, 이번 세탁물은 금액을 받지 않겠다고 제안해주신다.


그녀는 '절대 아닙니다!' 라고 소리치며, 돈을 내겠다고 주창(?) 한다.

본인의 호의와 배려가 별 것 아니었다며, 겸손하게 말하는 그녀.

이런 작은 일화에서도 그녀의 숭고함을 느낀다.

그녀는 선의의 의무가 없을 때에도, 공동체 내의 한 인간으로서 가능한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수십년 세탁소를 운영해도, 돈을 내는 손님이 간식을 가져다줘야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간식을 받았을 때, 그 호의를 "익숙하지 않은 경험" 이라고 부르게 되는 씁쓸한 현대 사회는,

그녀와 같은 사람 때문에 더 따뜻하게 돌아가며, 서로 감사하고 감동받을 일이 생긴다.

그야말로 이 사회라는 기계에 꼭 필요한 기름칠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니, 나라는 엉성한 기계가 삐걱거릴 때마다,

나를 부드럽게 적셔준 것은 그녀라는 기름이었다.


오늘도 우리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간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유려하게. 아름답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고성이 오가는 일터에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그 누구에게도 흐트러지지 않고, 인간을 인간답게 대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내 귀에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여느때처럼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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