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7,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말이 우리에게 왔다.

아쉽게도 함께 시간을 보내진 못하지만, 그리고 우리 둘 다 주말에도 출근하는 신세지만,

바쁜 한 주를 서로의 사랑으로 잘 견뎌낸 우리에게, 따로 또 같이 자축해본다.


그녀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몇주전 나와 갔던 동네에서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낸다.

밥 먹는 곳, 커피 마시는 곳, 걷는 곳마다 나와 함께 했던 추억이 묻어있음을 느낀다.

오늘도 어딜 가든 내 생각을 해주고, 부족한 나에 대해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바쁜 그녀.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 나를 자랑스러워해주는 것은,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정말 사랑스러운 일이다.


나도 뭔가에 홀린 것처럼, 점심식사를 픽업하러 가는 길에 그녀와의 추억이 남은 곳을 걷는다.

꼭 지나칠 필요는 없지만, 일부러 그녀와 처음으로 커플 시계를 샀던 몰을 통해 걸어본다.


시계를 내려다본다. 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 몸에, 그녀의 흔적이 남았음을 본다.

그녀가 사준 Tissot PRX 시계. 그녀가 사준 까르띠에 러브링. 커플로 맞춘 Casetify 핸드폰 케이스.

줄어든 몸무게. 조금은 늘어난 운동 능력. 그리고 어느샌가 사라져버린 '외로움' 이란 감정.

레이저나 칼로 파내지 않는 이상 지울 수 없도록, 손목에 문신으로 새긴 그녀의 이니셜.


걷는 곳마다 그녀를 느끼고,

하는 일마다 그녀를 위하고,

먹을 때마다 그녀가 그립고,

쉬는 날에는 더더욱 그립다.


그래서 오늘도 나에게 묻은 그녀의 흔적에 부끄럽지 않도록 박차를 가해 살아본다.

That is the only way I know how to love her. And that is the way she lived today as well.


그녀와 긴 통화를 한다. 1분만 이야기하자고 한 게, 또 40분이 된다.

서로에게 좋은 흔적들을 남긴 우리지만, 그녀가 조금 신경쓰일만한 흔적에 대해 내가 말을 꺼낸다.


우리 집에서 함께 살 때, 아침 일찍 일어난 그녀가 살짝 정신을 잃고 쓰러진 적이 있다.

기립성 저혈압인지 빈혈인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다친 것은 아니나, 옷걸이에 얼굴이 긁혔다.

다행히 흉터가 남지 않고 겉으로는 잘 아물었지만, 웃을 때 보조개가 예전보다 더 보이는 편이다.

나의 눈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여전히 너무나도 완벽한 그녀의 얼굴이지만,

자신의 얼굴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분명 신경쓰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집에서, 나의 곁에서, 내가 지켜줘야할 상황에, 내가 골라서 산 날카로운 옷걸이에,

그녀의 빛나는 얼굴이 다치고, 내가 응급처치도 제대로 못 해주고, 같이 병원에 가지도 못해서,

내가 죄책감이 많이 들고, 크게 걱정했다.

나는 굉장히 놀란 일이었지만, 스스로 의연한 그녀가 덜 걱정되도록, 애써 괜찮은 척했다.


사실 그녀가 무표정일 때는 그 누가 봐도 알 수 없고, 오히려 한 쪽 얼굴을 보면 보조개가 참 이쁘고,

내 눈에야 완벽한 얼굴이지만, 그녀가 더 신경쓰이지 않도록 언급을 최대한 줄였다.

그녀가 먼저 이야기할 때만 조심스럽게 의사 진찰을 함께 받으러 가자고 제안하곤 했다.


파워 E 이면서도 평생 사람을 안 마주치는 업무와 생활을 추구하며 혼자서만 밥을 먹는 나에 비해,

은근 I 이면서도 한 주에 백만명의 친구를 만나고, 모임과 이벤트와 생일잔치가 없는 주가 없고,

혼자 집에서 파인 다이닝의 정갈한 비주얼로 요리를 하지 않는한 혼자서 밥먹는 일이 없고,

공동체에 영향력을 미치고 얼굴이 공공연히 알려지는 진정한 '공인' 의 삶을 살아야하는 그녀라서,

얼굴의 좌우대칭이라든가, 그녀 스스로 외모에 신경쓰이는 부분을 다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진심으로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는 그녀의 모습을 평생 잘 담기 위해,

요즘은 '사진을 잘 찍는 법' 등의 유튜브나 클립을 많이 찾아봤다.

그 중 가장 와닿았던 조언은,

'남자로서 보기에 네 여자친구가 이뻐보이는 곳만 강조하는 구도로 찍으려고 하지 말고,

네 여자친구가 스스로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곳을 파악하고 그 부분을 숨기는 사진을 찍어라' 였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녀가 스스로 어느 부위가 단점이라고 생각하는지 깊게 살피지 않았다.

얼굴을 다친 이후로도, 그녀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에만 빠져있었지, 한 번도 상처가 난 걸 못 느꼈다.

그녀가 걱정스런 얼굴로 언급을 해도,

괜히 마음에도 없는 맞장구(?) 를 쳤다가는 내가 그녀의 아름다움을 부정하는 것 같아 말을 아꼈다.


그냥 무조건 덮어놓고 다 예쁘다- 고 생각하다보니, 그녀의 생각이나 그녀의 걱정을 모를 때가 있다.

사진을 찍을 때든, 그녀가 외모나 패션에 대해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든, 좀 더 신경써주고 싶다.


그래서 다음 여행 때는 함께 의사 진찰을 받으러 가자고, 오늘은 좀 더 확실히 이야기했다.

나는 어떻게 되든 좋으니, 그녀의 몸과 마음이 더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녀의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하려면, 나의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야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의 몸과 마음을 지켜본다.


나는 어떻게 되든 좋으니, 그녀가 더 잘 됐으면 좋겠다.

그녀가 더 잘 되려면, 내가 더 잘 돼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잘 살려고 한다.


나는 그녀를 위해 숭고해보이는 희생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삶이 나아지고 더 도움을 받은 것은 나였다.

사랑은 퍼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내가 퍼준 이상으로 그녀는 나를 채워줬다.


그 무엇을 해줘도 아깝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가족에게 일푼을 줘도 아깝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사람이고 요즘 세태인데, 참 감사한 일이다.


그녀는 내 전부를 줘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어딜 가든 나를 추억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그녀를 위한 나의 노력을 고마워해주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웃을 때 보이는 보조개가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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