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6,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오늘 그녀는 은행에서 우리가 함께 쓸 계좌를 만들었다.

은행 계좌가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우리가 점점 한 몸 한 마음이 되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그녀는 오늘 큰 일 없이 평온한 하루를 보낸다.

소소한 일들을 하고, 별로 화낼 일도 없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만큼 중요한 일이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아, 조금 조바심이 나는 하루다.


그녀의 표현으로는, 일상적인 하루이지만, '옛날과는 많이 변한' 무탈한 하루란다.

나는 그녀가 이러한 매일을 보내기 원한다. 그녀는 나의 꿈을 이뤄주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옛날과는 많이 변한' 이라는 그녀의 워딩에는, 조금 씁쓸함이 묻어있다.


나의 꿈은, 내가 진정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평생 사랑하고,

그 사람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돕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미래에 대해서 오늘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주고 싶다. 그녀가 살고 싶은 삶을 살게 해주고 싶다.

그녀가 나를 아끼고 배려해준만큼, 나도 내 인생을 다해 배려해주고 싶다.

알게 모르게 나를 사랑해주고 챙겨준 그녀의 마음에 그 일부라도 갚아주고 싶다.


나를 향한 진심 어린 배려란, 내 귀로 직접 듣기 전에는 알아채기 어려운 법이다.

사람은 모두 이기적이고,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어렸을 때를 돌이켜보면, 어머니는 항상 어디서 공짜로 받은 옷을 입었다.

그리고 고기 반찬이 있어도 남편과 아들들에게 슬쩍 먼저 밀어주시곤 했다.


내가 어릴 땐 그런 배려를 전혀 몰랐다.

사실 지금도 잘 모른다.

이만큼 머리가 커졌어도, 내가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의 금액만 계산하고 기억한다.


그러다가도 그녀와 식사할 때마다 먼저 내 입에 가장 맛있는 부분을 먹여주는 그녀의 손을 보면,

나의 가장 가까운 가족이 된 그녀의 헌신을 느끼곤 한다.

나를 위해서 일을 내려놓고, 나를 위해서 커리어를 바꾸고, 나를 위해서 삶의 모습을 바꾼 그녀다.

내가 죽을 때까지 은혜를 갚고 지켜줘야할 사람이란 걸 통감한다.


퇴근한 그녀를 맞아주는 건 어머님께서 보내주신 사과 상자다.

그녀처럼 발갛게 예쁜 사과들이 가득차 있다.


그녀의 어머니만큼 그녀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야 비로소 내 꿈을 이룰 수 있을 게다.


나는 그녀의 퇴근길에 문 앞에서 기다리는 사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나 없이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나와 함께 살기 위해 차차 걸어가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나를 배려해주고 사랑해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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