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2,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일어나기 힘든 아침이지만, 그녀는 오늘도 예쁜 몸을 일으켜 운동에 임한다.

오늘은 어깨를 탈탈 털어버리는 날.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그녀의 어깨 힘이 좋다고 칭찬해주셨다.

나는 그녀의 어깨에 늘씬하게 붙은 잔근육 때문에 그녀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녀를 안을 때면 나의 긴 손가락들로 양 어깨를 힘껏 붙들곤 한다.


오늘 그녀의 일터에서는, 1년전쯤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이후로,

회사 차원에서 그에 적절히 대응하여 사업을 적절히 운용한 고로, 실적을 기념하는 하루를 보냈다.

'우리 나라가 어떻게 되려나', '세상이 어찌 돌아가나', 또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 라고 느꼈던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이미 그게 1년 전 일이다.

정권이 바뀌어있고, 그 사이 수많은 경사들과 수많은 참사들이 있었다.


그녀와 처음으로 장기로 커플여행을 떠났던 때도 작년 12월이었다.

정말 내 삶에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서로 더욱 사랑하고 있고, 그녀는 더 아름다워져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


오늘 인스타그램을 뒤적이다 '암컷 개구리, 못생긴 수컷 개구리 만나면 '죽은 척' 한다' 란 글을 봤다.

개구리도 이렇게 열심히 산다 싶다. 외모면 다 되는 더러운 세상.

그래서 나는 미인을 사귀고 있고,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은 그녀가 나를 보고 '죽은 척' 한 적은 없어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나와 다닐 때는 그 어느 사업장의 종업원들이든 그녀에게 더욱 잘해준다고 느낀다 했다.

나에게서 돈 냄새를 맡아서라고 농담하곤 했다.

오늘 다시 잘 생각해보니, 그녀만큼 예쁜 사람과 다니면 능력이 대단한 남자로 보일 것 같긴 하다.

그리고 내가 그녀에게 푹 빠져있는 눈빛을 보면, '무슨 돈이든 쓰겠구만' 싶어보이긴 하겠다.


더 잘해줘야겠다.

그 일환으로 최근에 주문한 선물들이 집에 도착했다.

온 클라우드틸트 펄/아이스. 그녀와 어머님께서 커플로 차게 될 론진 돌체비타 두 개.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는 세일을 하지 않지만, 연말 프로모션으로 스노우 글로브들이 딸려왔다.

쿠폰들도 알차게 쓸겸, 페리에주에 벨에포크 에디션 샴페인들과 마스크팩들도 장바구니에 담아둔다.


어서 그녀의 품에 안겨다주고 싶다.

그리고 그녀를 내 품에 안고 싶다.


그녀는 오늘 늦게까지 야근을 한다.

야근을 하다가, 우리가 두 달 전쯤 나눈 대화를 다시 읽어보며, 몇달이 지난 이야기를 나눠본다.

승진을 했던 것을 다시금 축하해주고, 자신의 일인양 나의 성공에 재차 호들갑을 부려준다.

다시 읽어도 기뻐하고, 감동할 글들로 우리의 기록이 점철되는 것이 감사하다.


그녀의 따뜻한 말에 감동하면서도, 그녀에게 차갑게 썼던 글들이 떠오른다.

그녀에게 쏘아붙였던 말, 좀 더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한 날, 그녀의 몸과 마음이 아팠던 기억.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해주지 못한, 부족하디 부족한 부분들이 더 생각난다.

나와 헤어지고 싶었을 때가 몇 번이나 있었을텐데, 잘 사귀고 있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100번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번 잘못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싫어하는 일을 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훗날 우리의 카톡창 어디를 열어봐도, 브런치의 어느 장을 열어봐도, 어느 편지를 열어봐도,

열렬히 사랑한 흔적만이 남아있다면 좋겠다.


Ozan Varol 은 그의 책 "Awaken Your Genius" 에서, 아래처럼 말했다.

"젊었을 때 꿈을 가졌다고 해서 영원히 그 꿈에 속박될 필요는 없다. 35세의 당신과 25세의 당신은 공통점이 별로 없다. 내 말이 틀린 것 같다면 당신이 예전에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을 찾아서 읽어보라. 그때 쓴 글과 그때 입은 옷을 보면 질겁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왜 지금의 내가 저 사람이 했던 선택에 매여 살아야 하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의 나는 갓 스무살이 된 사람이었다.

그때에 비해 우리는 확연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

나는 좀 더 우울해졌고, 그녀는 좀 더 아름다워졌다.


우리가 처음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기 시작한 1년 반 전에 비해, 우리는 많이 변해있다.

서로를 더 사랑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결혼 계획을 논하며 돈을 섞고 있다.


그녀는 가끔 '초심은 변하라고 있는 것' 이라고 반농담하곤 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초심보다 더욱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진정성은 불변하는 것도 아니다.

인생을 사는 동안 '우리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정의도 바뀌기 때문이다.

내가 다섯 살 때의 진정한 자아와 쉰 살 때의 진정한 자아는 다르다.

내게 중요한 것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자꾸 바뀐다.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내게 중요한 것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매일 항상 살피되,

평생 그녀만을 행복하게 해주고 삶을 마감하겠다는 목표에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다.

가끔은 고삐를 조이기도 하고, 늦추기도 해야한다. 가끔은 달리기도 해야하고, 쉬기도 해야한다.

관계에 대한 불안은 외부로 방출되고, 현명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10년, 20년, 아니, 40년이 지나서 오늘의 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내가 그녀를 얼마나 안아줬고, 얼마나 본받았고, 얼마나 아름답게 여겼는지 되돌아볼 수 있도록.


오늘도 그녀에게 사랑의 말을 남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늦게까지 야근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우리의 추억을 잊지 않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먼 훗날의 모습까지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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