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는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운동하고 출근한다.
그녀의 부지런함을 칭찬하는 나를 '체력왕' 이라고 불러주며, 나를 더 치켜세워주는 그녀.
오랫동안 그녀를 아껴주고 챙겨줄 수 있도록, 오늘도 체력을 길러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어지는 건 기분 탓이려나.
그녀는 퇴근하고 싶은 기분을 가까스로 억지로 밀어내며, 여러가지 업무와 연말 행사 등을 조율한다.
날씨가 궂다. 아침부터 추운 날씨에, 눈도 온다.
그녀와 나는 둘 다 겨울에 태어나서인지, 여름보다는 겨울을 좋아한다.
그녀와 처음 장기 여행을 떠났던 작년 겨울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그녀 말대로,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겨울이었다.
이번 연말에도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럴 날이 20일도 남지 않았다.
같이 붕어빵도 사먹고, 캐롤도 듣고, 실내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기로 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겨우겨우 가리는 Dior 수영복도 미리 준비해 놓았다.
서로의 몸의 구석구석 모든 윤곽을 뼛속깊이 알고 있지만, 그녀와 수영장을 가는 것은 처음이라,
너무나 즐거울 것 같지만, 요즘 나의 식욕이 폭발한 것이 함정.
그녀는 365일 내내 어느날 수영장에 가도 될 완벽한 몸매를 항상 유지하고 있으면서,
오늘은 하루 종일 과자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신은 불공평하다.
그녀처럼 아름다운 사람에게 과자를 안 먹을 수 있는 절제력까지 주시다니.
부익부 빈익빈.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퇴근한 그녀를 집 앞에서 기다려준 소포 속에는 2026년 다이어리가 있다.
내년을 맞을 준비를 모두 마친 듯한 상쾌한 기분.
물론 우리가 어렸을 때는 상상 속에서나 올 것만 같은 2026년이라는 숫자가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만화영화에서 나오던 2026년은 그냥 파란 하늘에 우주선들이 날아다니던데.
하지만 그런 미래가 아직 오지 않은 대신, 우리가 날아다니기로 한다.
그녀와 함께 매해 성장해 나가는 나의 모습이 좋았는데, 요즘의 나는 그런 모습이 아니다.
점심을 먹으며 무심코 초콜릿 한 봉지를 뜯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요즘 일의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것 같다. 운동능력도 떨어졌다.
한동안 잘 관리하고 있었는데, 왜 이러지. 몸의 윤곽도 더 못나진 것 같고.
거울을 보니 낯빛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네. 몸무게를 떠나서 쓸데없는 살들도 많이 붙었다.
최근 나의 모습을 돌아본다.
그녀가 너무나 보고 싶다는 핑계로, 여러모로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나에게 행복이 되고,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동기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녀가 그립다고, 자기관리에도 소홀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나의 이상향은 그녀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평생 될 수 없겠지만, 그녀와 조금이라도 더 닮은 사람이 되고 싶다.
초콜릿을 절반만 먹고 내려놓는다.
사무실 문을 닫고, 팔굽혀펴기와 스쿼트를 다시 시작한다.
오늘도 그녀를 닮아간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과자 하나 먹는 것도 조심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나와 떨어져 있을 때 더욱 루틴에 철저한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매일 한결 같은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