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6,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는 오늘 오랜만에 그녀의 제일 가는 친구인, 어머님과 데이트를 한다.

어머님의 친구 분이 전시회를 한다 하여, 어머님과 함께 작품도 감상하고, 셋이 대화도 나눈다.

"얼굴도 예쁜데 말도 잘해" 라며 그녀에게 첫눈에 홀딱 반하는 어머님의 친구분.

그 어떤 초면인 아주머니들도 반하는 그녀의 미모는 주말에도 쉴 줄을 모른다.


어머님께서 먹음직스런 갈비찜 두 바닥을 잔뜩 건네주신다.

그녀의 '사과 먹고 싶다' 고 지나치는 한 마디에, 사과도 지나칠 정도로 또 가져다주신다.

이제 그녀는 뭔 말을 못 한다.

무슨 짧은 말을 뱉어도, 기를 쓰고 가져다주는 사람이 두 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나.


어머님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에게 챙겨주시는 건 그게 끝이 아니다.

화룡점정은 Yellow Code Sauvignon Blanc 와인 한 병. 강아지 마스코트가 붙은 병이 너무 귀엽다.

병이 너무 귀여워서 오늘 곧바로 따지는 못하고, 내일 마시는 걸로.


내가 뵌 어머님은 참 따뜻하신 분이다.

그리고 그녀는 어머님의 인심과 정을 닮았다.

집안을 보고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그녀의 가족이 어떤 분들이든 상관없이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어머님을 뵐 때마다, 나는 나 또한 그녀의 가족이 되는 것을 더욱 바라게 된다.


오늘도 그녀의 따뜻한 목소리를 듣는다.

맛있는 갈비찜도 먹고, 낮잠도 좀 자고 체력을 회복한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더욱 윤기가 넘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일이다.

어떤 대화를 해도 재미있고, 어떤 말을 해도 사랑스럽고, 어떤 주제도 결론은 행복함이다.


나도 그녀에게 오늘은 굿 뉴스를 한 가지 전한다.

회사와 조율해서, 내년 초부터 그녀와 함께 살기 시작할 날짜를 정확히 정했다.


그녀와 매일을 함께 일어나고, 그리고 매일밤 함께 대화하며 잠들고 싶다.

그녀와 맛있는 것을 먹는 것도, 그녀의 손을 잡는 것도, 그녀와 열정적인 사랑을 밤새 나누는 것도,

그녀와 드라이브를 하는 것도, 그녀와 미술관에 가는 것도, 그녀와 쇼핑을 하는 것도 다 좋지만,

그 무엇보다 그녀의 곁에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녀의 입술이 내 귓가에 속삭이는 말들을 끝없이 듣고 싶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결혼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결혼을 하고 싶다면 이렇게 자문해 보아라

나는 이 사람과 늙어서도 대화를 즐길 수 있는가

결혼생활에 다른 모든 것은 순간적이지만

함께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대화를 하게 된다


같은 맥락으로, "결혼을 불행하게 만드는 건 사랑의 결핍이 아니라 우정의 결핍" 이라고도 얘기했다.

정작 니체 본인은 독신으로 삶을 마감한 사람이라, 크게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들은 아닐 수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예속되는 감옥' 으로의 결혼보다는,

서로에게 독립적이며 자신의 삶을 주도하는 두 명의 Übermensch (초인) 가 만나서,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며,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길 바란 니체.


니체의 철학대로라면, 그녀는 나에게 완벽한 짝임에 틀림없다.

그녀는 독립적이고, 자신의 삶을 주도해서 살아가며, 나를 그 누구보다 존중해준다.

나는 그녀를 존경하고 있고, 함께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며, 삶의 가치를 같이 찾고 싶은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와는 늙어서도 대화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내평생 이렇게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처음 봤다.

이렇게 교양 있고, 깊이 있고, 흥미롭고, 다양하고, 화법이 유려하고, 말한만큼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내 남은 인생의 대부분을 그녀와 대화하고 싶다.


그녀는 내 인생의 위버멘쉬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이렇게 예쁜데 말도 잘 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나와 함께 집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나와 살게 될 날을 그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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