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와 내가 둘 다 휴식을 취하는 일요일은 오랜만이다.
마음이 좋다. 함께 쉬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긴 하지만.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마트도 다녀온다.
이상한 시간에 잠들고, 이상한 시간에 깨기도 한다.
그녀는 요즘 몸상태가 좋지는 않다.
일도 정신없이 바쁘고, 우울한 날도 있고, 철저하게 루틴을 지키느라 몸을 혹사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 씁쓸한 생각이지만 -- 그녀와 내 나이에 매일 개운하게 건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건강 문제로 이미 세상을 떠나는 친구들 소식도 듣곤 하는 나이가 됐다.
그녀의 외모는 22년 전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그녀가 나와 겨우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고, 그녀도 나이를 먹고 있다는 걸 깜빡 잊게 되긴 한다.
한국처럼 나이를 따지고, '동안' 과 외모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그녀는 이상향에 가깝다.
외국 어디를 나가봐도, 나이를 물어보거나, '동안이세요' 라는 말은 무례한 말로 여겨지곤 한다.
피부가 얼마나 탱탱한지가 가장 중요한 스펙 중 하나인 한국에서도, 제일 뛰어난 그녀이지만,
나와 남은 인생을 더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그녀의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물론 인간은 자연스레 나이 들어간다.
세상 모두에게 공평한 것은 죽음과 세금 뿐이다.
세상에서 제일 돈이 많은 사람도 언젠가는 늙어죽는다.
다만 얼마나 고상하고 품위 있게 나이 들어가는지는 우리가 선택할 문제다.
살다보면 가만히 있어도 불행한 일이나 건강 문제가 생기곤 한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이란 그런 일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다.
내가 운전을 아무리 잘 해도, 가만히 빨간불에 서 있어도 뒤에서 와서 내 차를 박곤 한다.
그리고 나는 책임이 0% 인데도, 상대방 보험회사의 피부담금이 적은 이유로, 내 돈이 나가곤 한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 급하게 운전하는 사람이 측면에서 부딪혀 오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두 발을 디뎌 일어난 순간, 잠시 정신을 잃고 옷걸이에 긁혀 얼굴을 다치기도 한다.
기립성 저혈압인지 검사를 받아봐도, 똑똑하다는 의사들도 정확히 원인을 알 수 없곤 한다.
갑자기 어딘가 핏줄이 끊어지기도 하고, 호르몬의 노예가 되어 기분이 왔다갔다 하기도 한다.
가족들이 아프기도 하고, 사랑하는 친구들이 아프기도 한다.
돈 때문에 가족들끼리, 친구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사기를 치기도 한다.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정치적인 변화로, 우리가 원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기도 한다.
나는 그녀와 같이 믿음직한 사람을 만나서,
생각치 못한 일들을 함께 더 잘 풀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나의 도움은 그녀에게서 온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가 아프거나, 그녀의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내가 얼마나 무력한지를 절실히 느낀다.
나는 그녀가 아픈 것을 치료해줄 수도 없었고, 그녀가 맞닥뜨린 문제들을 풀어줄 수 없었다.
결국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녀의 곁에 있어주는 것밖에 없었다.
부족한 나라 하더라도, 그녀에게 1% 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가 보고 싶은가 보다.
그녀와 있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순간, 그녀가 나를 지켜준만큼 그녀를 지켜주지 못할까봐.
무서운 일이다.
곤히 잠든 그녀를 떠올리며, 오늘도 우리가 무탈한 하루를 보내길 기도한다.
흥분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좋으니, 무너지는 순간이 없도록.
그녀는 항상 곁에 두고 싶은 나의 도움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오롯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나를 사랑해주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언제 어디서든 나의 도움이 되어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