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8,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월요일이 어김없이 또 왔다.

한 주의 시작 -- 오늘은 그녀도 나도 전체회의가 있는 날.

주말 내 푹 쉬어서인지 더 피곤한 것 같기도 하다.

길디긴 회의에 앉아있노라면, 아무리 일에 집중해도, 역시 그녀가 먼저 아른거린다.


그녀도 열심히 일하면서도, 내 생각을 해준다.

내 브런치를 읽어준다.

그것만으로 행복해진다.

빈틈없이.


행복이란 뭘까.

행복이란 도대체 뭘까.


어렸을 때의 나에겐, '돈이 없지 않은 것' 이 행복이었다.

'아무 나쁜 일이 없는 것' 이 행복이었고, '이대로 똑같이 살다 죽는 것' 이 행복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만난 지금의 나에게 행복이란 뭘까.


이 나이가 되어서야,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란 사람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내 인생의 취향이란 무엇이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의 행복은,

날씨도, 공기조차도 건조하기 짝이 없는 날에, 피부도 옷차림도 푸석푸석한 그런 날에도,

그보다 더 건조한 업무를 처리하며, 칭찬보다는 냉소가 많고, 언성이 높아지는 곳에서 일하면서도,

내가 그녀만이 보라고 쓴 브런치의 글을, 그녀가 읽어주는 일이다.


나의 행복은,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정으로 사랑받는 일이다.

거짓말처럼 사랑받는 일이다.


그럼 사랑이란 뭘까.

나란 사람에게 사랑이란 도대체 뭘까.


우리가 함께 묵던 호텔에서, 내가 그녀를 위해 준비한 선물들을 누군가 훔쳐가고,

호텔 측에서는 감시카메라를 아무리 돌려봐도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우리를 억울하게 만들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묻느냐' 란 고민보다는, 얼마나 금전적 손해를 봤는지 계산하기보다는,

그녀의 기분을 어떻게 풀어줄지, 그리고 같은 선물을 얼마나 빨리 구해서 채워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그녀가 억울함보다는, 사랑받는다는 기분을 먼저 느끼게 해줄지 생각하게 되는 일이다.


그녀와 너무나도 다른 모습의 나를, 나 자신도 가끔은 이해할 수가 없는 나를, 깊이 이해받는 일이다.

그 누구와도 못 나눌 이야기를,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볼까 걱정하지 않으면서 마구 말하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서로에게는 최대한 다정하고, 상냥하고, 예쁜 단어를 쓰려고 노력하는 일이다.


상대방이 나에게서 그 어떤 허물을 발견하더라도,

너무나 부족한 내가 그 어떤 실수나, 오해나, 잘못이 있더라도,

그녀만은 나를 끝까지 붙들고 놓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일이다.


그녀 말고는 곁에 오래 둔 '친구' 가 그 다른 누구도 필요없다고 느끼게 하는 일이다.

길에서 그 어떤 여자를 봐도 눈길이 가지 않는 일이고, 남보다는 내 외모부터 걱정하게 되는 일이고,

몇만명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찬 장소에서도, 그녀가 객관적으로 제일 예뻐 보이는 일이다.

죽을 때까지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하지 않아도, 내평생 더 아쉬울 것이 없다고 느끼게 하는 일이다.


그녀가 출근할 때는 내가 그녀의 빨간 입술에 입을 맞춰주고, 퇴근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일이다.

내가 출근할 때는 그녀가 나를 집 앞에서 바래다주고, 퇴근할 때는 나를 기다려 안아주는 일이다.

일하다 나와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는 발이 가벼운 일이고, 다시 일하러 가는 발이 무거운 일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잠자리에 누워 잠들기 전, "자걈 사랑해" 라고 말해주고 잠에 드는 일이다.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람을 하루 종일 내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 없는 일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어찌 보면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모든 인류가 해왔다.

역사상 제일 똑똑한 철학자들부터, 사이비를 비롯해 셀 수 없는 모든 종교들이 이야기하는 주제다.


나는 이제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사랑이 무엇인지 안다.

더 이상 그게 뭔지, 어떻게 얻는 건지 궁금해할 필요가 없다.


이제 지켜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녀만을.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나의 글을 읽어주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나를 그 누구보다 사랑해주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나의 사랑을 받아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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