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으며 싱그러운 땀으로 아침을 깨우는 그녀.
온 몸이 호달달 떨려와서인지, 아침부터 '과메기가 먹고 싶다' 고 귀여운 아재 입맛을 자랑한다.
어디서 파는지도 쉽게 알 수 없고, 어르신들께서 좋아할만한 음식인데,
떡볶이나 치킨처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메뉴가 아닌데도,
그녀의 회사에 갑자기 과메기 박스들이 들이닥쳤다.
아니,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나.
그녀와 재회하고 서로 사랑하게 된 신기한 경험 이후로, 이렇게 신묘한 일은 처음 본다.
온 우주가 합심해서 그녀의 소원을 들어준 것이다.
덕분에 그녀는 맛있게 과메기를 먹고, 하루 종일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나에게도 사진을 보내준다. 과메기에 윤기가 좔좔 흐른다.
나까지 배불러 오는 것 같다.
그녀만큼 행복해진다.
촉촉한 그녀의 피부와 과메기의 육질 (이렇게 둘이 붙여놓으니 표현이 이상하긴 하다) 에 비해,
건조하기 짝이 없는 오늘의 날씨. 정말 겨울이 왔다.
이런 날씨에도 그녀는 어떻게 언제나 키스하고 싶은 입술 컨디션을 유지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녀의 어머님이 사주신 에르메스 챕스틱을 가지고 다니기만 할 뿐 바르질 않아 입술이 쩍쩍.
하지만 그녀와 같이 있을 때의 나는, 이상하게 입술이 그녀만큼이나 촉촉하다.
그녀는 내 입술이 너무나 부드럽다며 언제나 칭찬해주곤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언제나 시도때도 없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녀와 키스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의 촉촉함이 묻어왔을 수밖에.
과메기가 아니더라도, 어서 그녀를 만나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들을 먹고 마시고 싶다.
연말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한 레스토랑에서, 방금 요리되어 나온 음식들을 맛보고 싶다.
비록 나는 술을 못 해서 한 잔도 못 하지만, 함께 와인과 샴페인도 마시고, 스초생도 먹고 싶다.
광고를 하도 봐서 투썸 스초생을 먹어보고 싶긴 한데, 둘이 먹기엔 꽤 양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하니,
'어허! 약한 마음!' 이라며 그녀가 호통을 친다.
나보다 식사량이 절반도 안 돼서, 오마카세에서 스시 10피스가 나오면 5피스는 나를 주는 사람에게,
스초생을 사면 그 중 1/4 도 못 먹을 사람에게 이런 취급을 받다니. 기분이 너무 사랑스럽다.
나는 그녀가 맛있는 것을 먹고,
그녀가 좋은 옷을 입고, 그녀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녀가 좋아하는 뮤지컬을 보고, 그녀가 즐기는 미술작품을 보고,
그녀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그녀가 좋은 사람들과 재밌게 놀고,
그녀가 행복한 것이 제일 좋다.
글 쓰기를 좋아하는 그녀가, 깊은 생각으로 다듬은 글을 보내줬다.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되는, 그리고 그녀의 생각의 단편에 빠져들어가는 좋은 글.
닮고 싶은 문체. 본받고 싶은 의식 구조. 배우고 싶은 경험과 철학.
매일 끝없이 듣고 싶은 그녀의 말과 생각들.
그녀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
나는 과메기를 먹은 그녀보다 행복해진다.
그녀의 블로그에 매일 한 번씩은 들어가지만, 오늘은 몇 번이고 읽고 또 읽는다.
나는 조금 불편하고 불행해도 상관없으니, 그녀가 행복하게 해주세요.
그녀가 행복할 수 있도록, 내가 덜 불편하고 불행하게 해주세요.
오늘 그녀에게 너무 행복한 하루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주여.
내일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큼만 행복하게 해주세요.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잖아요.
오늘의 그녀는 과메기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먹고 싶은 것을 먹은 것만으로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나에게도 행복을 전해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