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20,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와 휴가를 떠나기 전 마지막 주말.

평일보다는 여유롭지만, 나도 그녀도 아직 할 일이 많은 토요일이다.


그녀는 새벽 3시에 들어와서 아직 잠이 부족하지만, 일어나서 먼저 속눈썹 관리를 받는다.

마트에서 두유도 사오고, 카센터와 주유소도 들러본다.

집에서 빨래도 하고, 마지막으로 나와의 여행 영상을 모두 다시 돌려보며 편집한다.


영상을 한 번이라도 편집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10분 영상을 만드는 데에는 몇시간이 걸린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내가 부탁한 것도 아니고, 내 사랑의 조건인 것도 아닌데,

우리가 사랑한 추억을 계속 돌려보며 향유하고 조각을 맞춰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내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만들어주는 그녀의 손길이 고마울 뿐이다.


나도 연말 내내 회사를 비우기 전, 마지막으로 일에 박차를 가한다.

점심을 후다닥 먹으며, 그녀가 만들어준 영상 중 하나를 틀어본다.

이미 몇십번을 본 영상들이지만, 볼때마다 그녀의 모습에 반하곤 한다.


첫 영상을 만들었을 때, 그녀는 '내가 자기보다 자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 고 애교섞인 말을 했다.

그녀의 얼굴만 뚫어져라 보느라, 자세히 보지 않았던 내 자신의 얼굴을 봤다.

글쎄, 내가 보기에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고, 사랑하는 여자에게 깊이 빠진 남자의 얼굴인데.

그녀의 귀여운 투정을 들은 이후로, 내 얼굴이 사랑의 감정으로 가득차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항상 차가운 얼굴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벽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냉정하고 이성적이고 감정이 없는 것 같다는 말도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에게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녀가 언제나 느낄 수 는 얼굴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노력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그 어떤 사람도 감정을 숨기기는 어렵다. 스스로 연기를 잘 하는 줄 아는 사람도, 사실 다 보인다.

그래서 어떻게 노력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도, 딱히 좋은 답은 없었다.


다행히 우리의 사진들마다, 우리의 영상들마다, 나의 얼굴은 행복과 사랑으로 가득차 있었다.

억지로 그런 표정 지은 적도 없다.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이 이렇게 즐거운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 어떤 노력을 하지 않아도, 그녀가 너무 사랑스럽고, 그녀가 너무 그립고, 그녀가 너무 보고 싶다.


거울을 본다.

그녀가 곁에 없으니,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우울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녀가 필요하다.


밤늦게까지 우리의 영상을 만들어서 최종으로 탈고한 그녀.

어서 일을 마치고 집에 가서 그 영상을 보고 싶다.

그녀를 보고 싶다.


오늘도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을 열심히 밟아나간다.

최대한 빨리 보고 싶다. 최대한 오래 보고 싶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우리의 추억을 돌아보며 편집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내 얼굴을 밝혀주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사진마다, 영상마다,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이전 07화December 19,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