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8, 2026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추운 아침.

날씨가 어떻든, 그녀는 모두가 비몽사몽할 시간에 일어나 새벽을 깨우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 읽는 나의 러브레터의 마지막 줄,

"넌 나의 전부야 -- 나의 전부인 것처럼 매일 사랑스럽게 대해주는 날들이 어서 오기를 <3"

이라는 줄을 읽고, "오기를 <3" 을 "오메가3" 로 읽었다며 빵터지는 하루의 시작.


이번 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그녀와 수영장에서 수영도 해보고, Gym 에서 운동도 했다.

처음으로 본 그녀의 수영복 자태는, 나의 코피를 터뜨렸고, 풍기문란죄로 잡혀갈뻔했다.

그녀는 그야말로 완벽한 몸매를 지니고 있다. 나를 자꾸 나쁜 마음을 먹게 한다.


그녀의 능숙한 지휘에 따라 그녀의 평소 운동 루틴을 따라해보기도 했다.

그녀는 어려운 동작들을 끝없이 반복하면서도 밝게 미소지은 얼굴은 뿌듯함이 가득했다.

나는 몸 여기저기서 뿌듯- 뿌듯- 소리가 나던데... 전혀 뿌듯하지 않았다.

역시 경력자와 초보자가 같이 뭔갈 하면 안 된다.


그녀와 함께 살게 되면, 나도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좀 더 운동에 힘을 쓸 예정이다.

그녀를 더 닮아가고 싶다. 더 건강해져서, 더 오래, 전심전력으로 사랑해주고 싶다.


사무실도 춥다.

그녀는 내가 사준 옷을 입고, 항상 내게 고맙다며 사랑의 말을 전해주는 걸 잊지 않는다.


나에게 사랑의 언어를 실컷 쏟아부어주는 그녀는, 다시 일에 집중해본다.

나도 요즘 일이 참 바빴지만, 그녀가 바쁘게 일하는 모습은 참 멋지다.

그녀는 오늘은 하루 종일 별 말도 없이 보고서 작업에 몰두한다.

2026년의 환경 변화와 대응 기조에 대해서, 내일 있을 워크샵에 발제 준비를 한다.


그녀와 대화를 하다보면, 진중하고 심각한 대화를 일부러 하는 게 아닌데도,

세상만사에 대해 신기한 정보나 새로운 관점을 많이 느끼게 된다.

그녀는 나와 평생 다른 업계에서 일해왔고, 별 업계의 별 사람들을 마주쳐야하고,

어찌 보면 그녀의 전공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쌓아야하는 일을 해온지라,

덕분에 교양이 넘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 된 듯하다.


천주교 신자이기도 한 그녀에게서 듣는 교황청과 고해성사에 대한 이야기.

현재 정치의 메카니즘과, 경제의 흐름과, 정보의 중요성, 그리고 인공지능 검색 기술의 힘.


대화를 하다보면 그녀는 참 신기한 사람인 것 같다.

아무도 관심이 없을 것 같은 진지함 자체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도 너무 재미있고,

시답잖은 주제에 대해 편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눠도 알차게 시간 가는줄 모르게 되고,

분명히 나보다 훨씬 정숙하고, 보수적이고, 필드 매뉴얼인 사람이며, 고전적인 사람인데,

너무나 수더분하고, 참 열려있고, 나이값 못하는 옷이 어울리며, 매혹적이고, 섹시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를 만나고 말이 너무 많아져버렸다.

그나마 함께 있을 때는, 대화하는 대신 그녀의 아름다운 입술에 입을 맞출 수 있고,

식사에 집중하느라 혹은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느라 말을 잠시 끊고 우리의 침묵을 즐길 수 있지만,

통화를 할 때면 80% 는 내 말로 오디오를 채우느라 정신이 없다.

하루 종일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는 내가 그리 말을 퍼붓고 전화를 끊으면 정말 입이 아플 때가 있다.


재미도 없고, 흥미롭지도 않은 나같은 사람과 매일 이런저런 주제로 말을 섞어주는 그녀.

그리고 내 말에 귀기울여주고, 나에게 진심을 속삭여주고, 세상 재밌는 이야기를 다 전해주는 그녀.


나는 그녀와 이야기하는 것이 진정 제일 재미있다.

그래서 그녀와 평생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매일 더 굳혀나가게 되는 것 같다.


아무리 예쁜 꽃에도 향기가 없는 경우가 있다.

나는 살면서 자신의 외모에 취해서 그 외에는 아무 것도 흥미로운 게 없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다.


나는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외모가 정말 너무 예쁘고, 속된 말로 '내 스타일이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내면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고, 아는 사람으로만 지냈다.

그리고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21년만에 만났는데, 그녀가 더 예뻐진 것을 봤다.

평생 실물로 본 사람 중에 제일 예쁘다고 생각했다.


너무 예뻐서, 처음에는 심지어 이상한 선입견까지 생겼다. 일종의 방어기제였던 것 같다.

저렇게 예쁜 사람이 내면에 문제가 없을 리는 없다- 라고까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반했기 때문에 브레이크는 조금도 작동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라는 사람을 더 알아갈수록,

이미 내게 완벽한데도, 서로 더욱 맞춰가며, 나보다 더 큰 마음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그녀를 봤다.

내게 외면과 내면이 모두 완벽한 사람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 인생을 살면서 삶의 성공이란,

단 한 명이라도, 내가 진심으로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삶을 살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

그녀는 내 모든 꿈을 이미 이뤄줬다.


그런 그녀를 따라가는 것도 벅찬데, 그녀에게 그녀만큼이나 완벽한 배우자가 되어주기도 힘든데,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다워질까, 식욕을 억제할까, 오늘도 고민을 거듭하는 그녀.

정말 말릴 수가 없다.


나도 더 예뻐져야겠다.

다른 누구와 경쟁하는 것보다는,

어제의 나 자신보다 오늘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도록, 경쟁해 나가야겠다.


100m 를 11초에 주파할 수 있는 사람이 내 옆에서 아득히 멀어져나가는 것을 보고 실망하기보다,

어제의 내 기록보다, 오늘 0.0001초만이라도 더 빨리 뛸 수 있도록.

그리고 몸이 아픈 날 쉬어가고, 조금은 덜 뛰는 날이 있더라도, 절대 완전히 멈추지 않도록.


그녀의 눈에 그녀만큼 예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추운 날에도 열을 내며 일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더 이상 예뻐질 수 없는데도 매일 예뻐지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나를 그 누구보다 예뻐해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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