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오늘은 안나 카레니나 뮤지컬표를 오픈런해서 구입했다.
그녀가 가장 감명 깊게 본 뮤지컬을 나도 드디어 볼 수 있다니, 정말 기대된다.
그녀가 좋아하는 민우혁 님은 이번엔 아쉽게도 출연하시지 않지만, 다른 작품에서 뵙는 걸로!
오늘 그녀는 정보라 씨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를 읽고 있다.
파랗게 반짝이는 표지가, 겉부터 흥미로운 책.
그녀가 다 읽고 나면 나도 꼭 읽으리라.
1월이 보름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녀는 이미 6권의 책을 읽었다.
문학소녀의 독서량을 따라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교양은 따라갈 수 없으니, 독서량이라도 따라가야할텐데.
그녀의 글이 더 뛰어나고 중요하다는 팩트스런 핑계로, 그녀의 블로그나 다시 들어가본다.
2026년은 그녀와 처음 사귈 때부터 꿈꿨던 많은 일들을 이루는 해가 될 예정이다.
그녀와 함께 다시 같이 살게 될 것이고,
그녀와 안나 카레니나 뮤지컬을 볼 것이고,
그녀와 파리에 여행을 갈 것이며,
그녀와 결혼할 것이다.
몇년전 이야기했던 것들이 이루어진다니, 생각해보면 참 마음이 좋게 시린 일이다.
세상 일들은 단순히 내가 열심히 했다고 곧바로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돌이켜보면 나의 목표를 이뤄내는 데에는, 내 생각보다 항상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밥에 뜸을 들여야 맛있는 밥이 되는 것처럼.
그래서 기다림의 미학이 중요한가보다.
나는 조급함의 화신이다.
언젠가 꼭 해야할 일을 알게 됐다면 1분도 미루지 않는 편이고,
스케쥴러에 모든 할 일들을 적어놓고 그대로 따라가지 않으면 손이 떨리고,
한 달 후에 있을 데드라인에 대해서도 매일 아침 팀원들을 닦달하는 스타일이다.
좋게 말하자면 그 누구보다 행동력이 있지만, 여유와 사려 깊음은 떨어진다.
나의 이런 성격이 내 업계에서는 도움이 될 때도 있었지만, 단점도 많은 편이다.
조바심을 내거나, 성급하게 일을 그르칠 때도 있었다.
특히 주변 사람들의 상황을 살피거나, 조화롭게 일하는 데에 있어서는 좋지 않았다.
내가 주로 혼자 일하는 직업이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그녀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고, 또 나와 다른 부분에서 많은 걸 배웠다.
그녀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신중하고, 조신하고, 조심스럽고, 여유 있는 사람이다.
밥에 적당히 뜸을 들일 줄 아는 사람이고, 냄비가 끓는지 1초마다 열어보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항상 그 누구보다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고, 일에 대한 욕심으로 가득찬 사람이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의 성과를 돌아보며, 개선할 점을 찾고,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녀와 같은 사람을 만나서, 어찌 보면 서로 '음양' 스러운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고,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서, 우리는 더욱 효과적인 사람들이 됐다.
서로가 부족한 점을 너그럽게 이해하고, 보완해주고, 오히려 장점으로 만들 관계가 됐다.
그녀 덕분에 나는 많은 것을 이뤘다.
어서 그녀가 보고 싶지만, 하얀 쌀에 천천히 뜸을 들여본다.
식지 않는 공기밥의 따뜻함으로, 그녀를 안아줄 수 있도록.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나와 볼 뮤지컬표를 예매해주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나와 살 준비에 마음이 급한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그보다 마음이 급한 나에게 여유를 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