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갑자기 승진했다.
사장과 부사장과 직속상사와 넷이서 미팅을 했다.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눠본 적 없는 사장과 부사장은 나의 '파일' 을 앞에 두고 읽기 시작했다.
나의 '파일' 이라는 게 존재하는 줄은 알았지만, 막상 눈앞에서 보니 내 몇 년의 커리어가 종이 몇 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는 게 기분이 묘했다.
지금까지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온 것이 고맙다고 했고,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주고, 본보기가 되어달라는 원론적인 격려를 받았다.
물론 지금 회사 상태와 업계 분위기와 세상 돌아가는 모양이 만만치 않다는 당연한 전제조건도 들었고,
그래도 좋은 성과를 기대하겠다는 부담되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특히 현대 사회의 회사라는 구조는 인간성이 결여되고 몰개성한 곳이다.
내가 받는만큼, 아니 그 두세 배의 결과를 내지 못하면, 곧바로 낙오된다.
나라도 내가 받는만큼의 돈을 타인에게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손해 보고 싶지 않다.
연봉인상은 11% 정도였지만, 두 배로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 는 말을 믿지 않았다.
예전에 승진했을 때도, 자랑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혹은 질투를 유발할까봐, 혹은 급전을 요구할까봐,
친하다는 친구들에게도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부모님에게도 알리는 것이 마음 편하지 않았다.
또 주변에 쓸데없이 자랑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나의 어머니는 다른 어머님들에게 눈치없이 아들 자랑을 끝없이 늘어놓는다. 삶에서 자랑할 것이 아들 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그런 사려깊지 못한 행동은 정말 싫어한다.
유일하게 그녀에게만 이야기했다.
딱히 이야기하고 싶은 친구도 없고, 부모님께도 아예 알려드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모든 걸 공유하고 싶다.
그녀에게 숨길 이유는 없고, 언젠가 같이 살면 돈에 대해서도 투명한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이야기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것이 느껴졌다.
나보다도 기뻐하는 것 같다.
그녀의 최근 일의 강도로는 그 어떤 것에도 기뻐할 기분이 아닐텐데, 기뻐하는 것을 보니 신기하다. 좋다.
일터에서 승진하고, 인정받고, 보상 받는 것에 큰 미련은 없었는데,
그녀처럼 기쁨을 나누면 두 배가 되는 사람이 있으니, 앞으로 몇 번이고 더 승진하고 싶어진다.
단순히 돈을 더 많이 벌고, 지위가 높아지는 것을 떠나서
그녀는 본인의 일에서든 남의 일에서든 '밥값' 을 하고, 걸맞는 인정과 보상을 받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긴다.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부분이다.
나를 더 성실하게 만든다.
일은 내가 했지만, 그녀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좋은 결과가 생기지 않았을 게다.
계속 본인은 한 게 없다고 겸손하게 말해도,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만은 알고 있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승진할 수 없었다.
진심으로 나를 자랑스러워해주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어한다.
내 돈은 그녀의 돈이 아니라고 한사코 거부하고 부정하면서, 내 일은 그녀의 일처럼 기뻐해준다.
나의 모든 기쁜 일을 그녀와 나누고, 그녀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