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나의 승진 후 공식적인 첫 출근 날이라고 그녀는 내 몫까지 신이 났다.
주변에서는 아무도 모르고, 심지어 회사 동료들도 아직 모르고, 나는 같은 자리에 앉아서 일하고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는데,
그녀의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는 것만으로 나는 더 설레고 내가 바라보는 세상 전체가 바뀌었다.
심지어 특별한 날이라면서, 정성스레 쓴 손편지까지 추가해줬다.
아껴 모아온 엽서에 말이다. 지우고 다시 쓸 수 없는, 한 번 나를 향하면 그 누구에게도 갈 수 없는 엽서에 말이다.
나처럼 자판이나 두드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펜에 힘을 눌러주고, 분량 안에서 생각을 정리하며 말이다.
돈은 아무리 많이 써도 다시 벌 수 있고, 자원은 다시 캘 수 있지만,
엽서는 마치 시간 같아서, 보내버리고 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그것을 쓰고 있다.
그러면서도 새로 산 것이 아니라서 미안하단다. 그 겸손한 마음이 엽서에 우표처럼 붙는다.
저작권 문제가 있고, 나는 이기적으로 혼자만 보고 싶으니 여기에 쓸 순 없지만,
그녀의 글은 한 글자 한 글자 살아움직인다.
문장들이 춤을 추고, 문단들이 내 가슴에 박힌다. 그리고 나를 갈기갈기 찢어 눈물이 나게 한다.
특별한 날이다. 오롯이 그녀 때문에.
그녀의 속삭임이라는 응원은, 겨울의 나에게 봄을 가져다줬고,
봄에도 겨울이 그리워지게 한다.
아직 10월이지만 섭씨 5도까지 쌀쌀해졌다. 계절이 바뀌어간다.
사계절을 너와 채우고 싶다.
맑은 날 해를 가려주고 싶고, 흐린 날 달달한 것을 먹고 싶다.
눈 오는 날 부츠를 신고 함께 걷고 싶고, 비 오는 날 창가에서 너와 안고 싶다.
봄에는 꽃을 사고 싶고, 가을에는 책을 사고 싶다.
여름에는 너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고, 겨울에는 지금을 기억하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제발 보고 싶다.
생각이 깊으면 삶이 가벼워지지만,
진지하기만 하면 삶이 무거워진다.
진지할 줄만 알던 나에게, 나보다 생각이 깊은 그녀는 가벼운 삶을 선물했다. 힘을 빼게 해주었다.
웃고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 평가, 반성, 노력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그녀를 사랑하게 해주었다.
내 어깨를 가볍게 했다. 나를 날게 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백만 가지 이유로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데에는 이유가 필요없다.
단 세 가지의 이유가 있다면,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