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3, 2024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나는 손가락이 긴 편이다.

그녀는 오늘 내 손을 보더니, 다시 봐도 정말 길다며, 라흐마니노프도 울고 가겠다고 말해준다.

통설에 라흐마니노프는 도에서 다음 옥타브 라까지 닿았다고 하는데, 나는 미에서 파 정도까지 닿긴 한다.

그녀를 어루만져주기 위해 나의 손가락이 긴 것이라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오늘 회사에서 본인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친구에게 농담 반으로, 어떻게 하면 더 예뻐지냐 물었다고 한다.

수면을 충분히 취하라는 이미 알고 있는 답을 들었단다.

참 겸손하기 그지없다. 본인이 보나마나 반경 100km 안에서 제일 예쁜 사람일텐데.

겸손도 이 정도 되면 병이다.


아침 일찍 일어났음에도 밤 늦게까지 일하고, 꽤 늦은 시간에 필라테스 등 운동을 하고,

평소보다는 조금 일찍 잠든다. 더 예쁜 모습으로 나와 여행하려는 그 마음이 예쁘다.

더 예뻐지면 힘들어질 사람은 나다. 처음 봤을 때 외모만 100% 보고 좋아했을 정도로 예쁜 사람인데.


그래서인지 오늘은 문득 그녀를 처음 만났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 때의 나는 정말 시간을 허투루 썼다.

세상에 널린 것이 시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 어떤 것보다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낀다.

돈보다 귀하다.

그래서 그녀에게 내 남은 시간을 다 쓰겠다고 다짐하고, 고백했다.

그녀도 남은 시간을 늘 나와 함께 해준다고 말해준다. 고마웠다.


그녀는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변화시켰다는 말을 듣길 좋아한다.

그녀는 이미 완벽한 사람이지만, 앞으로 더욱 성장할 사람이다.

그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안정감을 주고, 신뢰를 주며, 응원하며 돌보아주려 한다.

이미 그녀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기 때문에, 갚으려고 하면 평생이란 시간도 부족할 지경이다.


6시간을 넘게 미동도 않고 앉아있어도, 허리를 꼿꼿이 세우는 사람이 되었다.

그녀를 따라해보자고 자세만 바꿨을 뿐인데, 더 당당한 사람이 되었고, 더 자랑스러워지는 것 같고,

부끄러울 일이 없는 것 같고, 부러울 일이 없는 것 같고, 그 누구도 신경쓰이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녀를 닮고 싶었을 뿐인데,

내 가슴이 펴지면서 기상이 펴지고,

내 머리가 들리면서 자존감이 고개를 들고,

내 허리가 곤두서면서 심지가 굳어졌고,

그녀의 복근처럼 내 중심이 단단해졌다.


앞뒤가 안 맞는 말이겠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그녀 덕분에,

나는 매일 변할 수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약혼자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사실이니까.


그녀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나에게 더 아름답게 보이려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이미 완벽하면서도 계속 성장해나가려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나까지도 변화시켜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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