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4, 2024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오늘은 이상한 날이었다.

예전에 그녀에게, 딱히 좋은 선물은 아니지만,

그녀가 나를 배려하는 마음에 별로 사용하지도 않지만,

돌봄의 징표스러운 물건을 준 적이 있다.


그녀는 그 물건을 한동안 부적처럼 가지고 다녔다.

그녀가 나와 함께 곧 여행할 설렘을 담아,

'자기에게 돌려드릴 날이 얼마 안 남았네' 라고 애교스럽고 달달하게 얘기해줬는데,

내가 그 물건의 원래 주인이자, '그녀의 주인' 이라고 사랑을 표현해준 것이었는데,

나는 내가 준 징표를 돌려주겠다는 사전적인 의미로 잘못 받아들이고 서운해했다.


너무나 즐거울 여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는 쓸데없는 오해로 그녀를 깜짝 놀라게 했고,

잘못한 것이 하나 없는 그녀 입에서 '미안하다' 는 말이 나오게 했다.

너무나 미안했다.


그렇게 입에 쓴맛이 배어있는 날,

전두환 정부 이후 제6공화국이 출범한 이래 45년 만의 첫 계엄령이 내려졌다.


내가 '서울의 봄' 에서 보던 일을 내 인생 처음으로 봤고,

그녀가 '소년이 온다' 에서 읽은 일을 그녀 인생 처음으로 겪었다.


한낱 한 명의 인간의 행위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지 보고 있으며,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쳤을 때 어떻게 그 파도를 막아내는지 지켜보고 있다.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각각의 개인은 힘없이 휩쓸려가기 십상이다.

아직 인명피해가 나지 않았지만, 과거엔 이런 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스러져갔다.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간 그 사람들에게도 가족이 있었고, 애인이 있었으며,

꿈이 있었고, 정의가 있었으며, 계획과 미래가 있었다.


너무 호들갑스러운 말일 수도 있고, 너무 악담스러운 말일 수 있으나,

이런 날이 올수록, 그녀에게 더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목숨이란 날파리의 그것과 같구나 싶은 생각에,

이런 날이 올수록, 그녀를 더 붙들고 아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상이 어떻게 되든, 우리네 작은 삶에 무슨 일이 있든, 역사가 어떻게 흘러가든,

눈을 감을 때 그녀를 온 힘을 다해 사랑했다고 후회 없이 말할 수 있도록.


비상계엄 상황이 종료되었다.

2024년 연말 한국은 얼어붙을 것이다.

더 큰 고성이 오갈 것이고, 서로에게 더 차가워질 것이며, 민생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각각의 체온은 더욱 달아오른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족들과, 자신이 믿는 것을 위해 더 불을 밝힌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더 따뜻해져야 한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역사의 전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미안할 것이 하나 없음에도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주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의연히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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