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31, 2024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오늘은 2024년의 마지막 날이다.

그녀가 Professional Planner 인 고로, 평생 해보지 않았던 새해 다짐을 만들어본다.


나의 새해 목표는 '그녀' 이다. 그녀와 함께 살기 시작할 것이고, 더 사랑해줄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그 목표를 이룰 것인지 좀 더 디테일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특별히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덜어내야 할' 세 가지가 떠오른다.


1. 열등감을 덜어내고 싶다.


그녀는 허세를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허세가 없음을 고마워해주고 사랑해준다.

사실 나의 문제는 반대로 허세보다 열등감이 더 크다는 것이다.


나도 그녀의 허세 없는 겸손함을 좋아한다.

그녀는 말끝마다 허세를 부려도 될 정도로 근사한 사람이지만, 정말 겸손하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너무 신격화하다 보니, 종종 그녀에게 내가 충분할지 열등감을 느낀다.


그녀는 자신이 존경하고 존중할 수 있는 남자에 끌리는 편이다.

유유상종이라고, 그녀가 너무 대단한 사람이기 때문에, 대단한 사람들만이 그녀를 좋아했을 수밖에 없다.

과거 연인이 아니라 친구들에 대해서만 들어봐도 그녀만큼이나 뛰어나고 성공한 사람들이다.

대형서점엔 그녀의 전 남자친구의 저서가 전시되어 있다.

일의 성격 상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하고, 가장 돈이 많고, 가장 잘 생겼다는 사람들을 봐왔다.

그녀 자신이 뛰어난 지도자상이며, 심지어 더 뛰어난 지도자들이 주변에 많다.


그녀의 성품을 잘 몰랐을 때는 '내가 과연 이 사람에게 어울릴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못난 질문들을 하곤 했다.

'나 같은 남자를 왜 좋아해?' 하는 비겁한 질문.

'이렇게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 있어?' 라는 쓸데없는 확인의 시도.

다른 남성이 그의 배우자에게 행하는 모습을 재단하며 '나는 그러지 않아' 하는 비교와 비난, 비판.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것만큼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없고,

그녀만큼 환상적인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녀를 잃을까봐 두려웠다.


가장 위험한 점은, 열등감은 질투가 될 수 있다. 집착이 될 수 있다.

나는 질투가 아니라고, 집착이 아니라고, 백년을 변명해도 사실 그것은 건강하지 않은 성질인 것이다.


내 자신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가지기로 한다.

그래, 첫번째로, 나는 한다고 말하면 하는 사람이다. 살면서 단 한 번도 결심한 것을 실패한 적이 없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릴지언정,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을지언정, 언제나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해냈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또 나는 그녀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할 수 있다.

그 누구보다도 아끼고, 신경 써주고, 챙겨주고, 죽을 때까지 사랑할 자신이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그 어떤 실험 없이도, 난 100% 확신할 수 있다.

그녀를 나만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곁에 있을 때, 같이 살 때, 절대로 싸우지 않을 자신이 있다.

이건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라기보다, 그녀의 눈빛이나 입술만 봐도 나는 완전히 무장해제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고 매일 같이 말해준다. '남편' 이라고 불러준다.

눈빛만 봐도, 나를 그 누구보다 존중해주고, 존경해주고, 나에게 자신의 삶을 맡긴 것이 느껴진다.

그녀가 이렇게 나를 대체불가능한 사람으로 여겨주는데, 도대체 난 무엇을 더 바라는 것인가.


그러니 나는 그녀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확실하다.

그 사실을 기억하기로 한다.

통장에 100억원이 있는 사람은 천원짜리 셔츠를 입고 다녀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나는 그녀에게 사랑받는 사람임을 기억하고, 2025년에는 열등감을 덜어내겠다.


2. 조급함을 덜어내고 싶다.


위에 적었듯, 그녀를 잃을까봐 두려웠기 때문에, 2024년에는 조급한 마음이 컸다.

나의 내면에서 열등감과 조급함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열등감을 느끼기 때문에 조급해지는 것이다.

내가 건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면, 그 무엇에도 조급할 이유가 없다.


그녀와 이미 약속했다.

나는 우리의 관계에 있어서 조금 덜 조급해지기로 하고,

그녀는 그녀의 성장에 있어서 조금 덜 조급해지기로.


내 자신의 커리어 성장을 돌아본다.

큰 목표는 없었지만, 하루하루 차근차근 나의 할 일을 꾸준히 해오다보니 지금의 위치에 이르렀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내 커리어에 대해서 목표를 세워본 적이 없다.

매일을 버텨내기 바빴고,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1번이었으며, 내 어깨 위 사람들을 책임지는 데에만 신경썼다.


그런데 어느날 일어나보니, 나는 그녀의 눈에 성공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일용할 양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 되었다.

능력에 비해 더 큰 대우를 받는 사람이 되었다. 친구들이 부러워해주는 사람이 되었다.

생각 없이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일 수 있겠다 싶다.

그녀는 나를 차분하게 기다려주는 사람이다. 생각이 깊고, 배려가 넘치는 사람이다.

조급함으로 일을 망치기 전에, 한 번 크게 숨을 들이마시는 지혜를 구해본다.

그녀와 비슷한 속도로 걸어가고 싶다. 항상 곁에 있을수 있도록.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전전긍긍하기보다, 매일을 그녀를 꾸준히 사랑해주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우리가 되고 싶었던 사람들이 되어있으리라.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녀를 후회 없이 사랑해주고 다 이루었다고 스스로 뿌듯할 날이 오리라.


천성은 가끔 삐져나오므로, 분명 내가 조급한 날들이 또 올 것이다.

그런 날에는 생각이 깊은 그녀가 나를 구원해줄 것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녀는 겸손하게 자신이 우유부단한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녀가 우유부단하거나 할 때는, 그녀를 들쳐안고 걸어가겠다.

그녀는 내 사람이니까.


3. 책임감을 덜어내고 싶다.


그녀는 우리의 여행 중 내가 식비 등 자잘한 제반비용을 최대한 낸 것에 대해 너무나 미안해해주고 고마워해줬다.

정작 그녀는 그런 비용들을 다 합친 것의 몇 배나 좋은 선물을 나에게 해주곤 말이다.

'이렇게 비싼 선물을 그 누구에게도 해준 적 없잖아?' 라는 못난 질문에도 배시시 웃으며 말이다.


나는 내가 재정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누군가를 책임지고, 내 피땀 흘려 모은 자원을 누군가에게 사용하는 것이 사랑표현의 방법이었으며,

나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책임졌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나에게 필요한 것은 다 갖췄지마는).


'책임지는 삶', '책임감이 넘치는 사람' 이 나란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된 것은 좋은 점이 있었지만,

부작용도 분명했다.


나는 그녀에게 사랑받는 것이 너무 어색했다.

처음으로 좋은 선물을 받았을 때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손이 덜덜 떨렸다.

정작 그녀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을 때는 감사의 마음보다는 부담을 먼저 내비쳤다.


그래놓곤 그녀가 나의 도움이나 호의를 100% 받아주지 않는다고 오해했을 때는 서운해했다.

그녀가 부담을 느끼거나 하면 '부담 갖지 말라' 고 말해주면서, 그녀의 호의에는 충분히 웃지 못했다.

나란 인간은 일관성이 없다.


그녀가 진심을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쓴 손편지들을 내게 줬을 때,

정말 오열하고 싶을만큼 감동받았지만, 최대한 참았다.

그런 감동 가운데 스며들어오는 또 하나의 감정은 더 잘해줘야겠다는 '책임감' 이었다. 그건 싫었다.

사랑의 편지를 받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그녀를 사랑하는 거야? 그건 아니잖아.

너는 그녀를 그냥 사랑하는 거잖아. 왜 순수하게 사랑을 받지 못하는 거야.


사랑을 부어줄 줄도 알고, 받을 줄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책임을 질 줄도 알되, 책임감을 느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마음으로 하고 싶다.

책임이라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고 싶다.


그래서 책임감을 덜어내려 한다.

내가 책임지지 않아도,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그녀이다.

그런 그녀가 나를 책임져주겠단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2025년에 나는 열등감, 조급함, 책임감을 덜어내겠다.

새로 생긴 공간 안에, 그녀를 더욱 채우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2025년의 나는 내가 그녀를 가장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란 사실을 기억하고,

그녀와 비슷한 속도로 곁에서 천천히 손을 잡고 차분하게 걸어가고,

그녀라는 존재가 나의 권리도 아니고, 의무도 아니고, 다만 나의 가족임을 깨달을 것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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