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오늘 오랜만에 솥밥 요리를 했다. 어머니께서 정성으로 보내주신 음식을 곁들여 먹는다.
정갈한 플레이팅에, 반찬의 배열부터 식기의 구도와 멋까지, 파인 다이닝의 수준이다.
유일한 아쉬움이 있다면, 그녀의 위장이 혼자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라는 것.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데도 다 먹지 못해 원통해하는 그녀가 귀엽다.
나는 그녀를 만나 '솥밥' 이라는 음식을 평생 처음 먹어보았다.
그 이후론 동네 어디를 가도 솥밥집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그녀를 만나고 난 뒤 '문학' 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좋은 말, 좋은 글, 좋은 책으로 이루어진 사람이다. 그래서 나도 그리 변해가고 있다.
오늘은 신춘문예 당선작들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 좋은 작품들이 많다.
신춘문예를 널리 알린 19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이후, 100주년 기념의 해이다.
20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의 시 부문 당선작이 제일 내 눈길을 끈다. 장희수 씨의 '사력' 이라는 시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연말의 시국과 맞물려 더욱 와닿는다.
"할머니가 없는
할머니 집에선
손에서 놓친 휴지가 바닥을 돌돌 굴렀다
무언가 멀어져가는 모습은
이렇게 생겼다는 듯
소금밭처럼 하얗게 펼쳐지고
어떤 마음은 짠맛을 욱여가며 삼키는 일 같았다 그중 가장 영양가 없는 것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해본 적 있다 ...
다 풀린 휴지를 주섬주섬 되감아보면 휴지 한 칸도 아껴 쓰라던 목소리가,
귓등에서 자꾸만 쏟아지는 것 같았는데
쏟아지면 쏟아지는 것들을 줍느라
자주 허리가 굽던 사람의 말은
더 돌아오지 않는 거지 ...
사람들은
영정 앞으로 다가와
국화꽃을 떨어트리고 멀어져 간다
정갈하고 하얗게 펼쳐지는
꽃밭처럼,
무언가 떠나는 모습은 이렇게 생겼다는 듯
할머니가 있었던
할머니의 집에서는"
뛰어난 시만큼이나, 장희수 작가의 수상소감과 소회가 마음에 들었다.
"암만 생각해 봐도 시가 되는 것들은 기쁨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럼에도 시를 쓰는 건, 기쁨일 거예요. 나는 지금 푸른 발바닥을 신은 기분입니다.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어딘가로 가고 있을 겁니다."
나는 그녀와 걷기 시작한 이후로 다른 색깔의 발바닥을 신게 되었다.
그리고 내 발바닥이 찍히는 곳마다 색다른 세상이 되었다.
점심식사를 하며 그녀와 함께 여기저기 발바닥을 찍고 다녔던 사진들과 동영상들을 다시 본다.
그녀는 자신의 기록에 뿌듯해하면서도, 내가 작은 선물로 준 지갑의 '하울링' 영상 부분은 조금 싫어하는 눈치다.
그녀의 1분 1초, 한 프레임마다 모두 아름답지만, 선물을 받는 모습이 제일 어색하긴 하다.
'하울링' 류의 영상은 찍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녀다웠다.
그녀라는 사람을 알면 알수록 깨닫게 되는 점은,
그녀는 가격이 비싼 것보다는 정성과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이고,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고 (나 이상으로 말이다),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성장하여 꿈을 이루는 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고,
남에게 잘 보이기보다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며,
나의 조건을 보고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나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이란 점이다.
그래서 나 같은 남자를 왜 좋아해주는지 의문을 가질 필요 한 점 없이,
내가 그녀에게 완벽한 사람이라고 진심으로 느끼게 해줬다.
나만이 그녀의 진정한 사랑임을 알게 해줬고, 그녀를 잃을 수 없다는 확신을 줬다.
그런 그녀이기에, 서로 사랑을 주고 받는 데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으리라.
동시에 너무 기울거나 과하지 않도록 살피는 지혜를 가진 그녀를 닮고 싶다.
오늘은 아침부터 그녀가 제일 행복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열심히 생각했다. 즐거웠다.
말이 많아져서, 그녀의 말을 끊어가며 지루하게 나의 논리를 늘어놓았다.
미래란 알 수 없는 일이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라서, 그래서 재밌는 것 같다.
어떤 길이 맞는 길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건 그녀와 함께 걸어가리란 사실이다.
끈기를 가지고 완주해내리라.
그리고 그녀가 걸어가는 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