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13,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사람들은 친해질수록 서로 말이 편해진다.

나와 그녀는 매일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서로 그 누구보다 편할 때가 있다.

그녀는 나에게 너무 칭얼대거나, 말이 너무 선을 넘어나가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해준다.


그녀는 내가 평생 마주친 사람 중에, 나에게 말을 가장 예쁘게 하는 사람이다.

조금도 실수하거나, 나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적이 없는데, 먼저 사과해주는 그녀가 아름답다.

친해질수록 더 예의를 소중히 여겨주는 그녀 덕에, 나는 신의를 더 쌓는다.

그녀와 함께 할 때 나의 마음은 제일 편하고, 그녀와 대화할 때 나의 말은 제일 따뜻하다.


그녀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다. 사실,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친구이다.

그래서 가장 소중히 다루려고 한다.


그녀는 그녀 평생 나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말해준다. 그녀는 하루에 한 번은 나를 울게 한다.

그녀가 가는 방향에 언제나 든든하고 꿋꿋하게 서 있겠다고 다짐한다.

힘든 길을 걸어온 그녀를 안아주고, 함께 손을 잡고 그녀의 길을 걸어가겠다.


그녀는 오늘 야근을 한다.

사과, 당근, 양배추가 없는데, 마트가 문 닫기 전에 퇴근할 수 없어서, 새벽배송을 주문하고 뿌듯해한다.


어서 같이 살고 싶다.

그녀가 야근하는 동안, 내가 알아서 사과, 당근, 양배추 - 아니, 그녀가 필요한 모든 것을 구비해놓고,

그녀가 집에 들어올 때 안아주고 싶다. 아니, 그녀가 한 발짝이라도 덜 걷게, 회사로 데리러 가고 싶다.


물론 가끔은 함께 마트를 피크닉 가는 기분으로 가긴 할 것이다.

카트를 밀고 있는 나를, 그녀가 뒤에서 안아줘야 하니까.


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그녀가 멋지고 자랑스럽다.

집에 가고 싶은 시간에 가지 못하고, 그녀가 아무리 효율적으로 일해도 다른 사람들을 기다려야하는,

쉽지 않은 일터에서도 그녀는 강산이 변해버릴 때까지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녀가 고생했던 나날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마음 속 깊이 느끼게 해주고 싶다.


우리의 작년 12월 여행에서 찍은 동영상들을 다시 본다.

그녀는 여행 내내 즐거웠는지, 마치 신혼여행인 것만 같다고 내게 말해줬다.

그 말을 들은 날, 정말 결혼하고 싶었다.


마지막 날, 그녀가 나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혼자 찍은 것을 봤다.

운전할 때는 문자도 보지 않는 내가, 어느날 운전 중 길이 많이 막혀서 잠깐 동영상을 찍어보낸 날,

그럴 필요 없다고 내 안전을 걱정해주던 그녀가, 혼자 돌아오는 길을 실시간으로 찍은 것을 본다.


약간의 아쉬움, 공허함, 외로움이 스며들어오는 그 순간이 느껴진다.

그녀가 나를 바래다줄 일들을 줄여나가고 싶다.


잠들 시간은 아니었지만, 오늘 나는 혼자 운전을 하는 길에 음악을 틀었다.

장범준 씨의 "잠이 오질 않네요" 가 흘러나온다.

장범준 씨의 목소리는 들을 때마다 마음이 기분 좋게 힘들어지는 힘이 있다.

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녀를 떠올리게 한다.


이 유치한 노래를 따라부르며, 내 심장은 춤을 춘다.

그녀는 자꾸만 나를 설레게 한다. 고요한 내 마음을, 기분 좋게 시끄럽게 한다.

아이러닉하게도,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설레게 하는 그녀 덕분에,

그녀를 만난 후 나는 눈만 감으면 행복하게 잠이 드는 삶을 살고 있다.


내가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그녀의 몸이 아플 땐, 잠을 설쳤다.

그럴 땐 그녀를 안고 잠들면 된다.

그녀는 느낄 수 없는 기분이겠지만, 그녀를 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다. 온세상이 고요해진다.


장거리 운전을 하다 보면 그녀와의 과거 대화들이 떠오른다.

그녀는 어느날 나에게 물었다.

"자기는, 모든 거장에게 부탁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누구에게 자기 초상화 그려달라고 할 거야?"


정말 어려운 질문이었다.

조금 다른 핀트의 답일 순 있지만, 솔직히 그림의 스타일을 떠나서,

나는 그 거장이 나를 그려주는 동안 대화를 하고 싶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반 고흐' 라 답했다.

반 고흐가 나를 그리는 동안, "당신은 부도 명예도 누려보지 못하고 허망하게 죽었지만,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기리고 있다" 고 얘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나보다는 그녀를 그려달라고 할 것이다. 그녀는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답은 '르누아르' 라고 답하며,

르누아르의 모든 작품을 제일 좋아한다고 할 순 없겠지만,

밝고, 따뜻하고,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그림으로 자신을 그려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녀다운 대답이다. 그녀는 밝고, 따뜻하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사랑받는 게 어울린다.

그리고 그녀가 서있는 것만으로, 그 주변은 인상주의의 풍경으로 변해버린다.


오늘 다시 이 대화를 생각해보니, 나의 답을 바꾸고 싶다.

나는 반 고흐가 아닌, 그녀에게 나의 그림을 그려달라 하고 싶다.

그 어떤 '거장' 보다도 그 편이 의미 있다.


나를 그려주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와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나의 마음 속에서 그녀를 그리고 싶다. 내 인생에 가장 큰 '인상' 으로 남은 그녀를 그리고 싶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모델로 그려준 첫 사람이 될 것이다.


그녀와 나는, 이미 짧지 않은 일생을 살았지만, 서로의 인생에 많은 '처음' 을 함께 했다.

그래서 그보다 많은 '마지막' 들을 함께 하려고 한다.


그녀는 내가 있어준 덕분에 의미있는 생일이 됐다고 말해준다.

이번 해에는, 나라는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너무 설레고 의미있다고 말해준다.


우리의 '첫' 생일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녀의 '마지막' 생일까지 그녀의 곁을 지켜주리라 다짐한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그녀의 생일 축하합니다' 라고 노래를 불러줄 것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사과할 것이 없는데도 먼저 사과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늦은 시간까지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서도 나를 그리워해주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그 어떤 사진이나 동영상에서도, 그 어떤 거장의 명화보다 예술적인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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