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오늘도 열심히 일한다.
차에 기름이 떨어져가도, 주유소가 문 여는 시간에 다니지를 못해서 주유할 여유도 찾기 힘들다.
그녀와 함께 살면, 자동차 정비 상태이든 기름이든, 자잘한 것들은 내가 모두 챙겨주고 싶다.
그녀가 정말 하고 싶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그녀와 나는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자신들에게 떳떳하게 일해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녀는 더욱 성장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고, 미래가 과거보다 더 밝은 사람이다.
그녀와 나의 남은 일생은 더 중요한 일을 하되, 몸과 마음을 쉬어가면서 할 수 있게 하겠다.
바로 오늘, 그러기로 굳게 약속했다.
나는 그녀에게 크고 작은, 수많은 약속을 했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약속,
단연코 '이성 문제' 로는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겠단 약속, 그녀의 '끝' 이 되겠다는 약속,
약속과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남편이 되겠다는 약속, 그녀의 그간 고생을 갚아주겠단 약속,
안 좋은 일 있으면 솔직하게 이야기하겠다는 약속,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안아주겠다는 약속.
그녀가 솔직하게 이야기해준 것들을 그녀에게 무기로 쓰거나 인신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
그녀가 너무 피곤해서 '나 너무 피곤해서 못 생겨졌다' 고 아쉬워할 때도,
몸이 아프든, 컨디션이 좋지 않든,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며 똑같이 사랑해준다는 약속,
사람은 다 변하기 마련이고, '초심은 잃으라고 있는 것' 이라는 그녀의 신념대로,
우리의 마음의 온도가 낮아지는 '정상화' 의 과정이 있겠지만,
조정기를 거친 우리의 '정상화' 된 레벨은, 그 누구의 출발선보다도 높을 거라는 약속.
그녀와 평생 진심으로 대화하고 소통하고, 그녀가 제일 소중한 사람임을 잊지 않고,
그녀가 항상 존경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약속,
그녀와 둘이서만 술을 마시겠다는 약속, 그녀가 마실 땐 꼭 같이 잔을 기울여주겠단 약속,
'와인잔에 담긴 약속 하나' 라는 노래 가사와도 같이 단꿈에 젖겠다는 약속.
어느 문을 열든 내가 손에 꽃과 술병을 들고 있지 않는한 먼저 열어주겠다는 약속,
고기를 먹을 때 찌개가 나오면 그녀 쪽으로 더 가까이 밀어주겠다는 약속,
비 오는 날은 내가 우산을 들어주고, 물 튀는 것을 맞지 않도록 내가 차도 쪽으로 걷겠단 약속.
그녀가 뭔가 먹고 싶든, 몸이 아프든, 무언가 사고 싶든, 어느 여행지를 가고 싶든,
농담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든, 그녀의 소원이 나에게 제일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눈에 불을 켜고 다 구해주고, 뭐든지 최선을 다해서 평생 해주겠다는 약속.
내가 '잔다' 고 문자도 안 보내고 자버린 날에 그녀가 장난어린 핀잔을 줬을 때,
내가 침대에 누운 순간에 문자를 보내지 않는 일은 평생 없을 거라고 한 약속,
'술' 이나 '술자리' 에 대해서 너무 공격적으로나 부정적으로 말하지 않겠다는 약속,
내가 아무리 집중해서 일할 때에도 항상 그녀를 생각하며 일하겠다는 약속,
그녀를 만난 것이 내 인생 가장 큰 행운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겠다는 약속.
혼자 있을 때도 그녀가 곁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겠다는 약속, 커플링을 빼지 않겠다는 약속,
우리 생을 마감할 때까지 같은 침대를 쓰고, 아무리 서로 토라졌대도 오해가 있어도,
침대에 누워서는 꼭 풀고, 미안하다고 내가 먼저 진심으로 사과하고, 왜 미안한지 잘 설명하고,
그녀를 먼저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잠들겠다는 약속.
죽을 때까지,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약속.
그리고, 그녀에겐 말하지 않고 나 혼자 마음속으로 한 약속이지만,
이렇게 많은 약속을 해놓고, 내가 부지런히 노력하지 않고 초심을 잃는다면,
나에게서 신이 그녀를 뺏어가신다 해도 원망하지 않겠다는 약속.
나는 이 모든 약속들을 기억하고 있다.
하나하나 지키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녀와 나의 남은 일생은 더 중요한 일을 하되,
몸과 마음을 쉬어가면서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오늘의 새로운 약속이 우리에게 제일 중요하다.
그녀에게는 그녀가 더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고,
나에게는 그녀가 몸과 마음을 쉬어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에 나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그녀를 보지 못하는 오늘, 나는 일에 박차를 가한다.
그녀 일생에 가장 빛나던 자리에서 바쁘게 일할 때 즈음, 그녀가 좋아하는 어른께서,
'왜 결혼을 안 하냐, 네가 언제까지 예쁘고 이렇게 있을 줄 아냐?' 라고 하신 적이 있단다.
그때의 그녀는 대꾸는 하지 않았지만, 은근히 마음 깊은 곳에서,
'내가 좋은 사람으로 남아있으면 결국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라는,
막연하면서도 Naive 한 믿음이 있었단다.
그리고 나를 만나서, 그녀의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느끼고, 내심 뿌듯해했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눈물이 났다.
그녀가 예전부터 그려왔던 인연이 나일 수 있어서,
그녀의 막연한 믿음을 이루어준 사람이 나일 수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큰 영광이었고, 보람이었다.
이러한 그녀의 믿음 때문에 나는 오늘도 더 좋은 사람이 되어버린다.
나를 운명의 상대로 믿어주고 느껴주는 그녀의 믿음을 배반할 수 없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의 운명의 상대' 라는 자리는,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나는 바쁘게 일할 때마다 심장이 조여오곤 했다.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아프고, 손이 아프고, 키보드를 잡은 손에 굳은살이 박였다.
쓰러진 적도 있다. '아아, 이렇게 죽어가는 거구나' 싶은 날들이 있었다.
오늘의 나는, 사실 그때보다도 일이 더 많다.
하지만, '아아, 이렇게 살아가는 거구나' 라는 생각으로 건강하게 웃고 있다. 그녀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