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잘 풀렸다.
첫 도전에 브런치로부터 작가 승인을 받았다.
첫 글부터 잘 풀렸다.
하루 만에 조회수가 1천을 넘었다는 알람이 울렸다.
이틀 뒤엔 3천을 넘었고, Daum 메인 페이지에도 실렸다.
블로그나 다른 여타 SNS를 해본 적 없던 나로서는 엄청난 성과였다.
막연하게 시작했던 브런치였기에, 더욱 놀라웠고 뿌듯했다.
그리고, 곧바로 자만이 뒤따랐다.
이대로만 쓰면 되겠구나 싶었다.
'브런치가 신인 작가의 글을 알고리즘에 띄워주곤 한다'라는 정보를 접한 것은 조금 나중의 일이었다.
이후 '조회수'에 집착하게 됐다.
하지만 쓰는 글마다 조회수는 처참했다.
반등을 위해 브런치 북도 야심 차게 내봤지만 역시 꽝이었다.
분명 더 잘 쓴 것 같은데, 품도 더 많이 들였는데 조회수는 바닥을 쳤다.
구독자가 많은 인플루언서들의 라이킷은 비웃음처럼 느껴져 짜증 났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해서 조회수를 확인하고 있는 나 자신도 싫증 났다.
그즈음 브런치를 둘러보다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다.
브런치 초짜의 의욕을 고취하고자 편집팀에서 일부러 비행기를 한 번 태운다는 '썰'이었다.
카더라통신이긴 하지만 나는 이 말이 꽤 설득력 있게 들렸다.
그때부터 슬슬 자기 객관화가 됐던 것 같다. 내세울 것도 없는데, 나는 무엇을 뽐내고 자랑하려 하는가. 설령 뭐가 있다고 해봤자, 별 볼일 없는 활자 몇 자뿐일 텐데.
욕심을 버리니, 편안히 쓸 수 있었다. 조회수 지옥에서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3달쯤 됐을 때, 나는 두 번째로 알고리즘을 타게 됐다.
첫 글보다 두 배 이상이었다. 조용하던 통계 그래프가 갑자기 요동쳤다.
조회수는 거의 8천에 육박했고, 세 달 만에 총 조회수 1만 명을 돌파했다.
내 글은 다음 메인에도 걸려 있었는데 첫 번째 글보다 훨씬 오래 머물렀다.
욕심에 절여졌던 마음을 간신히 씻었는데, 이번엔 허파에 바람이 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내 구독자는 2명이다. 둘마저도 사실 지인이다. 순구독자는 '빵'명인 셈이다. 이렇게 알고리즘을 탔는데도 불구하고, 구독이 늘지 않은 걸 보니 왠지 기운이 빠졌다.
솔직히, 구독자가 늘지 않는 것이 내 탓이라는 건 알고 있다. 브런치 특성상 어느 정도 일관성 있게 이어지는 글을 쓰고, 그중 마음에 드는 글이 여럿 있어야 사람들은 흥미를 느끼고 구독을 할 것이다. 내 글은 딱히 일관되지도 않고, 수준 또한 높지 않고 애매하다.
그 씁쓸한 진실을 알지만, 그럼에도 의욕을 잃었다. 한 명의 구독자라도 생겼다면 달랐을까. 언제나 만약을 생각하는 일은 어렵다. 하여튼 내 욕심이 충족될 수 없음을 깨닫고 난 브런치를 접었다. 글을 전부 삭제할까도 잠시 고민했지만 그건 왠지 아까워서 일단 내버려 두기로 했다.
이후 브런치는 구경용 어플로 전락했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에서 멀어졌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옛 애인의 SNS를 몰래 염탐하듯, 종종 나는 조회수를 훔쳐봤다.
두 달간 아무것도 쓰지 않았는데, 매일 10명 안팎의 조회수가 나오고 있다.
어떤 경로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지만 들러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만으로 나는 퍽 감사하다.
어쩌면, 소심한 단골손님이 숨어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흐릿한 기대도 걸어본다.
가능성이 높진 않아 보이지만, 어쩌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냥 이제는 다시 편하게 쓰려고 한다. 권태기를 지나 나는 마음을 내려놨다. 마음이 내려앉자 조금 차분해지는 기분이다. 기대를 충족시키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냥 편하게, 편하게 쓰려한다.
조회수나 라이킷, 구독자 같은 것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얽매이고 싶지 않고, 다만 쓰고 싶을 뿐이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던 그때처럼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