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하는 가정의 소리
윗집인가 옆집인가. 하여튼 딸과 엄마 그리고 아빠가 서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미안하다고 그만 때리라고 하는 딸의 목소리가 선명하다. 다시는 안 그런다는 말도 들린다. 엄마가 계속 다그치자, 딸은 마침내 운다.
딸은 시종 날카롭고 카랑카랑한 꽹과리 소리를 내질렀는데 방금 울음으로써 그 소리는 힘을 잃고 뭉개지게 됐다. 딸은 울면서 안 그럴 테니 그만하라는 말을 반복한다. 주어가 없어서 무엇을 그만둔다는 건지 알 수 없지만 하여튼 항복의 소리다.
엄마의 소리는 수십 발 화살이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소리 같다. 딸만큼 발음이 좋지 않았던 탓에 말을 잘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날쌔고 찌르는 소리다. 딸의 소리보다 더 예리하고 뾰족하다. 박히기 쉽고 떼어내기 어려울 듯하다.
아빠의 소리는 가장 빨리 등장했지만, 또 가장 일찍 퇴근했다. 아빠의 낮게 깔린 소리는 엄중했다. 보신각 종이나 커다란 징 같은 소리였다. 날카롭기보다 울리는 소리였다. 짧은 시간 동안 아빠의 무거운 소리는 수차례 울려퍼졌다. 내부를 휘젓기에 적합한 소리로 느껴졌다. 처음 등장했지만 아빠의 말을 들을 순 없었던 이유는 내가 잠에 들려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내 정신이 잠에서 멀어질 무렵 아빠의 소리는 사라지고 없었다.
셋의 말이 뒤섞일 때 초보 악단의 합주를 듣는다면 이런 느낌일지 생각했다. 엄마와 딸의 내지르는 소리는 결이 비슷해 깨져버렸고 아빠의 낮게 울리는 소리는 그 파편에 대응하지 못한 채 흩어졌다. 각자의 사나운 소리는 각자일 때만 선명했다.
딸이 서럽게 운다. 다만 끝나지는 않은 듯하다. 대화가 이어진다. 말은 잘 들리지 않지만, 소리는 들을 수 있다.
딸과 엄마만 남았다. 여전하다. 딸은 꽹과리 치는 소리, 엄마는 화살 날아가는 소리다. 자신을 쳐서 울리는 소리는 날카로우면서도 호소가 느껴진다. 내 생각에 딸은 아마 많아 봤자 고등학생일 듯한데 대체 어떤 잘못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잘못은 했을 것이다. 활을 떠나 허공을 가르는 화살 소리는 목표를 향해가는 자비 없는 소리다. 엄마는 수십 발 화살을 쏘아댔는데 한 발이라면 미약한 소리였겠지만 수십 발 화살 중대 소리는 묵직하면서 날쌔고 뾰족하기까지 해서 깊숙이 박힌다.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요 자식도 자식이 처음이다. 나도 학창 시절 부모에게 매 맞고 혼나고 대들고 쫓겨난 경험이 있다. 내가 더하면 더했다. 그때 내 부모도 날 때리고 욕하고 밀치고 쫓아냈다. 우리 부모가 더하면 더했다. 다만 지금 서로가 품고 있던 모든 앙금은 사라졌다. 그때 있었던 일들은 그냥 그때 있었던 일들로 과거에 남아 있다. 시간이 흘러 나는 더 나은 자식이 됐고 내 부모도 더 나은 부모가 됐다. 자연히 그렇게 됐다.
주제넘은 말일 수 있으나, 그럼에도 나는 위층의 가족이 다툼이나 싸움이 일 때 조금 더 현명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해소하길 바래본다. 순간의 화가 모든 걸 집어삼키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다. 그 순간이 지나가고 진정됐을 때, 눈앞에 가족을 보고 슬프지 않기를 바란다.
어느새 고요해졌다. 딸의 울음소리가 멎어서 다행이다. 날이 밝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