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실수가 불러온 예상치 못한 결과
내 첫 실수가 불러온 예상치 못한 결과
그날 밤, 나는 꿈에서도 틀린 숫자를 적고 있었다. 팀장님의 “숫자는 우리 일의 전부다”라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다음 날,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모두가 나를 흘깃거리는 것만 같아, 나는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이든 해서 만회해야 했다. 뭐라도 시켜만 주면, 밤을 새워서라도 완벽하게 해낼 자신이 있었다. 그때, 회의 때 나를 구해줬던 그 선배가 다가왔다.
“신입. 표정 와 그래 어둡노. 마, 어제 일은 잊어삐라.”
그는 다독이듯 말하며 서류 한 뭉치를 내밀었다.
“이거 A업체에 보낼 견적서 초안인데, 내가 다른 게 급해서. 여기 제품 목록 보이지? 이 목록 그대로 우리 표준 양식에 옮겨서 정리만 좀 해줄래? 금액은 비워두고.”
기회였다. 나는 두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바로 하겠습니다!”
나는 오타 하나 없이 완벽하게 해내리라 다짐하며 엑셀 파일을 열었다. 제품 목록을 한 줄 한 줄,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옮겨 적었다. 한 시간을 꼬박 투자해 서류 정리를 마쳤다. 숫자, 글자, 띄어쓰기까지 세 번이나 확인했다. 완벽했다.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선배에게 문자를 보냈다.
[선배님, 요청하신 견적서 초안 정리 다 됐습니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오후의 나른한 공기를 찢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 어이, 신입! 일로 와봐라!”
선배의 목소리였다. 평소의 유쾌함은 온데간데없는, 싸늘한 톤이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에게 달려가자, 그는 자신의 모니터를 삿대질하듯 가리키고 있었다.
“이거 니가 보낸 거 맞나? 모델 번호 이거 뭐고? ‘-S’는 어디 빼뭇노?”
모니터 화면에 떠 있는 모델 번호, ‘ABC-100’. 내가 전달받은 제품 목록에는 분명 ‘ABC-100-S’라고 적혀 있었다. 알파벳 ‘S’ 하나. 내가 무심코 빼먹은 그 알파벳 하나.
“마, 똑같은 ABC-100이라도 ‘-S’가 붙은 건 A업체 시스템에 맞춘 특수 부품이 들어간 모델이다! 이거 그냥 보냈으면 호환 안돼서 납품 자체를 못 할 뻔했다, 아나?”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회의 때의 실수는 애교 수준이었다. 이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그저 죄인처럼 서서 중얼거릴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정말 죄송합니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사무실의 모든 불이 꺼지고, 모두가 퇴근한 시간. 선배는 견적서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의 등 뒤에서, 숨 막히는 정적을 견디며 의자에 못 박힌 듯 앉아 있었다.
자정이 넘어갈 무렵, 선배가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또다시 사과를 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그는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가방을 챙겼다.
“됐다. 먼저 드가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허리를 숙였다. 선배는 아무 말 없이 사무실을 나갔다. 나는 텅 빈 사무실에 홀로 남아, 한참 동안이나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내일, 내가 다시 이 문을 열고 들어올 자격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