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복직하면 전쟁이다.)
복진 전날 이야기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아이를 봐주기로 한 친정엄마께서 편찮으셔서 입원하게 된다. 아무래도 몇십 년간 고된 노동일을 하신 탓에 몸에 무리가 많이 간 게 이제야 나타난 것 같다. 다행히 암이나 큰 질병은 아니었으나 당장 그다음 날부터가 문제였다.
그래서 복직하는 날 얼굴빛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복직했다고 전 부서에 인사 다닐 때 “저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할지 몇 번을 망설였는지 모른다. 거기다가 아픈 엄마에게 전화해서 철없이 원망하는 말도 했다. “겨우겨우 복직했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열심히 사려는 저에게 왜 그러냐”라고 따지고 싶었다.
아이는 어린이집 등원 후 4일째부터 남편이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며칠은 집에서 가정보육을 했었고 그다음 날부터는 저녁 6시까지 어린이집에 맡기게 되었다. 그래도 너무 다행인 것은 아이가 이 상황을 아는 것인지 엄마 걱정하지 말라는 것처럼 잘 적응해주었다. 복직 첫날 엄마 병문안 갔다가 집에서 아이를 보자 꼭 안아주고는 미친 듯이 놀아줬던 일이 생생히 떠오른다.
또 다른 일화가 있다. 우리 병원에 청소해주시는 미화원 관련 이야기이다.
당시 임신하고 있을 때였는데 필자와는 안부 인사 정도만 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복직하고 돌아왔는데 우연히 알게 된 이야기인데…….
출산휴가 중 미화원 두 분이 내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 샘 육아휴직 왜 이렇게 빨리 들어갔는지부터 시작해서 육아휴직은 3개월이면 되지 왜 15개월이나 갔냐”는 것이다. 라며 여러 번이나 그런 얘기를 직장동료들에게 말했고 심지어 윗사람에게 항의하러 갔다고 한다.
필자가 원한 살 만한 행동은 전혀 한 적이 없었는데 알고 보니 미화원 딸은 회사 사정상 6개월밖에 육아휴직을 쓰지 못했는데 필자는 왜 15개월을 쓰냐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 얼굴 앞에서는 상냥하게 대해 줬기에 그런 낌새를 알 수가 없었다. 자신 딸의 부당함을 나한테 투사한 것이다.
그 말을 듣고는 황당하고 화가 많이 났었다. 그래서 가서 묻고 따질까도 생각해봤는데 그렇게 하면 똑같은 사람이 될 것 같아서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낸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그냥 남이 잘되는 걸 시기 질투하는 사람이라 상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시 직장으로 투입했을 때는 바뀐 상사들이 있어 사람에 대해 적응을 해야 했다. 그리고 바뀐 업무들을 익히고 거기다가 병원 인증도 코앞에 있었다. 같은 직장이었어도 적응의 연속이었다.
거기다가 아이는 14개월이 되어도 통 잠을 자지 않기 때문에 새벽에 4~5번은 깨니 수면시간은 길어도 선잠을 자는 것과 같은 상태였다. 이런 상태로 출근하여 점심시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은 쉼 없이 달리니 몸이 버텨주질 않았다.
근데 신기하게도 5~6개월이 지나니까 어느새 일이 적응되어 있었고 중간에 상사와의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물론 말이 5~6개월이지만 중간에 필자도 아프고 아이도 자주 아프고 남편과도 싸우고 상사와도 여러 일이 있었지만 말이다. 어느새 적응되어가고 있는 나 자신이 신기했고 어려운 상황마다 헤쳐 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은 일어나지 않은 일 즉 불확실성에 대해 불안감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나 또한 사람인지라 복직에 대해서 몇 개월간 걱정하며 불안했고 잠 못 이룬 날들이 많았다. 근데 막상 닥치고 해 보면 팔 할은 내가 가진 불안감이 아니었나 싶다.
누구보다 열심히 성실하게 업무를 했고 직장동료와 상사와의 관계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복직하기 전 엄마들께서 너무 걱정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