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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레이리를 떠나며

by 왕드레킴

아이슬란드를 렌터카를 이용해 링로드 일주 계획을 한다면 적어도 10일 이상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7박 8일 일정으로 렌터카로 완벽히 링로드를 도는 건 사실상 어렵다. 마지막 날은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머물 예정이라 아쉽지만 우리는 북쪽의 항구 도시 아쿠레이리에서 렌터카를 반납하기로 했다. 미바튼을 떠나 한 시간가량 떨어진 아쿠레이리로 가는 동안 우린 한적하고 신비로운 아이슬란드의 자연을 마지막까지 최대한 담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제 남은 일정은 도시(City) 위주이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처럼 대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아 우주를 여행하는 듯한 신비로웠던 느낌은 다시 못 느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미바튼 숙소였던 보가피오스 팜 리조트(Vogafjós Farm Resort)에서 귀여운 젖소들에게 밥을 주고 작별 인사도 했다. 너른 초원에서 한가롭게 쉬고 있는 산양들에게 려환이는 마지막까지 쉴 새 없이 사랑을 표현하려고 여러 차례 차를 멈춰서게 하고 작별 인사를 했다.

마지막으로 온천수가 나오는 동굴 Grjótagjá 와 흐베르푸잘 분화구 Hverfjall, 미바튼 지역의 지열 발전소 주변도 둘러봤다. 그리고 그 거대한 폭포들의 종점 격인 고다 포스 Godafoss를 마지막으로 들렸다. 파란 빙하가 녹은 폭포수는 우아해 보였고 웅장하면서도 위엄 있어 보이는 폭포도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듯했다.

고다 포스(Goðafoss)는 아이슬란드 북부를 대표하는 폭포 중 하나로 '신들의 폭포'라는 의미를 지녔는데, 이에 얽힌 이야기가 재밌다. 아이슬란드인들은 본래 천둥의 신 토르를 포함한 북유럽 신화의 신들을 섬겼었다고 한다. 서기 1000년 그리스도교가 국교로 제정되면서 이전에 믿던 신들의 조각상을 폭포 속으로 던져버렸는데, 이후 고다 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 전설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반원형 모양의 절벽 아래로 낙하하는 고다 포스의 모습은 그리스 아테네 신전을 연상시킨다.

아쿠레이리는 레이캬비크에 이어 아이슬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고 하지만( 크기는 네 번째) 인구는 17,000명에 불과해 마을이라고 하는 게 더 잘 어울릴 듯하다. 강릉시 인구가 21만 명이니 아이슬란드의 인구밀도가 얼마나 낮은지도 알 수 있다.


아쿠레이리에서 레이캬비크까지는 국내선을 이용하기로 했다. 출발시각 전까지 시간이 좀 남아 다운타운을 잠깐 돌아볼 수 있었는데 이 도시의 랜드마크인 루터교회부터 쭉 뻗은 2차선 좁은 도로를 중심으로 상점가와 카페들, 기념품 숍이 모여있다.

재미있는 건 레이캬비크의 할그림스키르캬가 凸 자 모양이라면, 아쿠레이리 루터 교회는 凹 자 모양으로 대조를 이룬다는 것이다.


아쿠레이리 교회와 레이캬비크 할그림스키르캬

우리는 다운타운 끝에 있는 Moe’s Food Truck을 찾았다. 푸드트럭이라 저렴할 거 같지만 웬만한 레스토랑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곳을 찾은 이유는 아이슬란드의 전통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이다. 신랑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여행을 가면 반드시 그 지역만의 전통 음식을 먹어본다. 아이들한테도 그 새로운 맛을 꼭 맛보게 하고 그 역사와 지역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편이라 누가 봐도 모범적인 아빠 상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가족은 곤욕스러울 때도 가끔 있다. 오늘 우리가 경험할 음식은 하우 카르들(Hákarl) - 상어이다.


아이슬란드인들은 알려진 대로 바이킹의 후손이다. 게다가 아이슬란드의 혹한 겨울을 잘 넘기려면 먹을 음식을 미리 비축했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김치나 된장 그리고 이탈리아의 치즈처럼 아이슬란드도 발효음식이 오래전부터 발달해 왔다. 수리르 흐룻스풍가르(Súrir hrútspungar) – 절인 양 고환, 스비드(Svið) – 양 머리, 하르드피스쿠르(Harðfiskur) – 마른 생선, 살트피스쿠르(Saltfiskur) – 소금에 절인 생선, 흐바르피크(Hvalspik) – 고래 지방, 스키르(Skyr)- 요거트등 다양하다. 그중에서 삭힌 상어고기가 오늘 우리가 맛볼 음식이다.

인터넷을 뒤져 모스 푸드트럭에 상어 고기를 판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물론, 햄버거나 피시 앤 칩스도 있어서 배를 채우기에도 충분하다.


삭힌 상어 : 650 ISK ( 홍어 삭힌 것과 비슷하다.)

말린 생선: 750 ISK ( 엄청나게 짜다.)

고래 지방: 650 ISK (이건 시도해 보지 못함)


한 컵에 6,500원이라고 해서 시켰는데 정말 작은 케첩 용기 종지에 몇 조각 담아져 있다. 많이 줘도 먹지 못하겠지만, 너무 조금이라 놀랐다.


아이들은 그동안의 가족여행에서 단련된 대로 거부감 없이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 본다. 이럴 땐 아이들과 여행하는 맛이 난다. 뭐든지 시도해 보려고 하는 자세는 한순간에 만들어진 건 아닌 걸 알기 때문이다.

의외로 아이들의 반응은 평범했다. 그냥 짭짤한 오징어 같기도 하고 오히려 홍어 삭힌 게 한 단계 위라며 시시하다고 했다. 푸드트럭 사장님이 한국 사람도 발효음식에 익숙한 민족이라 그런 거 같다며 엄치 척 해주셨다.

참, 모스 푸드트럭도 좋았지만, 아이슬란드에서 먹은 모든 Fish&Chips는 정말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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