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일스타디르 (Egilsstaðir) 지역은 링로드로 여행 시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머무르기 좋은 작은 동부 도시이다. 인구 2,200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국내 공항도 있다. 남쪽에서 빙하를 보고 북쪽 온천이 있는 지열 지대로 가는 길에 에이일스타디르에서 하룻밤 머물 계획이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요쿨살론을 떠나 여러 차례 피오르의 장엄한 풍경을 거치고 수십 개의 크고 작은 폭포를 지나치게 된다. 그리고 주인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허허벌판에 뛰노는 양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그 외엔 정말 아무것도 없다. 화장실도 찾기 어렵고 주유소나 휴게소는 더더욱 없다. 그래서, 링로드를 돌다가 작은 마을이 나오면 꼭 들려서 기본적인 것들은 해결하고 가야 한다. 심지어 동쪽 산을 넘어가는 길은 한 시간 정도 비포장 도로이다. 이 길은 겨울 시즌엔 통제되기도 한다.
회픈에 들려 아이들 화장실도 다녀오고 간식도 사고 있는데 신랑한테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짜잔~ 공항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
그런데 분실했던 수화물을 오늘 저녁 비행 편에 에이일스타디르 공항으로 보내준다고 공항에 들려 수화물을 찾아가라는 내용이었다. 아이슬란드에 입국한 지 5일 만에 연락을 줬는데 숙소로 배달을 해주고 불편을 끼쳐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직접 공항 가서 찾아가라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사실, 분실된 수화물 없이도 우리가 얼마나 잘 지냈었나. 물론, 처음엔 불편을 감소해야 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다고 우리는 없는 대로 잘 적응하며 지내왔다.
살림살이도 그런 것 같다. 이사를 한번 하게 되면 어디서 그 많은 짐이 나오는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또 버릴 게 하나도 없는 게 살림이다. 없다고 생활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아쉽고 아까운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 이번 수화물 지연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 한번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오히려 이제 수화물을 찾는다니 여행을 3일 남겨둔 시점에서 짐만 늘어나는 셈이 된다. 어찌 됐든 우리의 짐은 찾아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니 신랑이 우리를 숙소에 내려주고 비행기 도착 시각에 맞춰 공항에 다녀오기로 했다.
에일스타디르에 예약했던 숙소는 공유 주방이 있는 도미토리 형식의 B&B였는데 이탈리아 단체 관광객이 오는 바람에 우리 가족만 단독으로 업그레이드를 받아 예쁜 세모 지붕이 있는 코티지에 묵게 되었다.
이게 웬 떡이냐? 가격이 두 배나 되는 숙소를 무료로 업그레이드받게 되다니,,
아이들은 휴식을 취하고 난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공항에 가서 짐을 찾아 돌아온 신랑.
사실 이 큰 트렁크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낯익은 수화물과 침낭을 보니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긴 하다. 아이들과 선물 박스를 열어 보듯 트렁크를 열었다.
쏟아져 나오는 한국 비상식량들과 따뜻한 옷들. 그냥 웃음이 난다.
"얘들아~ 오늘 저녁 메뉴는 진라면이다!! "